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환자 이야기 지구 반대편에서 보낸 메일 한 통의 기적 - 코로나19 후유증 2021.04.20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서 서울아산병원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부디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코로나19 후유증에 의한 폐 섬유화로 폐 기능을 모두 상실한 김 씨를 살릴 방법은 폐 이식뿐.

마지막이 될 줄 모르고

멕시코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계속되던 어느 날, 김충영(여, 55) 씨는 설마 하며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뜻밖에도 결과는 양성이었습니다. 기저질환이 없어 보름 정도 입원하면 나을 거라는 의사의 이야기만 믿었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까닭도 모른 채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곧 의식을 잃었습니다.

놀란 남편이 병원에 뛰어왔을 때 충영 씨는 이미 수면 치료 중이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기다리라는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얼마 후 이른 새벽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병원이었습니다.
“코로나는 완치됐지만 그 후유증으로 패혈증과 폐섬유증이 번졌습니다. 6시간이 고비입니다.” 이미 폐가 딱딱하게 굳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의식마저 없으니 마지막 인사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우리의 지난날

 

22년 전, 충영 씨 부부와 두 아들은 멕시코로 떠났습니다. 갑환 씨가 모자를 수입하면 충영 씨는 판매를 맡았습니다. 살림밖에 모르던 충영 씨는 장사 수완이 제법 좋았습니다. 쉬는 날도 없이 일하며 밤이 되면 네 가족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휴식이었습니다. 외로운 이민 생활을 견디는 힘이었습니다.
그런 아내를, 엄마를 멕시코 병원에서 홀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유일한 치료 방법은 폐 이식뿐.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춘 병원을 찾기 시작했고 고국의 서울아산병원이 적격이었습니다. 아들은 서둘러 서울아산병원에 어머니의 의료 기록과 함께 간곡한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희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서울아산병원은 멕시코 의료진에 직접 충영 씨의 상태를 문의했고, 회복 가능성은 작지만 한국에 무사히 올 수 있다면 치료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었습니다. 가족은 그 결정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누군가 날 위해

 

개국을 거쳐 24시간 비행 끝에 충영 씨를 실은 에어 앰뷸런스는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인계되었지만 장기간 항생제 치료와 수혈을 받아온 충영 씨에겐 항체 거부반응이 잇따랐습니다. 이식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일까 봐 의료진 모두 긴장하며 기다렸습니다.

9월 11일. 드디어 충영 씨와 맞는 폐를 극적으로 찾았습니다. 박승일 교수를 비롯한 20여 명의 의료진이 10시간 동안 이식 수술에 매달렸습니다. 머나먼 곳에서 작은 희망만 붙들고 온 환자와 가족에게 이런 인사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함께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2개월 만에 충영 씨는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충격에 빠졌습니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대화도, 거동도 어려운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건강하던 내가 폐 이식이라니? 어떻게 나도 모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아무런 의욕도 들지 않을 때, 홍상범, 최세훈, 오동규 교수 등이 수시로 병실에 들렀습니다. “밥은 잘 드셨나요? 운동도 하시고요? 조금만 힘내면 좋아질 겁니다” 의료진의 따뜻한 눈빛과 응원이 충영 씨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퇴원 길의 눈물

 

의료진의 환대를 받으며 퇴원하는 길. 남편의 손을 잡고 몇 걸음 걷던 충영 씨가 멈춰서서 의료진을 돌아봤습니다. 눈시울이 불거진 채였습니다.

“다시는 병원 밖을 못 나가는 줄 알았는데···. 앞으로 은혜 갚는 마음으로 잘 살게요.” 충영 씨는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살아있다는 건 이렇게 함께 울 수 있고, 앞날을 약속할 수 있는 의미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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