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법칙 2015.03.11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법칙 - 안과 이주용 교수

 

눈동자에서 망막의 황반까지의 크기는 평균적으로 1인치, 약 2.5cm이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이 작은 무균성 조직이야말로 안과 이주용 선생님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존재라고 한다.


환자를 지켜주는 골든 타임, 안과에도 응급 수술이 있다

안과 수술 시간은 평균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지만, 이 시간이 골든타임이다. 하루는 오후 진료가 다 끝났을 때 응급수술이 결정됐다. 간농양으로 다른 과로 입원한 60대의 여자 환자였는데 갑자기 ‘내인성 안내염’이 찾아온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수술이 시작된 건 자정 무렵,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환자는 시력을 되찾게 되었다. 얼마 후, 선생님 앞으로 장문의 편지와 피아노 연주 음반이 도착했다. 수술을 받은 그녀는 피아니스트였다. 제때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그녀는 더 이상 연주 무대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명의’라는 칭찬부터 편지의 마지막 줄까지 의사로서 들을 평생의 칭찬은 그때 다 들은 것 같다는 선생님. 환자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의사로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보람이라고 했다.


생애 첫 번째 만난 의사 선생님은 동네 안과 의사

 

부산이 고향인 선생님의 집 아래층은 안과 병원이었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찾는 동네 병원, 소소한 안과 검진부터 결막염 같은 진료를 봐주던 의사 선생님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아들의 나이보다 더 많은 해를 의사로 살아오신 아버지는 일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현장에서 진료를 해오고 계신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란 세 형제들 중 둘은 자연스레 의사가 됐다.
형님은 부산에서 망막 전문의로, 아버지와 형이 가는 길을 따라 이주용 선생님도 망막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사가 됐다.
‘의사 할아버지’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아버지는 환자와 아들들에게 언제나 자상하셨다.

선생님에게 ‘의사’와 ‘아버지’란 이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에게 ‘좋은 의사’란 환자를 친절하고 대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주시던 아버지와 같은 의사다.

 


미지의 망막, 몰입할 수 있는 힘은 환자

선생님의 전문 분야인 망막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어서 연구할 게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유전자를 이용한 망막변성 치료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특히 망막 신경세포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단백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동물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하느라 보내는 빠듯한 시간,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는지 알아줘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환자일 것이다. 마치 주문 같은 환자의 칭찬과 교감이 선생님을 망막 연구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법칙

선생님이 의사 생활을 시작한 건 1999년이다. 그날 이후 정규 일과를 시작하기 전, 이른 아침 2시간이 이주용 선생님에게는 ‘골든 타임’이다. 진행 중인 연구 자료를 정리하거나 논문을 읽고, 그날의 수술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그 시간조차 선생님의 마음은 온통 ‘눈’을 향해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고 한다. 하루 3시간씩 10년 동안 정성과 노력이 쌓이면 누구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법칙. 변함없이 부지런히, 변함없이 치열하게 이주용 선생님은 의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 많은 날들을 가늠해본다면 1만 시간, 아니 10만 시간의 법칙이 가능하지 않을까…


진료실에서의 선생님은 환자의 눈을 마주하고 필요하면 손가락으로 일일이 짚어가며 주의 사항을 일러주고 심지어 환자가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 톤까지 고민한다고 했다.
치열하게 때로는 친절하게… 선생님은 평생 안과의사로 살아온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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