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희망 찾아가는 길, 함께 걸어요!! 2014.07.14

희망 찾아가는 길, 함께 걸어요!! - 소화기내과 예병덕 교수

 

“예병덕 교수님이요? 굉장히 꼼꼼하시고, 철두철미하세요.
센터에서 진행하는 심포지엄이나 행사, 발간하는 교육 자료와 책자… 모든 일이 교수님의 손을 거치죠.”


2평 남짓한 좁은 진료실에 여섯 명의 간호사가 모였다.

“환자에 대한 애정이 커서 진료가 없는 날에도 지방에서 온 환자라든가 부득이한 이유로 예약을 못 했다는 환자가 있으면 일부러 내려와 봐 주시는 경우도 많아요.”
“잠은 언제 주무시는지 모르겠어요. 진료가 끝나면 항상 연구실에서 밤새 연구만 하시는 거 같아요.” 이런 성격을 가진 의사가 전공하는 분야가 궁금해졌다.


평생의 전공을 선택하다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베체트 장염과 같이 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병을 '염증성 장질환'이라고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현재로선 내과적 치료로 완치할 수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외국에선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된 질환이지만, 몇십 년 전만 해도 '한국인에게는 염증성 장질환이 없다'는 말이 국내 학계 내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을 만큼 미개척 분야였다. 환경이 변하고, 의학 진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국내에서도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병덕 부교수가 전공 선택의 기로에 서 있던 2005년.
"염증성 장질환은 분명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고 치료방법도 불분명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도전적인 분야라고 생각했죠."
2007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팀에 합류한 예병덕 부교수는 이전보다 더 많고 다양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1993년 국내 최초로 궤양성 대장염·크론병 클리닉을 개설한 서울아산병원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찾아와 진료를 받고 있었다. 정답을 찾지 못한 병을 가진 환자들. 그들이 호소하는 고통은 그가 상상했던 모습 이상이었다. 예병덕 부교수는 그들을 위한 '정답 찾기'에 앞으로의 삶을 매진하기로 했다.


한국인을 위해 새로 그려야 하는 지도

 

연구실은 예병덕 부교수의 고민이 담겨있는 장소이다. 진료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낸다. "모든 의사가 그렇겠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 최선의 진료를 하려고 하잖아요. '더 좋은 치료법을 찾을 수도 있었는데 그때 왜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연구를 쉴 수가 없어요."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인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 기전과 장기 예후, 한국인 고유의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이다. 발병률이 높아 이미 오래전에 관련 연구가 자리 잡은 외국과는 달리 한국인의 염증성 장질환은 병의 전모와 장기 경과 등 아직 밝히지 못한 부분이 많다. 그의 연구는 최근 급증하는 한국인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또 한가지, 한국의 염증성 장질환 진료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유사 증상을 가진 질환들이 많고 여전히 질환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해 소화기내과 전문의에게도 만만치 않은 병이란다. "모든 치료의 시작은 정확한 진단과 상태의 평가입니다. 그것이 바로 서울아산병원 염증성 장질환 센터에서 의료진 교육에 관심을 두는 이유입니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의사의 몫

"한창 활동해야 할 젊은이들이 이 질환으로 좌절하고, 남아있는 삶을 포기하려 한다면 그것만큼 개인과 국가, 사회적인 손실이 어디 있겠어요?"
내내 낮은 목소리로 조용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입학, 취업, 결혼 … 그의 환자 중엔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앞둔 10대 후반, 20대 초중반의 젊은 환자들이 유독 많아 더욱 안타깝단다."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병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요. '난치병'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환자들은 평범한 행복마저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특히 여성 환자가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 때문에 힘들어하며, 사랑하는 것조차 포기하려 할 때 가슴이 아프다. 환자들에게는 그런 잘못된 인식과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병과 싸우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그런 현실을 알기에 예병덕 부교수가 진료할 때 중점 두는 것이 바로 상세한 설명과 교육이다. 평소에는 말수 적은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외래 진료실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환자와 20~30분을 너끈히 보낸다. 질환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환자를 안심시키고, 진료 중에 환자가 하는 질문을 모두 기억했다가 환자가 진료실을 나가기 전까지 대답해 주려는 모습에서 환자들은 그를 더욱 신뢰하게 된다고.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살피고 함께 희망을 찾는 일. 그는 그것이 염증성 장질환 의사인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 간호사가 말했다.

예병덕 부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이라는 질병에 강한 책임감과 애정을 갖고 환자와 함께하는 의사라고. 말하지 않아도 깊은 정이 느껴지는 사람이라고. 말없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사람이 있다. 예병덕 부교수는 오랜 투병의 길 위에서 때론 비틀거리고 때론 넘어질 자신의 환자들을 위해 언제나 손 내미는 따뜻한 동행자가 될 것이다.


희망을 찾아 연구실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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