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COPD를 아시나요? 2014.10.20

COPD를 아시나요? -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병은 무엇일까?

너무 무서워서 감히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마마’라고 불렀던 천연두는 백신 개발로 멸종됐다.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에이즈도 더 이상은 치료 불가능한 병은 아니다. 중병의 대명사인 암 역시 의학 발달과 함께 환자들의 평균수명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과는 반대로 상대적으로 사망 순위가 점점 높아지는 질병이 하나 있다. 이 병의 세계 사망 순위는 현재 5위, 2020년에는 4위로 뛰어오를 전망이고 WHO에서는 2050년엔 1위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이름도 낯선 COPD, 한국말로 하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이다. 흡연이나 나쁜 공기로 인해 기도가 점점 딱딱하게 굳고 좁아지면서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병이다. 병명만 들어서는 그다지 무섭지가 않다. 만성이니 꾸준히 치료하면 될 것이고, 폐암도 살리는 마당에 폐 질환이 대수일까 싶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의사도 환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 탓에 COPD로 인한 사망률이 치솟게 된 것이다. 혹시 무척 희귀한 질병이라서 관심을 덜 받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40대 이상 남성에서 COPD 유병률은 20%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 환자 중 실제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10% 미만이다. 이런 병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다가 제대로 치료도 못 해보고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사망률이 높은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증오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더니 바로 이 병에 딱 맞는 표현이다.


호흡기 내과, 이세원 교수는 COPD 전문가이자 홍보맨이다.


 

COPD의 치료는 흡입제를 포함한 약물이 기본이지만 최근에는 과도하게 부푼 상태로 있는 폐에서 공기를 빼내 숨쉬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폐용적축소술이라는 내시경적 치료도 도입되었다. 워낙 중증 환자에서 하는 시술이다 보니 한국에서 이 시술을 받은 환자는 100명이 안 되는데 그중 80%를 이세원 교수가 집도하였다.
COPD의 치료를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데, 이 교수에겐 이 병에 제일 근접한 의사인 만큼 환자들의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해 논문을 써야 한다는 학자적 책임감이 있다. 정리한 논문은 학회에 발표해 다른 의사들과 정보를 공유한다.
이렇게 COPD 연구에 매달리다가 깨닫게 된 것은, ‘의사로서, 학자로서 궁금한 연구가 아니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호흡기 장애인을 위한 호흡재활, 이동형 산소 등을 어떻게 보급하고 활성화할까 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 COPD환자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숨이 찬다. 그래서 운동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호흡에 필요한 근육을 포함해 온몸의 근육이 줄어든다. 근육의 힘이 달리니 숨이 더 쉽게 차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계속되며 환자는 죽어가는 것. 그래서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운동량을 계산해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치료법이다. 서울아산병원 호흡재활실은 바로 이런 목적으로 문을 연 곳이다. 헌데, 다른 재활치료와는 달리, 호흡재활은 보험적용이 안 된다. 환자들에겐 그만큼 문턱이 높은 것. 게다가 산소호흡기가 있어야 운동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는데, 이동용 산소호흡기는 보험적용이 안 돼, 기계 가격이 550만 원이나 한다. 이래저래 COPD 환자들은 외면받고 있는 실정. 이세원 교수가 각종 호흡기 학회는 물론이고, 호흡기장애인협회, 질병관리본부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게 된 건 바로 이런 사정을 알리고 싶어서다.

헌데, 낯설고 위험한 병, COPD에 대한 의사로서의 관심을 넘어서서, 장애인협회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까지 만나고 다니는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논문을 쓰고 학회에 발표하는 것으로 의사의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이 교수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계’ 때문이라고 하셨다. COPD는 어찌 보면 쉬운 병이다. 이 병은 암도 아니고, 불치병도, 시한부도 아니다. 때문에 살릴 수 있고, 살려보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될 때면 의사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는 선생님. 여기에 고가의 치료비, 환자의 무관심으로 기회를 놓치게 될 땐 정말 좌절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COPD 홍보맨이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병을 알리고, 치료할 기회를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COPD와의 싸움은 아마도 장기전이 될 것이다.
이런 전투에선 용맹한 장군보다는 냉철하고 끈기 있는 지장 타입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차분한 말투에 담백한 내용 전달. 이세원 선생님에게서는 지장의 면모가 엿보인다. 선생님의 노력과 지혜가 COPD 정복에 큰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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