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험난한 길도 함께라면 2021.07.20

험난한 길도 함께라면 - 간담도췌외과 이우형 교수

 

췌장암, 간암, 담도암을 치료하는 이우형 교수가 수술 환자들과 만나는 기간은 1~2주에 불과하다. 예후가 좋지
않은 질병이라 환자에겐 웃음이 없고 의사가 줄 수 있는 희망은 크지 않다. 이 교수는 환자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데 주어진 시간을 쏟는다. “수술실에 서면 ‘환자가 내게 모든 걸
맡겼구나!’라는 어마어마한 책임감과 마주합니다. 저 역시 환자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죠.”

 

환자의 믿음에 답하다

의대생 시절 외과 실습은 충격적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던 환자가 수술을 거듭하며 병원을 걸어 나가는 감동의 드라마가 자주
펼쳐졌다. 장기를 자르고 봉합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빠져들었다. 실습 중에 실신하는 동기가 있는 걸 보면 체질인 것도 같았다.
레지던트 때 유독 간담도췌외과 환자를 많이 배정받으며 또 다른 어려움을 만났다.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수술 후 합병증이
30~50%에 달했다.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레퍼런스를 찾아보고 끊임없이 선생님들과 상의했다. 어려운 숙제만 안겨주던 환자들이
그를 간담도췌외과로 이끌고 키운 셈이다.

“의료진을 믿어주는 게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 환자가 있었습니다.”

십이지장 천공으로 응급실에 온 70대 환자였다.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하기엔 전신 상태가 불안했다. 급한 대로 해당 부위만 자르고
이었다. 하지만 다른 부위가 계속 터졌고 봉합 수술만 서너 번을 반복했다.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왔는데 워낙
고위험 수술이라서….” 이미 지쳤을 환자와 보호자가 염려되었다. 어떤 불만이나 결정을 꺼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교수님이 끝까지
잘해주실 거라 믿습니다.”뜻밖의 반응이었다.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전폭적인 믿음에는 꼭 보답하고 싶었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환자의 믿음 덕분이었죠.”

간혹 의사를 믿지 못하고 시험하는 듯한 질문을 하는 환자를 만난다. 이 교수는 그런 환자일수록 이야기를 잘 듣고 충분히 설명한다.
불만이 아닌 불안에서 나오는 행동임을 알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완치를 바라보며 치료를 이끌어가는 게 최우선이다.

“어릴 때부터 지병이 많은 조부모님과 살면서 ‘내가 의사라면?’이라는 상상을 자주 했어요. 교육자였던 부모님은 인성을 늘 강조하셨죠.
의사로 사는데 필요한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언젠간 가난한 나라에 가서 의료 선교를 펼치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

 

“우형아, 천천히 하면 다 된다.”

 

‘도저히 안 되겠다. 이쯤에서 개복을 해야겠다.’ 복강경 수술 중에 난관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그때마다 스승의 조언을 떠올린다. “우형아, 천천히 하면 다 된다.”
개복 없이 차근차근 종양을 다 떼고 수술실을 나선다. “다음 단계로 넘어서기 전에
고전하는 구간이 있기 마련이죠. 그걸 참지 못하고 개복하거나 다른 수술로
전환한다면 저는 매번 제자리걸음일 겁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간담도췌외과에서 함께 일하는 이재훈 교수는 이 교수의 강점으로
‘긍정적인 성실함’을 꼽았다.

“수술, 진료, 연구, 학회 활동까지 무엇 하나 빠짐없이 꾸준해요. 그래서 분과의
중심 역할을 도맡고 있죠.”


6~7시간에 걸쳐 암을 깨끗이 제거해도 합병증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환자가
무사히 퇴원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제 목표는 환자들이 ‘적정 치료를 잘 받고 간다’라는 느낌을 갖고 병원을 나서는
겁니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편안한 치료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치료의 최전방에서

최근 항암 치료가 확대되면서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들을 수술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또한 우리 병원의 복강경이나
최소침습수술은 세계적으로 리딩 그룹에 속한다. 그에 따른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다.

“시급한 현안을 파악해서 다른 병원이 혼자 할 수 없는 연구 주제를 계속 제안하고 함께 답을 찾아 나가는 게 첫 번째 과제입니다.
분과 내에 진행하는 연구를 파악하면서 환자에게 맞는 연구와 연결하고 있고요. 또 간담도췌외과 김송철 교수를 필두로
최소침습췌장수술연구회를 만들어 다른 병원에 신의술을 알리는 중입니다. 앞서 치고 나가는 것만큼 널리 퍼뜨리는 역할도 해야죠.”


그의 주 분야인 췌담도암은 대표 난치암으로 꼽힌다. ‘췌장암 예후 예측에 대한 AI 모델 연구’를 진행하며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시해나갈 계획이다.

 

이 교수가 수술 후에 자주 하는 인사가 있다. “수술 잘 되었습니다. 항암 치료를 잘 이겨내시면 앞으로도
좋아질 겁니다.” 예측하기 힘든 질병을 다루면서 긍정적인 인사를 건넬 때는 환자와 그 무게를 함께
짊어지겠다는 의미가 담긴다. 그러면 험난한 길이어도 외롭지 않게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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