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폐암, 식도암, 흉선암 환자의 삶 들여다 보는 의사: 심장혈관흉부외과 윤재광 교수 2024.08.05

성실히, 끈기있게 환자와 찾아가는 길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윤재광 교수는 폐암과 식도암, 흉선암을 수술하는 의사다. ‘수술 실력은 기본이고 환자의 삶까지 들여다보는 외과 의사’를 꿈꾸며 환자에게 가장 해를 덜 미치는 수술법을 고민하고 연구한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길을 되묻고 무뎌지기 쉬운 순간에도 마음을 다하면서 사람을 살리는 일의 가치를 매일 찾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지속하는 힘

“어릴 때부터 막연히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 점에서 매스컴에 비친 흉부외과 의사는 멋있어 보였고 임상 실습 때 마주한 수술 환자의 예후는 드라마틱했습니다. 경주마처럼 한 길만 보며 달렸죠.” ‘이쯤 하면 됐지’라고 여기는 순간 환자 상태가 뒤바뀌는 현장에서 한 사람 한 사람에 집중했다. 매일 다양한 케이스와 각기 다른 결과가 기다리는 출근길이 설렜다. 그러나 담당 환자가 늘수록 합병증과 장기 입원으로 이어지는 환자도 생겨났다. 그들을 치료하는 데 뾰족한 답은 없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자 경과가 좋지 않으면 그다음 수술이 굉장히 두려워져요. ‘내가 왜 이 길을 택해서 고통을 감내해야 할까?’ 수없이 생각했죠. 지난해에는 내적 에너지가 고갈된 듯했습니다.” 힘들어하는 그에게 다들 의사는 신이 아니라고 충고했다. 모든 환자를 완치시킬 수 없다는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이대로 그만두면 제가 축적해 온 경험을 또 다른 초보 의사가 쌓아야 하고 그 부담은 환자에게 전가될 거예요.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환자에 대한 의지로 되갚으라는 조언에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3기 폐암 환자가 찾아왔다. 두 아이를 키우는 30대 여성이었다.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암을 발견해 암울하고 혼란스러워했다. 윤 교수는 치료에 최선을 다할 테니 의심하지 말고 따라오라며 환자를 안심시켰다. 수술 일정도 최대한 앞당겼다. 그런데 수술 직전 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난항에 빠졌다. “수술을 미루자니 폐암 4기로 넘어가고, 코로나 후유증도 염려됐어요. 고심 끝에 예정대로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방호복을 입고 4시간 동안 흉강경 수술에 집중하기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그래도 수술 결과는 좋았습니다. 외래에서 환자분이 자녀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제 일의 의미를 알게 되고요.”

 

필사적으로 얻은 나만의 무기

임상강사 시절, 외과 교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구에 매달렸다. 통계학 석사에 도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목표가 있으니 해야 할 것이 보였고 끈기 있게, 성실히 하다 보니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수술하는 과에서 열심히 연구한 점에 좀더 박수를 쳐주셨어요.” 윤 교수는 우리 병원 20여 년의 데이터를 토대로 수술이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를 토대로 LG화학 미래의학자상 수상 등 다양한 성과가 이어졌다. 수술의 득과 실을 분석하면서 보다 객관화된 시각으로 치료 전략도 세울 수 있었다. “수술하는 의사는 암을 제거한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기 쉬워요. 환자의 재발이나 사망, 회복 여부를 알 도구가 없죠. 그런데 흔히 수술해 왔던 상황일지라도 치료비와 회복에 걸리는 시간, 후유증 등을 고려하면 다른 선택이 나을 수 있거든요. 연구를 계속 업데이트해서 예측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수술과 관련된 위험인자를 찾는 연구나 다양한 중개 연구도 병행하면서요.” 더불어 연구 성과는 더 이상 개인의 성취만이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를 기피과로 여기지만 우리 병원이 역동적으로 의료계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각종 기회에 대한 확신을 준다면 후학들의 지원도 분명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저도 이곳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니까요.”

 

 

▲ 윤재광 교수가 환자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환자와 협력 관계 쌓아가고 싶어

식도암은 합병증 발병률이나 사망률이 여타 암에 비해 높다. 수술 전 환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수술을 포기하면 혹여 환자가 마지막 기회를 박탈당하는 건 아닌지 고심하게 된다. 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면 대개의 환자나 보호자는 어떤 결과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또 의사의 사소한 제스처가 환자의 상태인 것처럼 오해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제가 군의관 때의 경험이 담겨 있는데요. 아내가 수술받기로 한 날에 마침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서 수술이 연기된 적이 있어요. 당연한 상황인 걸 머리로는 알아도 보호자로서 반발심이 들더라고요. 전달 과정에서 우리를 좀 더 이해시켜주면 좋았을 텐데 통보식이라는 게 아쉬웠죠. 의사의 표정과 말투의 무게를 그때 알게 됐습니다.”

 

환자에 감정을 이입하면 냉정한 치료 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면서도 윤 교수는 굳은살이 박인 냉정한 의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나아지는 부분을 계속 칭찬하고 환자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는 협력 관계를 쌓고 싶어요. 그래야 환자도, 저도 용기를 얻으며 힘든 투병 과정에서 안정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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