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절망을 이겨 만들어 낸 힘 2015.08.31

절망을 이겨 만들어 낸 힘 - 심장내과 이승환 교수

 

그는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트럭운전사였던 아버지는 평소 술을 많이 마셨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가난은 병을 불렀다.

그가 세 살이 되던 해, 장이 썩어 곧 죽는다고 했다. 고아로 자란 어머니는 아들이 가여워 바닥에 앉아 서럽게
울었다. 그 모습에 의사는 수술이라도 한번 해 보자며 그를 데려갔다. 2년 동안 10여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의료보험 혜택도 없던 시절이었다. 200만 원 이상 나온 진료비를 해결할 방법이 없던 모자에게 의사는 물었다.
“월급이 얼마요?” “2만7천 원입니다.” “그렇다면 한 달에 5천 원씩 갚으시오.” 의사는 모자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인생을 바꾼 의사와의 만남

심장내과 이승환 교수는 대구에서 태어났다. 2남 1녀 중 장남. 지독하게 가난했다. 세 살 때 장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엄마, 왜 나는 매일 배가 아파요?’ 10살 때 자신을 살려준 의사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나도 좋은 의사가 돼서 어려운 환자를
돌봐야지.’ 그날 이후 보란 듯이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의대에 입학했다. 뒤늦게 ‘맞는 길을 가는 걸까’라는 물음에 방황했다. 그때마다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빨리 의사가 돼 은혜를
갚아야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정을 밟고, 파견근무 차 강릉아산병원 종양내과에서 레지던트 1년 차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극적으로 치료하는 심장내과에 마음이 끌렸다. “심장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배움의 문을 두드린 그에게
정상식 교수(강릉아산병원 순환기내과)는 매일 저녁 심장 치료의 기본을 가르쳤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그가 물었다. “제 인생에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선생님도 그 중 한 분입니다.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까요?” 정 교수는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후배에게 똑같이 해 주면 된다.”

강릉 파견근무를 마치고 서울아산병원으로 복귀한 후, 서울아산병원이 심장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를 가진 병원인 것을 알게 됐다.
강한 추진력과 뛰어난 학문적 성취를 이룬 박승정 교수, 올곧은 인품으로 후배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박성욱 교수가 있었기에
심장내과를 선택하는데 한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찾아오는 환자들

 

이승환 교수는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에 풍선이나 스텐트를 넣어 넓히는 시술을 한다.
특히 꽉 막힌 관상동맥이나 말초혈관 뚫기가 그의 주전공이다.
2007년 관상동맥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박승정 교수가 그에게 말초혈관질환
시술을 조용히 제안했다.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었다.
개척하는 기분으로 시작했다. 학회와 초청 강연 등을 찾아다니며 말초혈관시술의
기본기를 쌓았다. 촌각을 다투는 관상동맥 시술과는 달리 꽉 막힌 말초혈관시술은
최소 2시간 이상을 시술해야 했다. 시술 시간이 길어 밥 먹을 틈도 없을 때면 배가
아파 많이 먹지 못하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각 진단과를 쫓아다니며 환자를 보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시술 건수가 하나둘 차곡차곡 쌓였다. 어떤 환자의 혈관도 다 뚫는 그의 열정에
다른 의사들이 환자를 보내면서 현재 시술 건수가 300건까지 늘었다.
시술 성공률도 95%에 이른다.

현재 이승환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말초혈관질환센터장으로 국내의 관련 분야를
이끌고 있다. “어떤 어려운 여건의 환자라도 서울아산병원에 왔다면 최선의 치료를
해줘야 해요. 서울아산병원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찾아오는 병원이잖아요.”

 

진심은 통한다

“아주 큰 걱정거리를 안고 찾아온 환자라도 교수님의 말 한마디면 걱정이 확 줄어드는 게 보여요.” 중환자실의 한 간호사는 그를 환자와
함께 고민하는 의사라고 했다. 시술실에 가장 먼저 나와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의사라고도 했다.
이승환 교수는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를 보며 같은 아픔을 느낀다. 불안해 하거나 초조해 하는 환자를 만나면 서슴없이 가운을 열어
자신의 배를 보여준다. 쪼글쪼글한 배 위에는 15cm 길이의 깊은 흉터가 그어져 있다.
“저는 아직도 매일 배가 아픕니다. 그래도 하루하루 즐겁게 삽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맛있게 먹고, 웃으며 살아야죠.”
그렇게 손을 잡고, 어깨를 안아주는 그의 진심에 환자들이 어떻게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있을까.


“저는 인복이 참 좋은 사람입니다. 목숨을 구해 준 의사 선생님과 장학금을 지원해 준 독지가, 그리고 훌륭한
스승들… 절 찾아온 환자들도 저를 만나 한 번 더 웃고, ‘나도 참 복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절망을 이겨 낸 사람에겐 특별한 힘이 있다. 진심이라는 힘. 그의 위로로 마음이 더욱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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