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교수의 전문분야는 유방암, 대장암, 육종이다. 암 환자들에게 항암제를 수술의 보조적인 치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암이
전이됐거나 암4기로 수술적인 접근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항암제 치료를 하게 된다. 심각한 상태의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긴장감과 무거운 분위기의 연속일 것 같아 진료할 때의 분위기를 물으니 김정은 교수에게서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제가 암 환자분들만 보면 우울할 거라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는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편하게 해드리려고 하고, 친근하게
설명을 잘 해드리려고 해요. 매 순간 분위기가 무거울 필요는 없잖아요. 기나긴 치료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어려운 치료 과정이지만
희망적인 부분이 보인다면 그 부분을 말씀해 드리고 조금이라도 웃으실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드리려고 합니다.”
자칫 절망에 빠질 수 있는 암 환자들을 향한 김정은 교수의 배려가 담긴 대답이었다. 그리고 김정은 교수 본인 또한 환자들을 통해
희망을 배운다고 한다. 임신 중기에 유방암을 진단받고 항암제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현재는 건강한 아기를 데리고 외래를 올 때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한다.
김 교수가 치료하는 환자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더 애정이 가는 환자들이 있다고 한다. 육종이라는 희귀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전체 암 환자 중에서도 육종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희소하다. 육종이란 뼈, 연골, 근육, 지방,
신경, 혈관 등의 비상피성 결합조직에 발생하는 종양을 말하는 것으로,
사지, 눈, 후복강, 흉부 등 신체의 전반적인 부분에 나타날 수 있어
더욱 치료가 까다롭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육종을 치료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더욱 애정이 가요. 환자 한 명 한 명 이름과 얼굴, 사연들이
다 생각날 정도로요. 유방암, 대장암 같은 암은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것에 따라서 치료법을 진행하면 되거든요. 하지만 육종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아서 환자, 보호자와 많은 상의를 해야 하고 좀 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치료에 있어서 노력이 더욱 많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환자에 대해서 애정이 많이 갑니다.”
대학생, 군인이었던 육종 환자가 치료를 받고 지금은 사회에 나가 각자의 위치에서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한 명씩 얼굴을 떠올리는 김 교수의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육종은 암중에서도 희소하다 보니 다른 암에 비해서 연구가 활발하지는 않은 편이다. 그래서 김정은 교수는 육종에 대해서 더욱 깊게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도전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김 교수다운 말이었다.
“육종은 사실 너무 드물어서 글로벌 제약사들조차 시장이 좁다고 생각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편입니다. 지금은 제가 부족하지만
좀 더 경험을 쌓아서 나중에는 육종의 신약 개발 연구를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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