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학과는 처음 환자가 오면 치료사들과 환자의 회복 정도를 예측한다. 대부분 뇌졸중이나 뇌 손상 혹은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겨
마비가 온 환자들이다. 이 중 불가피하게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환자도 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활의학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몇 년 전, 뇌간 손상으로 입원한 50대 남자. 뇌간은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모든 신경이 지나가는 뇌줄기다. 이곳이 손상되면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심하게는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 환자 역시 눈만 깜빡이는 상태로 김 교수를 찾았지만 1년 후,
지팡이에 의지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뇌간이 심하게 손상된 환자의 회복 정도로는 드문 일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재활의 의지가 컸던 환자라고 기억했다. 처음 주먹 쥐기도 힘들던 환자가 한 걸음의 발걸음 떼기 위해서는 실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죽은 운동 신경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마비된 신체 부위를 움직여 손상된 뇌를 꾸준히 자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무엇보다 환자의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마음 쓴다. “열심히 재활하세요. 희망을 놓으면 안 됩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지만 의사의 말 한마디가 환자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지금까지 김 교수가 발표한 논문만 해도 50여 편이 넘는다.
전문의가 된 이래 재활 연구를 꾸준히 해 온 덕분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의학연구에는 윤리가 있어야 해요. 발표한 논문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1년에 단 1편의 논문을 써도 환자의 치료에 꼭 필요한 걸 써야
해요. 연구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뿌리와 같은 거니까요”
뿌리가 튼튼해야 환자들이 회복이란 열매를 거둘 수 있지 않겠냐는
김 교수.
美 신경 재활학회 ‘최우수 포스트 상’(2005), 대한 재활의학회
‘젊은 연구자상’(2008)을 받으며 연구 성과 또한 국내외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가 의사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은 따로 있다.
“언어 신경 장애가 있는 환자는 말 한마디 하기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말을 못하던 환자가 어느 날,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좀 더 지나서 '선생님, 감사합니다'란 말을 합니다.
의사로서 보람이 따로 있겠어요. 이 순간을 위해 의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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