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떠나다 2017.05.19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떠나다 - 흉부외과 최세훈 교수

 

심장, 폐, 식도, 대동맥 등 생명유지에 기본이 되는 주요 장기를 치료하는 흉부외과. ‘외과의 꽃’으로 불리는
흉부외과는 고생 심하기로 유명한 외과 영역에서도 특전사 대접을 받는다. 다른 진료과에 비해 수술시간이 길고
조그만 실수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탓이다.
그중에서도 몸 곳곳에 생명을 불어넣는 폐에 모든 것을 건 사람이 있다. 사그라지는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오늘도 망설임 없이 수술실로 달려가는 칼잡이, 최세훈 교수다.


폐와의 운명적인 만남

소아 심장에 관심을 갖고 흉부외과를 택한 최세훈 교수. 그러나 전공의를 마칠 무렵 인생의 계획을 크게 바꾸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장인어른이 간암 투병 중 생을 달리하신 것.

병원에서 수년간 일했어도 환자 보호자 역할은 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암 앞에서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은 한없이 약해지더라고요.
지푸라기 하나만큼의 도움이라도 잡고 싶은 간절함,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안과 답답함을 직접 겪으면서 암 환자와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폐를 만나게 된 거죠.”


외과 중에서도 가장 힘든 곳이 흉부외과라지만 수술을 하고 환자가 회복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최세훈 교수. 환자를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며 인생을 배워간다는 최 교수의 이야기에서 온전히 일을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폐 이식, 생명 연장을 위한 쉼 없는 도전

 

최 교수가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바로 폐 이식. 만성폐쇄성폐질환,
폐 섬유증 등 폐가 거의 기능을 못 하는 환자에게 이식은 마지막 희망이다.
하지만 폐 이식은 폐 주위 복잡하게 얽혀있는 혈관들 때문에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수술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호흡을 통해 재감염될 가능성이 커
지금까지 다른 이식수술보다 성공률이나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의 폐 이식은 다소 늦은 편이에요. 2008년에 첫 이식이
이루어졌으니까요. 지금까지 총 58건의 폐 이식이 이루어졌는데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성과는 놀랄만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폐 이식의 전체 평균을 보면
폐 이식 환자의 3분의 1은 3개월 이내에 사망합니다. 그런데 우리 병원 폐 이식
환자의 1년 생존율은 무려 81%에 달하거든요. 5년 생존율도 65% 정도니까
감히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앞으로도 폐이식 수술과
수술 전후의 관리 측면에서 더욱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미 있는 성과 뒤엔 완벽한 팀워크가 있었다. 폐 이식은 교수, 베테랑 간호사 등
오랜 훈련으로 단련된 전문 인력이 20명 이상 투입되는 협동작업이다.
수많은 전문가가 환자의 건강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평생에 걸쳐 쌓아온
경험을 쏟아붓는 경이로운 작업.
최 교수는 이 팀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흉부외과 의사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일

지금까지 2,300여 명의 환자를 수술하며 최 교수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그 가족의 인생이라는 묵직한 짐이 본인의 양어깨에
실려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수많은 사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최 교수는 ‘흉부외과 의사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걸어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의사에게 보상은 월급이나 명예가 아니라 ‘생명의 가치’를 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술로 완치율을 높이거나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의 위로와 격려가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을 줄이고 삶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 또한 ‘생명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성공적인 수술만큼이나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흉부외과 의사로서 짊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그 날이 오면 그동안 보아온 많은 이들의 소중한 삶과
죽음을 책으로 옮기고 싶다는 최 교수. 최세훈 교수라면 나의 소중한 짐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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