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생명의 근원, 내 몸을 살리는 숨 2018.04.02

생명의 근원, 내 몸을 살리는 숨 - 이비인후과 김지희 교수

 

우리가 하루 숨 쉬는 횟수는 몇 번이나 될까? 무려 2만 6천여 번에 이른다. 코로 숨을 쉬는 일은 생명과 직결된다.
공기를 흡입해 산소를 얻고 몸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을 통해 생명 활동에 필요한 기본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더불어 후각은 시각, 청각이 미처 채우지 못한 일상의 감각을 보다 선명하게 채움으로써
삶의 질을 높인다. 작지만 그 역할은 무궁무진한 코를 책임지고 있는 이비인후과 김지희 교수를 만났다.


사람의 얼굴 생김새처럼 각기 다른 코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트리는 만성 부비동염, 비중격 만곡증, 비부비동 종양 등을 담당하고 있는 김지희 교수. 의대 시절, 부비동염,
알레르기성 비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면역학에 흥미를 느껴 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작은 코에서 이루어지는 섬세한 수술은
정말 흥미로웠다고.

“겉으로 보기엔 모두 똑같은 코지만 수술중에 내시경으로 부비동 안을 들여다보면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수술 과정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코는 작고 단순해 보이지만 눈과 뇌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수술과정에서 언제든지
큰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거든요. 늘 위기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수술해야 합니다.”


교과서에 근거한 정확한 치료가 김 교수의 진료원칙. 하지만 후각을 잃은 환자들의 경우에는 아직 명확한 치료방법이 없다.
김 교수는 환자가 의사에게서 더는 해줄 수 있는 치료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느낄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 말하며
이런 경우만큼은 동료, 선배 교수님들의 경험과 연구논문을 참고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도입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게서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 않는 강한 도전정신이 느껴졌다.


더 많은 환자를 살리며 마음의 빚을 갚다

 

김지희 교수가 담당하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 바로 내시경 두개저 수술이다.
두개골의 바닥 부분으로 해부학적 영역이 매우 복잡한 두개저는 한때 의학
교과서에서 접근 불가능 영역이라 불렸던 분야다. 김 교수는 신경외과와 협조해
환자의 콧구멍으로 내시경과 미세 수술기구를 넣고 정상 뇌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며 두개저 병변을 효과적으로 제거해낸다. 김 교수가 어려운 내시경
두개저 수술에 도전하게 된 것은 20대 초반의 한 환자 때문이었다. 코에 곰팡이가
감염되는 ‘침습성 진균성 부비동염’에 걸려 김 교수에게 감염된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된 환자. 그런데 감염된 부위는 부비동을 넘어 두개저에까지 퍼져
있었다. 이전에 백혈병으로 줄기세포 이식과 폐 이식을 받아 면역력이 극도로
약해져 있었던 이 환자는 수술 후에도 상태가 계속 악화하다가 안타깝게 결국
사망하고야 말았다.

“환자의 면역력이 낮기도 했지만 내 실력이 부족해서 결과가 좋지 않았나,
첫 수술 때 좀 더 잘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얼마나 자책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내시경 두개저
수술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거죠.”

 

김지희 교수를 의사로서, 인격적으로 한 계단 더 성장하게 해준 환자였다. 그 환자만큼은 평생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고 말하는
김 교수. 김 교수는 그 환자에게 진 마음의 빚을 더 많은 환자를 건강하게 되살리는 힘으로 바꿔내고 있었다.


환자는 나의 파트너이자 스승

의사는 환자에게 늘 빚을 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김지희 교수. 수많은 환자를 통해 어엿한 한 명의 의사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지금까지 만난 모든 환자가 김 교수의 파트너고 스승이기에 김 교수는 최선의 치료로 환자들에게 보상해주고 싶다.

“만성 부비동염에 어떤 면역학적 특성이 있는지 연구를 계속해서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고요. 또 후각이 저하되어있는
동물 모델을 연구해서 아직 확실한 치료방법이 없는 후각 저하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 개발을 하고 싶습니다.”


환자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더 생각도 않고 내가 의사로서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하는 김지희 교수.
김 교수가 하는 연구, 진료, 수술 모두가 환자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란다.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스스로를
계속 발전시켜나가고 싶다는 김 교수의 이야기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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