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해피엔딩을 기다리며 2017.05.12

해피엔딩을 기다리며 - 소아청소년 일반과 이범희 교수

 

엄마의 품에 안긴 채 진료실로 들어온 아기.
태어난 지 고작 한 달이 안 된 아기는 태어나기 전 이미 산전 진단으로 요소회로대사이상 질환을 진단받았다.
간이식을 받거나 효과적인 치료제가 발견되기 전까지 아이는 의사와 만나게 될 것이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평생 만나야 하는 의사

소아청소년 일반과 이범희 교수의 주전공은 의학유전학이다. 주로 희귀 유전 질환, 염색체 이상, 선천성 기형, 선천성 대사질환
환자들이 그를 찾는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요소회로대사이상증, 유기산대사장애, 고셔병, 신경섬유종증, 파브리병, 윌슨병 등이 있다. 생소한 이름만큼
질환 자체가 드물고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질환이 많다. 발병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있어 일반 병원에서 정확하게
진단받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다 결국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를 찾은 보호자는 아이의 병명을 알려준
의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하지만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는 사실은 부모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된다. 이 교수는 그런 보호자의 마음마저 자신의 몫으로 생각한다.
유전질환 환자와 한번 맺은 인연은 10년, 15년 마라톤처럼 이어진다. 특히 여성 환자의 경우 결혼을 하거나 출산을 준비할 때가 되면
걱정이 많다.

“산전진단을 받으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임신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을 직접 설득하는 일도 마다치 않는다. 산전 진단을 받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산모가 아이를 안고
진료실로 들어오면 그도 부모처럼 기뻐한다.


조금씩 희망을 발견하는 기쁨

유전질환 분야는 여전히 불모지다. 진료와 연구의 경계가 없어 의사는 늘 새로운 치료법을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이 교수는 국내
유전질환의 개척자인 소아일반과 유한욱 교수와 함께 다양한 유전질환 연구를 함께 진행해 오고 있다. 3년 전 감기약 중 하나가 유전성
대사질환인 고셔병의 신경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발표를 접했다. 연구팀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이 병의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2014년 미국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로 연수를 떠났다. 그곳에서 이 교수는 희귀유전질환의 발병 기전을 찾는 연구에 매달렸다.

2년간의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지난해부터 신경외과 나영신 교수와 함께 신경섬유종클리닉을 열었다. 동시에 줄기세포센터 강은주
조교수와 미토콘드리아 연구회를 만들어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발병기전과 약물탐색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여러 연구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유전질환의 예방 혹은 최소화하는 방법에 조금씩 접근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를 개발해 환자의 삶이 조금이라도 편안해 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환자와의 벽을 허물다

이범희 교수는 바쁜 진료와 연구 일정 가운데서도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듣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함께 일하는 간호사는
다정다감한 말투가 그의 장점이라고 했다. 대기실 앞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진료에서 아이가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있어서 감동했습니다.”

환자의 질문에는 조목조목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고 했다. 또 다른 보호자는 주말이나 연휴와 관계없이 환자가 위독해져 응급실에
찾아오면 내려와 환자 옆을 지켜주는 의사라고 했다.
“교수님은 환자와 벽을 두지 않아요.”


만만하지 않은 적을 이기기 위해 그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을 만큼 일에 파묻혀 살고 있다. 진료와 연구의
쳇바퀴 속에서 갓난아기였던 환자가 유치원에 들어가고, 중고생이 되는 것을 보며 비로소 세월을 느낀다.
“환자가 완치해 더 이상 저를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게 해피엔딩이겠죠.”
오늘 하루도 아름다운 엔딩을 꿈꾸며 그를 기다리는 환자와의 만남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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