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고은희 선생님의 아버지는 서울아산병원을 흡족한 얼굴로 둘러보셨다. 의대 시험에 세 번 낙방하고 결국 다른 길을 택하셨던 아버지의 오랜 꿈을 딸이 이루어 드렸다. 의사가 된 딸에게 아버지는 평생의 가르침을 주셨다. “화나는 일이 생기거나 섭섭한 일이 생길 때마다 1분을 허락하라…” 상대방의 눈을 마주하고 숨 고르는 1분, 내 앞의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믿음. 의사의 길을 걸어온 지 16년, 하루 평균 만나는 환자 60~70명, 안타깝지만 진료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생님은 온 마음을 다해 오늘도 환자의 눈을 마주한다.
‘당뇨병’이란 판정을 받는 순간 대부분의 환자들은 상실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평생 병을 안고 가는 환자라는 낙인, 자식에게 대물림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선생님은 그 마음을 위로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의사라고 했다.
외래진료가 모두 끝난 후에도 선생님은 진료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검사 결과가 나오거나 혹은 진료실에서 어두운 얼굴을 한 환자가 있다면 선생님은 일부러 시간을 내 환자에게 직접 전화를 건다.
애타게 기다리던 검사 결과를 미리 알려주기도 하는데, 환자가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지 않았으면 해서다.
그러다 보면 진료시간에 못다 한 이야기나 질문들이 쏟아지기도 해서 통화는 자연스레 길어지기 마련이라는데, 이런 의사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또 반가웠다.
선생님의 이유는 명쾌했다. “저는 건강하잖아요. 제 환자가 제 손을 많이 타는 편인 거죠.” 사실, 환자는 몸도 마음도 약해진 상태일 것이다.
아픈 이들의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자상하고 실력 있는 의사라면 병이 주는 고통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의사의 꿈을 꾼 건 아버지 덕분이었지만, ‘의사는 평생 연구자’라는 걸 몸소 보여준 이들은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스승이자 선배들이었다. 특히, 이기업 교수님을 만난 건, 의사로서 얻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다.
한 연구의 결과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4~5년,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완벽주의자인 고은희 선생님은 의사가 된 이후 주말은 늘 연구실에서 보낸다. 현재는 인슐린 저항성과 비만 개선을 위한 연구와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를 위한 기전 연구 및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연구가 성공적인 진료로 이어지기를 스승이 그랬듯 고은희 선생님의 꿈도 ‘연구하고 공부하는 실력 있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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