피플 > 아산인 이야기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의사 2015.08.24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의사 -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통한 부인암 치료의 차세대 주자다.
환자의 흉터와 통증을 최소화하는 복강경 수술의 효용성을 입증해 개복 수술이 지배적이던 부인암 수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기여했으며, 부인암으로 고통받는 젊은 여성들의 가임력 보존치료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복강경 수술과 가임력 보존 치료의 영역을 넓힌 의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자의 앞날을 생각하면 멈출 수 없어

1990년대 중반,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남주현 교수팀이 처음 부인암 수술에 복강경을 적용한 이후 서울아산병원은 복강경을
‘부인암 수술에도 적용 가능한 기술’에서 더 나아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없어 복강경의 적용 범위에는 늘 한계가 따랐다.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는 2008년 부인암 환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복강경 수술의 5년 생존율이 개복수술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세계적 유명 학술지인 「종양학 연보」와 「미국산부인과학회지」에 게재했다. 그의 연구는 부인암 환자의 가임력
보존치료의 안전성을 증명한 연구이기도 했다.

젊은 의사의 도전은 환영 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논문이 발표되자 의료계에선 ‘왜 재발의 위험이 큰 보존술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느냐’는 질타부터 ‘용감한 의사’라는 격려까지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2008년부터 2여 년간
총 7편의 논문을 통해 부인암 젊은 여성의 가임력 보존 수술이 절제술만큼 안전하며, 추후 환자의 삶의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지속해서 증명했다.
현재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중 90% 정도가 개복하지 않고 복강경 수술을 통해 암 절제술을 받는다. 젊은 부인암 환자의 가임력
보존 범위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가 연구를 계속했던 이유는 ‘환자’였다.
“수술이 끝나고, ‘완치됐습니다’라고 말해드려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 환자들이 있었어요. 결혼과 출산을 준비해야 하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암 치료 후 병원을 나서는 순간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될 수 있겠구나 싶었죠. 병원 밖 환자의 삶까지 생각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매 순간 최고의 방법을 찾아

 

산부인과는 인생의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수술방에 가득 찬
아이의 힘찬 울음소리. 생명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를 계기로 주저 없이 산부인과에 자신의 인생을 던졌다.
아이를 얻지 못하는 환자의 고통을 보며 생명의 탄생을 돕는 불임 치료 전문의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러다 국립암센터에서 공보의 시절을 보내던 중 환자 한 명 한 명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박상윤 교수(국립암센터 산부인과)의 카리스마에 매료 돼
부인암을 최종 선택했다.
부인암 파트는 산부인과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더는 손 쓸 수 없어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 앞에 설 때면 적잖은 후회와 좌절이 밀려왔다.
여성성을 잃을 수도 있는 환자와의 만남은 늘 긴장됐다. 진료가 끝나면 늘
고단했다. 고단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가 그 자리를 지켰던 까닭 역시
‘환자’였다.
“같은 질환의 환자를 만나도 그 속에는 전혀 다른 인생이 있어요. 어떤 삶이든
희망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낫게 해주겠다는 말이나 안타까운 마음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의사는 매 순간 최고의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더 많은 환자들이 평범하지만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연구에 매달린다.
K로젯 수술실. 지난 8년간 그를 지켜본 수술장의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오래 함께 일한 간호사라면 누구나 알 수 있어요. 하루도 멈추지 않고 한 단계씩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고 계신 걸요.”


환자의 암이 두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풀이 죽어 앉아 있는 그를 향해 그의 스승은 이렇게 소리쳤다.
“나는 이렇게 진행된(advanced) 암을 보면 하루라도 빨리 고치고 싶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후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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