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하나의 인연이라도 소중히 여기다 2017.03.08

하나의 인연이라도 소중히 여기다 - 이비인후과 정종우 교수

 

정종우 교수는 말수가 적다. 생일날 직원들이 편지를 전달하며 감사함을 표시해도 슬며시 미소만 지을 뿐이다.
정답지 않을 것 같다는 인상과는 달리 정 교수를 아는 사람은 ‘그의 진짜 모습은 진료실 안에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소리를 듣는 의사

이비인후과 정종우 교수가 담당하는 질환은 중이염, 난청, 그리고 두개저 종양이다. 두개저는 뇌를 떠받치고 있는 두개골 바닥 뼈를 말한다. 두개저 종양 수술은 병변까지의 접근이 어려워 뇌수술만큼이나 고난도 수술로 알려져 있다.
선천성 혹은 후천성 난청 환자에게는 적합한 보청기를 처방하거나 인공와우 이식수술 등을 통해 소리를 찾아 준다. 그와 함께 일하는 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정 교수는 환자에게 자상한 의사다.

“진료 중에는 꼭 환자의 눈을 맞추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들어주세요. 말을 자르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거의 없으시죠. 그러다 보니 진료시간이 지연되고, 대기실의 기다림이 길어질 때도 많지만 환자의 진료 만족도는 클 수밖에 없어요.”

환자가 떠난 뒤에도 환자를 꼼꼼히 챙긴다고 했다. 병동의 한 간호사는 인상 깊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고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돌발성 난청이 심한 경우 처방하는 주사 치료가 있는데 예전엔 환자가 외래에서 처치를 받고 바로 퇴원했어요. 그런데 교수님의 제안으로 작년부터 당일수술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갈 수 있게 되었죠.”

환자의 소리에 귀 기울인 덕분일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환자를 위하여

 

요즘 정 교수의 관심사는 ‘수술 로봇’ 개발이다. 이미 로봇 개발에 참여한경력도 있다.
2012년 한양대 전자시스템공학과 이병주 교수팀이 이비인후과 수술 로봇을 개발하던 중 경험 많은 귀 수술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정 교수를 찾아왔다. 수술실에서의 경험을 십분 활용해 로봇 개발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후 4년간 치열한 연구가 계속되었고, 2016년 ‘중이 수술 로봇 시스템’이 나왔다. 그가 개발에 참여한 로봇은 중이염 수술 중 두개골을 뚫는 드릴이 신경 등에 닿기 직전 스스로 작동을 멈추는 시스템이다.

그때의 경험으로 로봇 수술에 관심을 두게 된 정 교수는 현재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와 함께 안전한 중이염 수술 내비게이션(가이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준비 중이다.

 

수술하는 부위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증강현실 기능을 넣어 집도의의 시야를 넓히고 주변에 중요 구조물이 있을 때 의료진에게 경보음으로 알리는 로봇이다.마지막 목표는 인공지능 기능을 넣어 인간이 판단하고, 생각하는 방식처럼 수술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로봇 수술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년간 수술을 해 왔지만 수술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귀 수술이에요.”

귀 수술 과정을 들어 보면 그의 걱정이 이해된다. 고막에서 달팽이관까지를 중이라고 부르는데 그 사이에 염증이 생기면 두개골을 뚫어 수술한다. 그때 두개골 안쪽의 수많은 혈관 중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생명을 잃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
정 교수처럼 오랜 시간 경험을 쌓은 의사의 수술은 완성도가 높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힘든 수술이 될 수 있다.

“불과 20년 전 만해도 중이 수술은 병변의 위치가 깊어 그냥 놔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수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영상 진단법과 미세 수술의 발전으로 중이 수술뿐 아니라 두개골 중앙에 위치한 두개저 수술도 이제는 높은 성공률을 보이게 되었죠. 하지만 두개골 안쪽에는 신경과 혈관 등이 워낙 촘촘하게 모여 있어 집도의는 더욱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로봇 수술은 안전한 귀 수술을 위한 기술 개발의 연장 선상입니다. 결국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지요.”


누군가의 첫 의사

그는 몇 년 전부터 귀 질환으로 고통받은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하기 위해 해외로 인연의 끈을 넓히고 있다.

“의대 시절부터 여러차례 진료 봉사를 권유받았어요. 하지만 한두 번의 만남으로 과연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005년 우연히 참여하게 된 캄보디아 의료봉사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평생 살면서 자기 귀를 봐준 의사는 제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그날 이후 정 교수는 매년 휴가 기간에 맞춰 캄보디아와 라오스, 네팔 등지로 의료봉사를 떠났다. 지난해 네팔 의료봉사에서 만난 세 명의 아이를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진료도 연구도 봉사도 모두 누군가의 고통을 줄여 줄 수 있기에 하나의 인연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시작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지요.”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