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숙녀의 손 2018.11.21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숙녀의 손 - 이비인후과 유명상 교수

 

흔히 이비인후과라고 하면 감기 걸렸을 때 찾아가는 동네병원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비인후과는 귀, 코,
목에 생기는 가벼운 질환부터 치료가 까다로운 희귀암까지 아우르는, 내과와 외과의 특성을 모두 갖춘 과다.
가장 최전방에서 외부와 우리 몸을 연결하는 귀와 코, 그리고 목. 각기 다른 생김새만큼이나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치료방법도 완전히 다른 이 기관들의 매력에 지루할 틈이 없다는 이비인후과 유명상 교수를 만나봤다.


숨길을 지키기 위한 노력

이비인후과 중에서도 코, 비과를 주로 진료하고 있는 유명상 교수. 비과에서 가장 일반적인 부비동염 과 수면 무호흡증 수술을 비롯해
특히 코 주변 공간과 머리 쪽에 근접한 부비동 종양, 두개저 종양이 그의 전문 분야다. 임상강사 시절, 스승의 권유로 하나만 하기도
어려운 코와 두경부 분야의 펠로우를 둘 다 마친 유 교수. 당시 쌓은 진료 경험이 코 의사로서 비부비동 종양과 수면 무호흡증 수술을
다루는 지금의 유 교수에게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수술 대부분이 비강과 부비동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술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과 끊임없는 인내심, 섬세함은 필수다.

“코라는 게 구멍이잖아요. 그런데 뻥 뚫려 있는 것이 아니라 들여다보면 동굴처럼 굉장히 복잡합니다. 동굴도 들어가면 바닥에 물이
고여있고, 옆에 또 다른 동굴이 있고, 천장에서 석주라는 기둥들이 내려오지 않습니까? 코도 비슷합니다. 좁은 길 구석구석에 병변과
종양들이 숨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코는 우리 몸에 숨을 불어넣는 숨길이다. 병을 고치는 것뿐만 아니라 코 본연의 기능을 살리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과 의사는
‘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마음, 숙녀의 손’을 가져야 한다고 했던가.
유 교수는 예리한 눈과 담대한 마음, 섬세한 손으로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수술과 코의 기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최고의 스승, 환자

 

최근 상악동에 악성 종양이 6번째 재발한 환자를 진료하게 됐다는 유명상 교수.
70대 초반의 할머니 환자였는데 6번째 재발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늘 밝고
긍정적이셔서 오히려 유 교수가 위안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그런데 저를 안다고 하시는 겁니다. 차트를 보니 처음 수술하신 2006년에 제가
그분의 담당 전공의였어요. 환자분이 수술실에 들어갈 때 제가 위안이 되는
이야기를 해줘서 지금도 기억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시 그분을 만난 것도
놀라웠지만 수술만 치료가 아니라 한마디 말도 정말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환자였습니다.”


유명상 교수에게 있어 환자란 어떤 의미일까? 유 교수는 이 막연한 질문에 자신
있게 '최고의 스승'이라는 답을 내놨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의 증상
하나하나가 교과서에 쓰여있는 한 줄, 한 단어, 바로 교과서 그 자체이기
때문이란다. 처음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할 당시만 해도 내가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유 교수는 환자가 나에게 주려는 가르침이 무엇인지
그 뜻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연구 활동

부비동 종양 수술에 큰 도약을 가져온 내시경의 도입, 그 후 20년이 넘게 흘렀다. 유명상 교수는 앞으로의 20년은 로봇수술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최근 4개의 로봇팔을 하나로 합치고 크기도 훨씬 작아진 로봇이 개발되면서 예전엔 접근이
어려웠던 부비동 종양 치료가 간편해지고 치료성적 또한 크게 향상되리라는 것이다. 수면무호흡증 수술에서도 최근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나 신경자극 수술 등이 외국에서는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유 교수는 로봇수술을 비롯한 새로운 치료법을 적극 도입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코에 증식하는 세균에 관한 연구도 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장내 세균이 우리 건강에 주는 다양한 효능이 밝혀지고 있잖아요.
유산균 같은 좋은 세균은 장 내에 증식하도록 복용하기도 하고요. 이처럼 코에 있는 좋은 세균을 찾아내서 증식하도록 돕는다면 면역
관련 질환이나 알레르기 비염 등의 질환을 치료할 방법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외래를 앞두고 미리 차트를 살펴볼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는 유 교수. 오늘도 유 교수는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환자를 맞을 준비를 한다. 환자가 자신을 떠올릴 때 ‘신뢰하고 가족을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고 말하는 그. 유명상 교수와 환자들의 아름다운 동행이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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