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제 환자는 손을 많이 탑니다 2015.02.12

제 환자는 손을 많이 탑니다 - 내분비내과 고은희 교수

 

‘완치가 없는 병’, ‘평생의 동반자’,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 ‘당뇨병’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다. 이 고약한 병과 맞서는 공부벌레 의사가 있다. 대학 시절 내분비내과 강의를 듣고 밤잠을 설치던 의대생은 본과 2학년 겨울방학, 서브 인턴으로 한 종합병원의 내분비내과를 찾았다. 꿈으로만 그리던 내분비내과에서 보낸 몇 달, 길은 정해졌다.


의사가 된 딸에게 아버지가 가르쳐 준, “1분의 힘”

1999년, 고은희 선생님의 아버지는 서울아산병원을 흡족한 얼굴로 둘러보셨다. 의대 시험에 세 번 낙방하고 결국 다른 길을 택하셨던 아버지의 오랜 꿈을 딸이 이루어 드렸다. 의사가 된 딸에게 아버지는 평생의 가르침을 주셨다. “화나는 일이 생기거나 섭섭한 일이 생길 때마다 1분을 허락하라…” 상대방의 눈을 마주하고 숨 고르는 1분, 내 앞의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믿음. 의사의 길을 걸어온 지 16년, 하루 평균 만나는 환자 60~70명, 안타깝지만 진료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생님은 온 마음을 다해 오늘도 환자의 눈을 마주한다.


의사의 공감 통화 “여보세요? 고은희입니다”

 

‘당뇨병’이란 판정을 받는 순간 대부분의 환자들은 상실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평생 병을 안고 가는 환자라는 낙인, 자식에게 대물림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선생님은 그 마음을 위로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의사라고 했다.
외래진료가 모두 끝난 후에도 선생님은 진료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검사 결과가 나오거나 혹은 진료실에서 어두운 얼굴을 한 환자가 있다면 선생님은 일부러 시간을 내 환자에게 직접 전화를 건다.
애타게 기다리던 검사 결과를 미리 알려주기도 하는데, 환자가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지 않았으면 해서다.
그러다 보면 진료시간에 못다 한 이야기나 질문들이 쏟아지기도 해서 통화는 자연스레 길어지기 마련이라는데, 이런 의사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또 반가웠다.
선생님의 이유는 명쾌했다. “저는 건강하잖아요. 제 환자가 제 손을 많이 타는 편인 거죠.” 사실, 환자는 몸도 마음도 약해진 상태일 것이다.
아픈 이들의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자상하고 실력 있는 의사라면 병이 주는 고통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공부벌레 의사  “주말은 연구실에서”

의사의 꿈을 꾼 건 아버지 덕분이었지만, ‘의사는 평생 연구자’라는 걸 몸소 보여준 이들은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스승이자 선배들이었다. 특히, 이기업 교수님을 만난 건, 의사로서 얻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다.
한 연구의 결과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4~5년,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완벽주의자인 고은희 선생님은 의사가 된 이후 주말은 늘 연구실에서 보낸다. 현재는 인슐린 저항성과 비만 개선을 위한 연구와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를 위한 기전 연구 및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연구가 성공적인 진료로 이어지기를 스승이 그랬듯 고은희 선생님의 꿈도 ‘연구하고 공부하는 실력 있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고은희 선생님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핵수용체 연구의 권위자인 미국의 데이비드 무어(David D. Moore/Department of Molecular & Cellular Biology, Baylor College of Medicine, Houston, Texas, USA) 교수가 있는 미국의 연구 기관에서 대사질환 기초 연구를 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1년이라는 시간은 연구자에게는 짧은 기간이겠지만, 선생님을 기다리는 환자에게는 긴 시간일 것 같다. 그러나 1년 뒤, 공부벌레 의사는 또 얼마나 멋지고 실력 있는 의사로 환자의 곁으로 돌아올지 기대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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