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의사로 사는 즐거움, 생각보다 크답니다! 2014.07.09

의사로 사는 즐거움, 생각보다 크답니다! - 내분비내과 고정민 교수

 

의사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환자를 돌보는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의사들이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내분비내과 고정민 선생님은 '의사라는 직업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라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분이다. 스스로 '나는 광신도'라고 말할 정도로 의사라는 직업에 만족해하며 살고 있다는 고정민 선생님. 대체 의사로 사는 덴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아침 여덟시, 선생님이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후배 연구의사들이다.

선생님과 연구팀은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물질에 대한 동물 세포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연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공유하기 위해 수시로 만나고 있다. 회의가 끝나면, 연구실로 직행한다. 승부욕을 자극하는 제법 어려운 문제인 골다공증이란 녀석을 탐구하기 위해서다. 오후 외래 진료시간, 선생님에게 환자는 골다공증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상대다. 그러니 환자와 대화를 나누는 건 호기심 넘치는 탐구과정의 연속이다. 병원 행정 업무도 봐야하고 레지던트 교육도 있지만, 골다공증이라는 맞추다 만 퍼즐을 풀기 위해 서둘러 연구실로 돌아오는 게 선생님의 일상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 퇴근 후엔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지만, 의사도 사람인지라 오늘도 게으름을 피우며 귀여운 두 딸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한다.


정답을 찾아가는 수수께끼 여행이 좋아, 수학 문제를 열심히 풀었다는 선생님.

눈이 크고 얌전하고 수학을 좋아하던 그 소년은 지금도 여전히 문제 하나를 놓고 답을 맞히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선생님이 요즘 풀고 있는 문제는 '사람은 왜 늙는가?' 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대표적인 노화질환인 골다공증을 붙들고 벌써 12년째 연구 중이다. 우리 몸속에서 뼈를 부수어 혈액에 칼슘을 공급하는 파골세포. 평상시엔 적정한 양의 뼈를 부수어 신진대사를 돕지만, 이 파골세포가 너무 많이 활성화되면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골다공증이 생기는 것. 그렇다면 파골세포는 언제, 왜 불필요하게 많은 양의 뼈를 부수는 것일까? 그것이 바로 선생님의 물음표다. 그 답을 찾게 되는 순간, '어쩌면 노화의 비밀을 풀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시며 '그땐 불로장생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겠다.'는 행복한 상상을 들려주시는 선생님... 그 얼굴은 퀴즈를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소년의 표정,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 비밀을 푼다고 해도 선생님은 아마도 연구실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선생님과 연구팀은 골다공증의 비밀 하나를 찾아냈다.
산소를 운반하는 데 꼭 필요한 좋은 무기질이라고 알려진 철분이 몸속에 과하게 쌓이면 파골세포가 활성화되어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이번 연구 결과는 유명 학술 논문에도 실렸다고 한다.
현재 골다공증과 관련해서 진행되는 연구가 모두 7가지나 되는데, 평균 몇 년씩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한다.
한마디로 평생을 풀어도 못 다 풀 퀴즈들이 연구실에 잔뜩 쌓여있는데, 퀴즈 좋아하는 선생님이 어딜 가겠는가?


평생 질병과 함께 살아야 하는 직업, 의사.

그런데 그 의사가 질병이란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면 그는 분명 행복한 의사일 것이다. 결론이 궁금해서 밤새 책을 놓지 못했던 사람, 빨리 완성품을 보고 싶은 마음에 몇 시간씩 뜨개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선생님이 행복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의사를 만나면 환자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골다공증 전문가, 고정민 선생님과의 만남은 그런 희망을 보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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