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꿈을 좇아 실마리를 풀다 2018.10.11

꿈을 좇아 실마리를 풀다 - 영상의학과 양동현 교수

 

부산에서 올라온 양동현 교수가 택시 안에서 서울아산병원을 처음 마주한 순간, 말 그대로 압도당했다. 모교인
부산대학교에선 상상할 수 없는 규모였다.
심장전문의를 꿈꾸며 인턴을 시작한 그는 이내 회의에 빠졌다. 환자와 보호자를 돌볼 자신이 없었다. 진로를
영상의학과로 정하면서도 아쉬움은 남았다. 그때만 해도 심장 분야와는 영영 멀어지는 듯했다.


우연 그리고 인연

전공의 시절 양동현 교수는 뜻밖의 기회를 만났다. 금요일 밤마다 임태환 교수가 주도하는 동물실험에 막내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당시 임 교수는 고양이 실험을 통해 심장질병 모델을 만들며 국내 심장영상의학의 초석을 다지고 있었다.

“영상의학과를 택하며 반쯤 포기했던 심장학을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게 된 거예요. 거기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과정이니 신이
났죠. 열심히 했습니다. 임태환 교수님께 더 고마운 일은 그 이후에 일어났죠.”


그는 전임의를 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퇴사한 적이 있다. 자신의 선택이었지만 좌절도 컸다. 교수의 꿈을 단념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신
대전에서 일반영상의로 일하며 수입도 늘고 가족과의 시간도 넉넉해졌다. 편안한 삶이 싫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지루했다. 2년 후
임태환 교수에게 전화가 왔다. 다시 서울아산병원으로 돌아오라는 것.

“학계를 떠난 개원의에게는 꿈도 못 꿀 제안이죠. 그렇지만 벌여놓은 일이 있어 확답이 어려웠어요. 우리 병원 간호사 출신인 아내가
한마디 하더군요. 그동안 잘 쉬었으니 기회가 왔을 때 꼭 잡으라고요. 심지어 임 교수님은 제가 일하던 병원 원장을 직접 만나셨어요.
‘미안하지만 저 친구는 해야 할 일도 있고 아직 젊으니까 데려가고 싶다’면서요. 실험실의 막내를 눈여겨본 인연이 지금의 저를 만든
거예요. 제가 더 열심히 할 수밖에요.”


협업으로 만든 성과

 

환자를 직접 대면하진 않아도 수술과 진료에서 심장영상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심도 있게 치료 방향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제주도에서 온 복잡심장기형 소년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소아심장 의료진은 단심실 교정이냐 양심실 교정이냐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양심실 교정은 가장 이상적인 치료지만 생명의 위험이 컸다. 안전을 고려해 단심실
교정으로 결론지을 때쯤 3D 프린팅으로 출력해서 다시 살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복잡한 구조 탓에 양 교수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영상자료에서 필요한 정보를
분리하며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그렇게 나온 모형 심장에서 양심실 교정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 치료전략을 바꾼 의료진은 양심실 교정을 무사히
성공시켰다.

“저는 제가 포기한 길을 걷고 있는 임상의들을 존중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돕고
싶어요.”

 

그는 심장 분야 임상의들과 자주 모여 그날 치료할 환자들의 사진을 점검한다. 치료 전략을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일 때도 있다.

“문제의 환자를 수술하고 나온 의료진이 저를 향해 ‘영상의학과 승!’이라고 외쳐줄 때가 가끔 있어요. 제 의견이 맞았던거죠. 우리
병원의 훌륭한 성과들은 이렇게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 분위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와도 뜻만 맞으면 협업을 진행할 수 있고
그때마다 저는 성장해 왔지요.”

 

연구융합의 중개자가 되어

요즘 양 교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보건복지부 인공지능학습센터 과제의 주관책임자를 맡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공지능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며 실용화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미국 연수 시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보며 충격을 받았어요. 인공지능의 배경부터 조사했죠. 의료현장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판독 수준이 올라가고 인간의 부족한 인지능력도 채울 수 있어요. 병원에 돌아오니 평상시 연구를 같이 해오던 서준범·
김남국·김영학 교수님도 인공지능 연구를 이미 준비하고 계셨죠. 덕분에 제 분야의 연구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영상의학과의 연구에 융합은 필수다. 양 교수는 김남국 교수, 포스텍 이상준 교수팀과 함께 4D 유동 자기공명영상으로부터 대동맥
혈류의 방향과 속도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심혈관 질환의 진단과 예측, 환자 맞춤형 치료 등에 필요한 적용방법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의 많은 연구는 임상의와 공학자를 부지런히 만나며 얻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제 연구뿐 아니라 임상의의 데이터와 개발자의 기술을 파악하다 보면 서로에게 뭐가 필요한지 보여요. 양쪽의 융합을 주선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도 제 역할입니다.”


얼마 전 그는 포항공대 연구 랩에서 4D 유동 자기공명영상 연구결과에 대해 강의했다. 고교 시절 부산과 가까워 입학하기를 꿈꾸던
학교였다. 의사가 되어 이곳의 공학자들과 논문을 쓰고 국가 과제를 수행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개인적으로 감격스러웠어요. 미처 꿈꾸지 못한 일들이 이뤄지고 있었죠. 운이 좋았어요.” 보이는 건 똑같아도
숨겨진 실마리를 찾아내고야 마는 양동현 교수. 그가 만든 차이는 운이 아닌 숨은 노력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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