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행복의 묘책을 알려드립니다. 2014.07.14

행복의 묘책을 알려드립니다. - 심장내과 김영학 교수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영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사랑받은 영국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에는 주인공의 가문에만 전해지는 '행복해지는 비법'이 나온다. 행복의 묘책은 하루를 두 번씩 살아보는 것이다. 첫 번째 하루는 바쁘고 힘들고 정신 없을 뿐이다. 하지만 똑같은 일정에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똑같은 업무량을 소화해야 하는데도 하루를 두 번 살아보면 여유와 배려를 찾아내는 혜안이 생긴다. 헌데 문제는 우리에겐 영화 속 주인공처럼 시간여행을 통해 하루를 두 번 살아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스트레스 대상에 캐릭터를 부여하자!

하루 종일 심장만 들여다보는 심장내과 전문의, 김영학 선생님은 심장에게 차도남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콩닥콩닥 펌프질 하는 게 전부인 심장이 차가운 도시 남자라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이 보는 심장은 이런 모습이다. 환자의 건강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을 때, 심장은 다른 장기들이 피가 모자라서 괴사를 하든 말든 자신에게 필요한 피를 절대 나눠주지 않는다. 그래서 심장은 이기적이다. 게다가 심장은 한번 틀어지면 그냥 끝장을 내는 성격이다. 간은 일부분을 잘라내도 스스로 재생하는 회복력이 있다. 콩팥은 한쪽이 없어도 남은 한쪽이 그 몫까지 해내는 융통성이 있다. 하지만 심장은 한번 멈추면 그걸로 끝이다.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부지하려면 차도남, 심장에게 모든 것을 맞춰줘야 한다는 게 김영학 선생님의 설명이다.
도도하고 까칠한 심장의 비위를 맞춰주며 15년을 살아온 김영학 선생님... 그간 심장내과 전문의로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으면서도 차도남이라 흉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선생님의 재치에 웃음이 난다.


둘째, 환자들과 심리게임을 즐겨보자!

 

까칠한 심장 때문인지 심장내과를 찾는 환자들 속에서 여유롭고 너그러운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아파 본 사람만 안다는 심장통증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일순간에 성격 급한 다혈질이 된다. 이런 상태의 환자들을 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 그래서 김영학 선생님이 찾아낸 방법이 바로 환자들과 심리 게임을 즐겨보는 것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통증과 두려움으로 딱딱하게 굳어있는 환자를 무장해제 시키면 이기는 것. 헌데 마치 심리전의 달인처럼 굴던 선생님의 전략은 어처구니없이 쉬운 것이었다. 그냥 환자의 손을 잡아주라는 것이다. 여기에 '어디가 어떻게 아프세요?' 라고 본론만 물어보는 대신, '잠은 잘 주무셨어요?' 처럼 사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환자는 의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의 준비가 됐다는 걸 간파하게 된다고. 선생님은 그 시점부터 제대로 된 치료가 시작된다고 한다. 의사를 믿지 못하는 환자는 의사가 어떤 좋은 치료법을 알려줘도 그 말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 특히 앓다가 온 환자라면 더더욱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다. 그럴 때 누군가 손을 잡아주는 건 최고의 힐링이다. '사람 대하기가, 더군다나 아픈 사람 대하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동정과 연민으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손을 잡아주면 다 내 편이 된다'는 말에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엔 '얼마나 아프고 무서웠으면 손만 잡아줘도 위로를 받을까...' 오히려 환자들이 안쓰러워진다. 그런 환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는 선생님은 진정한 심리전의 달인이자 좋은 의사임이 확실하다.


셋째, 무조건 내 편을 만들자!

쏟아지는 업무와 치열한 경쟁으로 한 때는 수면안정제를 먹기도 했었다는 김영학 선생님. 어느 날, 아내에게 이런 선언을 했다. "지금부터 내 말에 토 달지 마. 무조건 내 편만 들어." 그리고 나서 속에 담아놓은 얘기들을 다 쏟아냈다고 한다. 뭐가 어려운지, 누가 힘들게 하는지, 특히 맘에 안 드는 점이 뭔지.... '그 놈이 나쁜 놈이네, 당신 말이 맞아' 무조건 맞장구를 쳐주니 얼마나 말할 맛이 나겠는가? 아내에게 할 말 못 할 말 다 쏟아낸 선생님, 그날 밤은 푹 잘 수 있었다.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김영학 선생님이 얘기해준 마지막 행복의 비결이었다.


심장이 멈추었을 때 응급처치로 사람을 살려낼 수 있는 시간은 4분. 그 골든 타임을 놓치면 환자는 생명을 잃고 만다.
때문에 심장 내과는 스트레스 많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곳이다.


그런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김영학 선생님이 알려준 행복의 묘책이라면 믿음이 가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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