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의사의 실력은 시력을 되찾는 열쇠입니다 2014.07.14

의사의 실력은 시력을 되찾는 열쇠입니다 - 안과 성경림 교수

 

손끝 감각으로만 세상을 봐야하는 시각장애인 세 명이 그녀 앞에 다가왔다.


양쪽 눈이 다 실명인 그들에게 한쪽 눈씩 안구이식을 하는 날. 안과 전공의 1년차인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들을 수술실까지 안전하게 안내하는 것. 한명의 시각장애인 손을 잡고 이끄는 그녀 뒤에 한 줄로 선 그들은 각각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천천히 수술실로 향했다. 행여 부딪힐까 혹시 넘어질까 곧 수술대에 오를 환자들의 안전이 염려스러워 온몸엔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임감만큼이나 꽉 쥔 그녀의 작은 손도 축축히 젖어갔다. 보통 때야 30분의 짧은 거리지만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한 그 거리는 까마득하고 멀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따라오는 그들을 이끌며 그녀는 다짐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세상의 빛을 선물하는 의사가 되자! 눈이 아프고 침침한 이들에게 밝은 눈을 선물하는 의사가 되자! 그렇게 마음 속으로 수백번 다짐하던 안과 전공의 1년차, 그녀의 이름은 성경림이다.


손재주가 뛰어났던 소녀, 안과전문의가 되다

학창시절 그녀는 매사에 110%노력을 하는 학생이었다. 수업 중에도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고, 궁금함에 있어선 자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책상을 떠날 줄 몰랐던 총명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그리고 유달리 손재주가 많아 손으로 하는 일은 자신이 있었다. 그녀의 작고 가녀린 손끝에선 뭐든지 고쳐지고 뭐든지 만들어졌다. 그런 그녀가 의대에 입학해 관심을 갖게 된 건 안구. 바로 눈이었다. 약 2.4센티미터의 지름, 무게 약 7그램, 작지만 시감각세포가 7700만개 이상 분포되어 있어 다루기에 굉장히 조심스런 장기. 작지만 아직도 연구해야 할 분야가 많이 남아있는 장기. 이런 점들이 그녀의 관심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안과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신과 같은 노련한 작은 손이 필요한 장기라는 점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실력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그녀 또한 어릴 적 잔병치레가 많아 병원을 들락거리며 자랐다. 그 덕에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들을 보며 의사의 꿈을 키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아픈게 금방 나아 하늘을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졌고, 어떤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면 며칠씩 고생을 하며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발길은 한두번만 가도 아픈 몸이 빨리 낫는 의사에게로 향하게 되었다. 의사의 꿈을 조금씩 키우며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일까..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란 어떤 의사일까를 고민하며 자라던 그녀에게 이 경험은 의사로서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환자의 건강을 빠른 시간 안에 되찾게 해주는 의사, 그런 실력을 갖춘 의사가 좋은 의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안과의 18년차 성경림.. 의사로서의 여유와 만족을 느낄 만도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들을 미뤄두기로 했다. 환자에게 필요한 실력을 쌓기 위해 오늘도 공부와 연구에 매달리는 이 시간이 더 보람차고 값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녹내장을 완치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그녀가 매진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안과 중에서도 녹내장이다. 녹내장이란 안구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에 장애가 와서 시력 손상을 야기하는 질병으로 실명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명이 생명과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세상을 보던 사람이 갑자기 어둠 속에 갇히면 그 정신적 심리적 절망감으로 때론 극한의 상황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막는 것은 안과의로서 가장 큰 임무이자 사명이다. 그런데 녹내장은 완치가 어렵고 발병원인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난치병이다. 더 안타까운건 녹내장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와 국내 연구진들이 녹내장 완치를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아직 완치의 길은 묘연하다. 매일 많은 녹내장 환자들을 진료하고 수술한다는 그녀. 하루빨리 녹내장을 정복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그녀의 바람은 안과의로서 어쩜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공부와 연구에 몰두하는 건 그녀만의 남다른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과연 환자에게 필요한 실력을 갖춘 좋은 의사인가..


그녀의 연구실이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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