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와 찾은 행복의 비밀 2015.09.25

환자와 찾은 행복의 비밀 - 종양내과 류민희 교수

 

엄마의 눈을 피해 아기는 엉금엉금 기어 방문 앞에 다다랐다. 있는 힘껏 문을 밀치고 나와 결국, 연탄불 위로
떨어졌다. 얼굴에 큰 상처가 남았다.
학창 시절, 남들과는 다른 기준으로 진로를 고민해야만 했다. ‘이대로 취업할 수 있을까?’ 개원 의사가 되면
독립된 일을 할 수 있고, 안락한 미래가 보장된다고 했다. 공부를 곧잘 했다.
그러나 의대 공부는 만만치 않았다. ‘오늘만 견디자. 내일은 행복할 거야.’ 행복은 언제나 내일의 꿈이었다.
전공의 1년 차. ‘이 치열한 생활은 도대체 언제 끝날까…’ 당장 하루가 힘겨웠다.
‘지금 나는 행복한가?’


오늘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종양내과

‘무엇을 전공할 것인가?’ 또다시 다가온 선택의 시간. 당시 내과 병동 환자 절반이 암환자였다. 하루를 마치면 자연스레 책상에 앉아
암 관련 책자를 파고드는 날이 많았다. 암은 다른 내과 질환보다 비교적 실시간 치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힘든 만큼 보람 있었다.
암 환자를 만나고, 그들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당장 즐겁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내일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오늘 행복한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연구의 즐거움을 알게 된 건 종양내과 전공의 3년차 때였다. 림프종 연구를 위해 세 개의 병원(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원자력병원)
이 모였다. 현재 위암 및 위장관기질종양(GIST) 치료의 권위자로 이름난 강윤구 교수(종양내과)의 진두지휘로 연구가 진행됐다.
류민희 교수는 당시 서울대병원 자료 정리를 담당했다. 당시 폐쇄적인 의료계에서 다기관 연구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거시적 안목으로 연구팀을 이끄는 강 교수의 모습에 매료됐다.
공중 보건의를 마치고, 강 교수를 찾아갔다. “교수님께 배우고 싶습니다.” 2002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임의 근무를 시작했다.


암 정복을 위하여

 

종양내과 류민희 교수의 주 전공은 위암, 간암 그리고 희귀암인 GIST다. 담당 환자 중
약 5~10%가 GIST를 앓고 있다. 비록 환자수는 적지만, 전국 전이성 GIST 환자의
약 30%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GIST는 다른 육종과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 치료에 대한 반응 판정이 쉽지
않아요. 그만큼 진단과 치료 효과 판정이 어려워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있어
의료진의 경험이 상당히 중요하죠.”
스스로 찾아온 환자도 있지만, 상당수가 전국 각지 병원에서 보낸 환자들이다.
그들을 볼 때마다 처방 기준의 길라잡이가 될 연구에 대한 목마름은 어쩔 수 없다.

2006년 강윤구 교수와 표적항암제인 글리벡 사용 후 일부 환자의 간에 나타나는
이상이 새로운 병변 때문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암의 괴사로 주변 정상조직과
음영차이가 발생, 새로운 병변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이후
국내 GIST 치료 방침에 새로운 가이드를 제시했다.
“암은 카멜레온 같아요. 유전자 변이를 통해 시시각각 변신하고, 생존 능력도 아
뛰어나죠.” 암을 정복하기 위해 수많은 의료진이 매달리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국책과제인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에 선정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조기 위암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수술 후 보조 항암 화학요법을 찾기 위해
전국 15개의 병원 의료진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기쁨

“암은 환자와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과 신뢰 없이는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질환입니다.” 그는 환자와 벽을 두지 않으려 한다. 가장 좋은
치료는 환자와의 소통을 통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4년 팀 리더인 강윤구 교수와 함께 발간한 ‘환자를 위한 위장관 기질종양(GIST) 치료 지침서’는 짧은 진료 시간 동안 환자에게
전달 못한 정보를 담았다. 환우회에 참석해 환자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것도 소통하는 방법이다. 지난 5월에는 국토횡단에 나선
GIST 환우 두 명을 응원하기 위해 해남에 내려갔다.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회를 다녀왔다. 35년 언저리에 다시 만난 친구들. 말수 적고, 수줍음 많던 모습으로
기억하던 친구들은 그를 보고 많은 것이 변했다고 했다.
가끔 질문해 본다. ‘나는 행복한가?’ 조금씩 행복의 비밀을 알아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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