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확신이 설 때까지 집요하게, 집중해서 2020.04.13

확신이 설 때까지 집요하게, 집중해서 - 신경과 구용서 교수

 

“다시 저를 찾지 않는 환자가 가장 고맙습니다!”
환자를 괴롭히던 증상이 사라졌다는 가장 확실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뇌전증을 숨기고 시집왔다는 구박을
들으며 평생 병원을 찾지 못했던 할머니, 한차례 뇌 수술 실패를 겪고 더 이상의 치료가 두려운 청년 등 신경과
진료실에는 안타까운 사연과 원인이 불분명한 증상들이 쏟아진다. 이를 단서로 구용서 교수는 여러 증상의
교차점과 리듬을 집요하게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뇌 지도를 그려 수술을 안내한다. 완치를 향한 그의 고민과
집중의 여정을 들어 보았다.
 

일단 경험하라

“우리 어머니 좀 제발 살려주세요.”

모교 병원에서 근무할 때였다. 심각한 뇌전증으로 우울증과 망상까지 앓는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이 매일같이 찾아왔다. 절박한
애원이 마음에 밟혔다. 다행히 MRI와 뇌파 검사를 통해 뇌의 문제 지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수술을 타과에 의뢰했지만 진행이
순조롭지 않았다.

“경험이 없으면 쉬운 것도 어렵게 보이잖아요. 당시 병원에선 첫 수술 케이스였거든요. 수술을 진행할 선후배를 모아 한번 해보자고
설득했어요. 수술 후 환자를 괴롭히던 증상은 싹 사라졌죠.”


고맙다는 보호자의 인사 한마디로도 보상은 충분했다.

“수술을 안내하며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 갈증이 쌓였을 때입니다. 정체되지 않으려면 더 많은 경험이 필요했죠.”

적극적인 학회 활동과 연구로 2014년에는 국제하지불안증후군 학회에서 ‘웨인 헤닝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신경과 이상암 교수로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연결을 통해 답을 찾아라

 

“지금은 여러 과와 잘 짜인 프로토콜을 통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뇌염이나 뇌전증을 치료하는 데 의료진의 긴밀한 연결이 필요하다는 걸 매번
실감합니다.”


일례로 간호사 출신의 결핵성 뇌수막염 환자를 소개했다. 계속되는 통증에
의식이 떨어지고 사지 마비는 물론 소변도 보지 못하는 상태였다. 면역계가
과반응을 일으키며 신경계와 척수를 망가뜨린 것이다. 문제는 스테로이드 양을
늘리면 호전되었다가 줄이면 그대로 악화된다는 점이었다. 진전없는 처방을
지속할 순 없었다. 그의 깊은 고민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가 비슷한 케이스를
소개했다. 치료법엔 허가되지 않은 약이 포함되어 있었다.

“곧바로 식약청에 신의료기술 신청을 내고 모든 절차를 밟았습니다. 새로운 약을
처방하자 환자는 열 개 넘게 먹던 약을 다 끊고 삶의 질이 달라졌습니다. 위기의
환자를 치료한 것에서 나아가 새로운 면역 치료법을 하나 더 마련했다는
의미에서 매우 기뻤습니다.”

 

 

 

다 듣고 더 고민하라

시간에 쫓기던 전공의 시절 ‘아무리 바빠도 환자 위주의 진료를 펼치라’는 충고가 잘 들리지 않았다. ‘내 환자’가 생긴 지금은
불문율에 가깝다.

“제가 시간을 아끼려고 할수록 치료는 지체되고 환자의 불만이 들렸어요. 환자를 잘 돌보는 방법은 결국 환자의 호소를 잘 듣는
거더라고요.”


그 속에서 큰 흐름을 잡고 흩어진 단서들에 집중했다. 경련은 왜 하는지, 약의 부작용은 무엇인지 등 신경계 문제를 추리며 하나하나의
증상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설명하면 환자들은 순순히 따랐다. 환자 입장에서 제시한 치료 방법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수술을 꺼리는 이유도 모두 듣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라면 지원 방안을 찾고,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라면 새로운 의술과 약물을 찾아서
제시해야죠.”


구 교수는 의대 진학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였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를 분석하고 정답을 구하며 코딩을 즐기는 기질 덕분에 신경과
연구가 재미있단다. 대뇌 언어기능 위치 평가, 수술 중 신경계 감시, 뇌전증 지수 상태 등 진행 중인 연구를 설명하는 모습에서 그의
열정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뇌의 수술 위치를 결정해 그대로 뚫거나 떼어내면 해당 증상이 사라지는 게 늘 신기해요. 대신 잘못된
위치를 건드리면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옵니다. 정확한 원인과 수술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고민하고 집중해야 해요. 다행히 뇌전증은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연구와 증명, 고민과 해결을
부지런히 오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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