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환자 이야기 달려라 지민아 - 소아심장이식, 이지민편 2014.07.25

둘은 중국 연변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이미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고 있는 그녀의 사촌이 오작교를 놓아줬습니다. 남자는 예쁘고 착한 그녀를 보고 첫 눈에 반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제전화를 했고, 그래도 못 참았는지 700km나 떨어진 연변까지 수 차례 찾아갔습니다.

 

지민이는 아팠을 때 기억나니?
네.
사진도 봤고 그때랑 지금이랑 어떤 점이 가장 달라진 거 같아?
건강한 것 그리고 뛰어놀 수 있다는 것 결혼하고 일 년 만에 지민이를 낳았어요

열이 많이 나서 병원에 갔더니 처음에는 암이라고 했어요
한 달 뒤에 다시 검사한 결과 심장 쪽에 이상이 있다고 제한성 심장병이란 진단을 받았어요
별다른 치료방법은 없다고 했어요
그저 이식이 희망이라고 했는데 그 병원에선 이식할 수 없다고 서울아산병원으로 보내더라고요

지민이가 앓았던 병은 제한성 심근증으로 심장의 수축기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늘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방치를 하면 어느 순간 급사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소아의 경우 체격 조건 신장이나 체중이 일치하는 (심장) 기증자를 구하기 힘들고 많이 힘들었죠.

이식이 가능하다는 말은 들었는데 먼저 기증자가 나타나야 하고 치료받다가 마지막 단계에 왔을 때 피도 여러 번 토하고 약에도 한계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게 마지막 약이라고 그게 정말 가슴 아팠어요

지민이를 이렇게 보내는가 싶어서 선생님들이 먼저 수술받고 건강해진 친구들을 자꾸 보여주더라고요 이 아이들도 수술받고 이렇게 잘 크니까 우리 지민이도 수술만 받게 되면 살 수 있겠다 그래서 큰 힘을 얻었어요

안녕하세요. 이지민입니다 예전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기침이 났어요 밖에서 노는 친구들 보면 속상했는데 이젠 아니에요
새 심장이 생겼거든요.
수술받고 가고 싶어 하던 학교도 가고 마음대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친구들하고 마음껏 뛰어놀고 다시 태어나서 새 삶을 사는 것 같고 너무 좋아요 지민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커줘서 고마워 사랑해

자막:미움이 떠란자리 남겨진 것은 사랑이였습니다 희망은 사랑 가까이에 있습니다.
real story 희망을 나눕니다.

한국 남자, 연변 여자의 사랑

 

둘은 중국 연변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이미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고 있는 그녀의 사촌이 오작교를 놓아줬습니다.
남자는 예쁘고 착한 그녀를 보고 첫 눈에 반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제전화를 했고, 그래도 못 참았는지 700km나 떨어진 연변까지 수 차례 찾아갔습니다. 1년 뒤, 열렬한 구애에 못이긴 척 그녀는 그의 마음을 받아들였습니다. 결혼하고 1년이 조금 안되어 지민이를 출산했습니다. 몸무게 3.71㎏. 주변에선 우량아라며 부러워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지민이를 보기만 해도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지민이가 아파요

산후조리원에서 몸을 풀고 나온 지 이튿날, 지민이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습니다. 초보 엄마, 아빠는 감기인줄만 알았습니다. 열이 올라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의사선생님의 진단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감기라더니 나중엔 폐렴이라고 했고, 여러 검사를 한 뒤에는 암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돌도 안 된 아들이 암이라니….” 엄마, 아빠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암은 오진이었습니다. 몸이 붓고 숨이 가빠 심장질환을 의심한 다른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제한성 심근증. 제한성 심근증은 심장의 수축기능은 괜찮지만 이완기능이 이상해 호흡곤란과 흉통, 전신부종 등을 일으킵니다. 약을 먹으면 증상이 완화되지만 결국엔 심장이식을 받아야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열이 펄펄 끓는 지민이를 안고 병원을 드나들던 1년 끝에 알게 된 병명, 제한성 심근증. 이제 답도 나왔고, 심장이식만 받으면 살 줄 알았습니다.

기증자가 없어요

“남들은 다 기증자가 나타나는데, 나만 안 나왔어요.” 지민이 엄마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습니다. 지민이가 제한성 심근증 진단을 받은 지 6년이 지났지만, 기증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기증자에게 이식받고 퇴원하는 가족들이 마냥 부러웠습니다. 그러는 사이 지민이 건강이 악화됐습니다. 어린 입으로 피를 토하는 날이면, 엄마와 아빠는 아픈 아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막막함에 울었습니다. “거기서 그냥 보내는가 싶어서…. 남들은 다 기적같이 살아남는데 우리 지민이만 수술도 못해보고 보내는 줄 알고….” 
언제 기증자가 나타날지 모르는 불안한 하루하루, 지민이 엄마, 아빠에게 큰 힘이 되어준 건 서울아산병원 선천성심장병센터 김영휘 교수팀이었습니다. 지민이 치료를 이어가면서 엄마, 아빠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힘도 북돋아줬습니다. “먼저 심장이식 받고 건강해진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지민이도 수술 받으면 살 수 있다고, 힘내라고 말해주셨어요.”

이지민 군

지민이의 두 번째 생일

 

긴 기다림 끝, 기적같이 기증자가 나타났습니다. 2006년 7월 제한성 심근증 진단을 받은 지 6년 반 만에 지민이가 심장이식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2013년 1월 8일은 지민이의 두 번째 생일입니다. 엄마가 열 달 배 아파 지민이를 낳은 날이 첫 번째 생일이고, 이날은 지민이가 심장을 이식받고 새 생명을 얻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지민이가 수술 받고 나올 테니까 카레밥 해놓고 기다리라고 그러더라고요. 지민이가 카레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수술인데…. 그런 말하는 지민이 보고 마음이 아팠죠.”
서울아산병원 선천성심장병센터 윤태진 교수팀이 집도한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심장이식은 고난도 수술로 꼽힙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소아심장이식의 메카로 불립니다.
우리나라 첫 소아심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냈고, 한국 전체 소아심장이식의 60~70%를 맡을 만큼 독보적입니다. 6시간 동안 수술을 받은 지민이는 병원에서 한 달 가량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요즈음 지민이는 학교생활에 푹 빠졌습니다. “도당초등학교 3학년 2반 10번 이지민입니다.”라고 또박또박 자기를 소개하는 지민이는 또래 친구와 다름없는 초등학생입니다. 학교에서 그린 그림을 자랑하고, 하굣길 마중 나온 엄마 품에 달려가 안기는 게 개구쟁이 10살 아이입니다. 
하굣길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놀이터. 심장이 아파 밖에서 뛰어 놀지 못했던 지민이가 제일 좋아하는 곳입니다. 그네를 밀어주는 엄마에게 “더 세게, 세게”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다친다며 걱정하는 엄마의 잔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꾸로 미끄럼틀을 내려옵니다. 오랜 병원 생활 탓에 집보다 놀이터를 좋아하는 지민이의 소원은 엄마, 아빠와 놀러 가는 것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는 물론이고 지구본에 나온 세계 여러 나라도 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민이의 또 다른 소원은 의사선생님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을 낫게 해준 의사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지민이는 어린 나이에도 또래에 비해 성숙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착한 의사선생님 되고 싶어요. 저처럼 아픈 사람도 고쳐주고, 엄마, 아빠한테도 보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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