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의사이고 싶다 2015.11.20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의사이고 싶다 - 내분비내과 이우제 교수

 

어떤 의사가 당뇨를 잘 고치는 의사인가요?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 한 번 발병하면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병, 바로 당뇨병이다.
당뇨병을 ‘잘’ 고치는 의사는 어떤 의사일까? 당뇨병 전문의인 이우제 교수는 ‘환자에게 당뇨병 관리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고 행동을
개선해줄 수 있는 의사’가 당뇨병을 잘 치료하는 의사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수십 년을 같은 패턴으로 살아온 환자에게 하루아침에 생활 습관을 고치라고 해서 단번에 바뀔 수 있는 환자가 몇이나 될까?
의사와 환자가 만나는 짧은 시간 동안 아무리 좋은 말로 환자에게 동기를 유발할지라도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작심삼일인 경우가
태반이다. 의사가 환자를 따라다니며 밥은 건강식으로 챙겨 먹는지, 매일 운동은 하는지, 술은 많이 마시지 않는지를 체크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그는 ‘시스템’에 주목했다. 3~4시간의 외래 진료시간에 60~70명의 환자를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환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생활습관 하나하나를 해결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당뇨병의 경우 환자의 생활습관을 수시로 체크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므로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팀을 만들고 환자의 유형에 따라 그 환자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토콜과 매뉴얼을 마련하는데 힘쓰고자 한 것이다.


좋은 환경이 좋은 시스템을 만든다

 

서울아산병원의 장기 이식 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따라서
장기 이식을 위해 전국에서 서울아산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이우제 교수는 이 점에 주목했다. 병원 내에 장기 이식 환자가 많은 만큼,
이식 후 당뇨병을 앓게 되는 환자 수 또한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 이식을 받은 환자는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인해 수술 후 혈당이 오르는
경우가 많고 향후 당뇨병이 생길 위험성도 높다.)

그는 장기 이식, 특히 간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당뇨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분야별 연계에도 앞장섰다.
최고 수준의 간이식 수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당뇨 관리 시스템의
합작으로 서울아산병원만의 특화된 진료 시스템이 또 하나 갖춰졌다.
시스템 전반을 읽을 줄 아는 그의 시선이 빛을 발한 작업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비로소 보이는 것들

당뇨병 전문의와 환자는 마치 숙제 검사를 하는 선생님과 학생 같은 관계일 때가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혈당조절을 잘 하기 위한
생활습관 개선 방법을 알려준 후 다음 진료일에 제대로 이행했는지 체크한다. 환자의 혈당 조절 수치는 그대로 숙제 점수가 되는데,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고 싶은 모범생 환자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해도 습관을 고치기 어려운 환자도 있는 법이다.
숙제를 잘 못하는 환자가 제대로 혈당관리를 할 수 있도록 끌고 나가는 것이 의사의 몫. 처음 당뇨병 전문의가 됐을 때 그는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반드시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라는 정답만 얘기해주었을 뿐, 이 환자가 왜 의사의 조언대로 행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귀 기울이지 못했다.
그러나 환자와 마주한지 20년이 지난 지금의 그는 조금 다르다. 환자의 나이에 따라, 생활환경에 따라 저마다의 사정이 있게 마련이다.
환자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환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그 상황이 이해가 될 때가 많다. 이럴 때는 정답 대신 정답에
근접한 차선책을 이야기해주면 환자가 의사의 조언대로 따라올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의사로서의 경험이 쌓이면서 환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는 이제 환자가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도 웃으며 함께 차선책을 고민해줄 수 있는 편안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환자를 보면서 쌓인 것은 지식뿐만 아니라 환자를 품을 줄 아는 넓은 아량이기도 하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