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진료는 환자와 의사가 함께하는 것 2015.05.08

진료는 환자와 의사가 함께하는 것 - 내분비내과 이승훈 교수

 

이승훈 교수의 진료실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이승훈 교수를 방문하는 환자들은 저마다 꼬깃꼬깃 접어둔 A4용지 한 장씩을 들고 온다. 종이를 펼쳐보면 그 안에는 환자의 당 수치 같은 검사 결과가 손 글씨로 정성스레 적혀있다. 환자들이 저마다 품고 온 것은 이승훈 교수가 검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직접 적어 준 진료기록이다.
이 교수의 전문 분야는 골다공증. 우리나라 50세 이상 여성 3명 중 1명은 앓고 있다는 골다공증의 특성상 연세가 지긋한 노인분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젊은 사람들도 온통 전문 용어뿐인 검사 결과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데, 하물며 눈앞에 작은 글씨를 읽는 것조차 쉽지 않은 노인분들이 모니터를 보고 검사 결과를 이해하기란 더욱 어려울 터. 그래서 환자가 검사 결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A4용지에 큼직큼직 손 글씨를 써가며 설명하는 것이 이 교수만의 환자 맞춤형 설명법이다. 낙서하듯 적어준 이 종이가 환자에겐 진료 기록이 되고, 소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이 교수의 환자들은 이 종이를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해두었다가 다음 진료 때 꼭 들고 오는 것이다.


진료는 환자와 의사가 함께하는 것

이 교수는 환자가 진료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환자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제대로 설명해줄 때 의사도 더 나은 진료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데 내분비내과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은 호르몬을 다루는 과이므로 환자들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는 질병이다. 그래서 환자의 진료 참여를 위해선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는 게 이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특히 아직 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초진 환자와 이해력이 더딘 어르신들에게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자세히 설명한다고 했다. 꼼꼼하게 설명하다 보면 진료시간은 길어지기 일쑤고, 밥때를 놓치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환자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때가 가장 기뻐요

 

밥때를 놓쳐도 안 빼먹고 챙겨 먹으니 괜찮다며 웃는 그. 그가 이토록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이유는 ‘환자들의 변화’이다.

 

6년 전, 100kg이 넘는 거구의 중년남성이 이 교수를 찾아왔다. 비만으로 인해 당 수치가 조절이 잘 안 되는 줄로만 알고 병원을 찾았던 그는 부신 질환의 일종인 쿠싱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쿠싱 증후군은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풀고, 배에 지방이 축적되는 반면 팔다리는 가늘어져 복부 비만처럼 보이기 쉽지만 실은 콩팥 위에 있는 부신에서 생성되는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 질병이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던 이 환자는 부신에 생긴 종양을 제거한 후 당 조절도 잘 되고 체중도 감소해 지금까지 60kg대의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환자가 치료 이후 살이 빠지고 외모에 자신감이 붙어 외래에 올 때마다 한층 밝아진 모습으로 자신을 찾아올 때면 열심히 일한 보람을 느낀다는 이승훈 교수.

그를 더욱 즐겁게 하는 것은 환자의 검사 결과를 보며 질병의 원인을 찾아냈을 때이다.

호르몬은 몸속을 돌아다니며 우리 몸 곳곳에 이상 신호를 나타내는데, 이 같은 원인이 호르몬 교란 때문임을 밝혀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부신 우연종, 한국인에게 맞는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골다공증과 부신 질환을 연구 중인 이 교수가 요즘 가장 몰두하고 있는 연구는 아직은 낯선 부신 우연종에 대한 임상연구이다. 부신에서 우연히 발견된 종양이라고 하여 ‘부신 우연종’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질병은 아직 한국인에 대한 연구 결과가 부족해 외국인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복부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한 5%에서 이 질병이 발견된다고 하니 결코 적은 수치라고 볼 수는 없다. 그는 한국인에게 맞는 부신 우연종 환자의 진단 및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환자에게 믿음직스러운 의사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어떤 의사가 되고 싶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믿음직스러운 의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 제대로 알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친절히 설명해주고, 그 외의 시간은 온통 연구에 몰두하는 의사라면 충분히 믿음직스럽지 않을까.


컴퓨터 주변에 잔뜩 쌓은 연구 자료들과 그의 선한 주름이 이미 답을 알려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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