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하나의 정답이 없어 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의사의 길 2014.07.14

하나의 정답이 없어 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의사의 길 - 호흡기내과 오연목 교수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


세상을 논리와 인과관계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물리학이 좋았다. 변수가 많은 의대 공부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필연과 우연, 그의 머릿속에선 늘 서로 다른 세계관이 충돌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멈추지 않았다.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
폐 기능이 약화돼 호흡곤란,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는 병,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생소한 질병같지만 당뇨나 고혈압처럼 질병률, 사망률 모두 높은 치명적인 만성질환이다. COPD 치료를 위한 진료, 연구, 교육 그리고 학회활동까지, COPD 전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오연목 교수. 그의 20대는 혼란기였다.


융합, 세상을 움직이는 힘

물리학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을까? 오연목 교수는 의대 생활 내내 다양한 학문 주위를 맴돌았다. 방학이 되면 생화학 강의를 신청했고, 예방의학을 기웃거렸다. 군의관 시절 통계와 확률이 접목된 근거중심의학을 접하면서 비로소 의학에 재미를 느꼈다. 그때 만난 임영석 교수(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최문석 교수(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와 함께 해외 논문을
읽고, 전문 서적을 번역하며 밤새도록 임상연구방법론을 공부했다.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신 나게 의학 공부에 빠져들었다.

"진로를 두고 방황하던 학생 시절 이것저것 공부한 덕분에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연구 방법도 알게 되었죠."

2000년 COPD 기초 연구를 위해 떠난 미국 연수에서 그는 또 한 번 큰 갈등에 부딪혔다. UCSF(미국 캘리포니아 대학병원) 에서 만난 COPD의 1세대 학자이자 그의 멘토였던 Jay Nadel 교수. 이 세계적인 의학자는 의료와 산업이 융합된 플랫폼에서 의료 관련 특허를 내고, 특허의 부산물인 자본을 이용해 또다시 새로운 연구를 계획했다.
궁핍해도 학문은 고고해야 한다고 믿었던 그에게 유기적으로 연계된 산학의 모습은 낯설고 때론 충격적이었다. 그곳의 학자들은 상아탑과 자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냈다. 그것이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자 국력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는 그 길로 가보고 싶었다.


연구중심병원을 향한 꿈

 

2002년 미국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오연목 교수는 국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연구의 선구자, 이상도 교수가 있는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팀에 합류했다. 2004년부터 5년간, 만성기도폐쇄성 임상연구센터에서 수집한 임상검체를 토대로 유전자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분석해 COPD의 진단마커와 치료타겟을 찾는데 성공했다. 7개의 특허를 따내는 등 연구 성과들이 속속 나왔다. 2012년 시작된 줄기세포 연구는 COPD 환자를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방법으로 이미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증명되었다. 여전히 임상 적용이라는 높은 벽이 남아있지만, 그는 성공에 굉장히 근접해 있다고 자신했다. 임상과 기초연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COPD 정복에 한 발 한 발 다가 서고 있는 그의 꿈은 좀 더 크다. "연구중심병원을 향해 가는 과도기에 동참한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COPD의 유전자 연구부터 진료지침까지

20년 전 일이다. 깊은 밤, 응급실을 지키고 있던 이는 레지던트 1년 차였던 그와 2년 차 선배 둘 뿐이었다. 그때 그곳에 들어온 심실빈맥 환자. 그가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망선고뿐이었다. "너무 힘들었죠. 내가 실력이 없어서 못 살리는 건 아닐까.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 한 분이라도 계셨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저 자신도, 사회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연차까지 올라왔어요. 부지런히 움직여야죠."
지난해 11월 심평원에선 발표한 '국내 환자를 위한 COPD 치료지침'. 국내 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에 오연목 교수는 학술책임자로 논문과 문헌을 검토해 문구를 채웠다. 심평원과 개원의, 학회 전문가가 상시로 논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데도 앞장섰다.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일에는 늘 고통이 따른다.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갈등과 고민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 힘들었던 의대 시절은 이미 추억이 되었다. 주어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니 빛을 발하는 순간이 왔다 "생화학을 공부하면서 기초연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군의관 때 몰두하던 임상의학 공부는 임상연구센터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죠. 예방의학 공부는 심평원 활동에 가까운 이야기네요."


빡빡한 연구일정과 환자진료, 국내 의료계 변화를 위한 행정까지. 그는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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