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 끌려서 오게 된 만큼, 그녀는 숙련된 의술을 위해 더욱 열정적으로 공부했다. 그래서 갑상샘암 수술로는 주위에서 인정도 받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그러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우리나라 최고로 통하는 내분비외과의 명의 홍석준 교수님을 만난 뒤,
성 교수에게 내분비외과 의사로서의 제2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다.
내분비외과에서 다루는 장기는 갑상샘, 부갑상샘, 부신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근래 갑상샘암의 사례가 급격하게 늘어 환자가 많아지다
보니 갑상샘 부위에 좀 더 집중되는 경향이 생기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질환의 발병 사례가 훨씬 적고, 내과적인 치료가 우선하여
시행되는 부신은 뒤로 밀리게 되면서 부신 수술의 명맥이 점차 희미해져 가는 측면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아산병원에 와서 모시게 된 스승님이 홍석준 선생님인데요. 내분비외과에서는 부신을 끝까지 놓지 않고 계속하고 계시고
분이셨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저도 부신에 대한 것은 거리가 있었는데, 대가이신 분을 옆에서 뵈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부신 수술에 대한 명맥이 끊기면 안 되겠구나. 부신 수술을 이어나갈 수 있는 내분비외과 의사가 되어야겠다.’ 라고요.”
다시 한 번 성 교수는 부신 부위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내분비외과에서 부신 수술은 성 교수의 특화 분야가 되었다.
부신은 호르몬 분비에 관여하고 있는 장기이다. 그중에서도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만약 부신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갑작스럽게 혈압이 200까지도 오를 수 있고,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쓰러질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결국, 약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수술밖에는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기존에는 부신 절제수술을 위해 환자의 복부에 구멍 3~5개를 뚫고
수술기구를 넣어 시행했었다. 이는 부신이 몸속 깊숙이 자리한 탓에
위, 소장, 대장, 간 등을 조금씩 건드리면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홍석준, 성태연 교수팀은 더욱 나은 수술법을 시행했고,
예후가 좋음을 입증했다. 그 수술법이 후복막 내시경 절제술이다.
복막 뒤를 통해 부신을 절제하는 수술법이다.
“이제는 거의 90% 환자를 후복막으로 접근해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됐습니다. 최고의 장점은 후복막 부신 절제술의 경우 금식이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등 쪽 근육이 배 근육 보다는 둔화하여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느끼는 통증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성 교수는 과거 인턴 시절, 장기가 모두 부어있는 상태라 복부를 닫지 못한 채 수술을 마친 환자의 복부 소독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다.
매일 꼬박꼬박 6시간을 그 환자에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바쁜 인턴 시절, 6시간을 고스란히 환자 소독만을 위해 할애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썩 반갑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점차 자신이 고생한 만큼 차도가 보이는 환자의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아! 하면 되는구나!”
그 후,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의 환자를 보더라도 ‘하면 된다!’ 라는 그때의 깨달음을 떠올리게 됐다.
이런 성 교수는 환자에게 과연 어떤 의사로 남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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