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인터뷰] 유태경 유방외과 교수 “유방암 너머 삶의 질을 함께 바라 봐야죠” 2025.08.01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 암 1위로 신약 연구나 검사법 개발이 매우 활발한 분야다.

동시에 언제든 재발과 새로운 암의 가능성이 있어 완치를 말할 수 없는 질병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태경 교수는 질병 너머 환자 삶의 질에 청진기를 댄다.

환자가 치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설명에 시간과 노력을 더하고,병원 밖에서도 더 가까이 닿을 방법을 구한다.

때로 호방하게, 때로 유연하게. 그가 환자를 대하는 방식이다. 

 

▲ 서울아산병원 유태경 유방외과 교수

 

함께하며 채우고 채워지는 것들              
“인턴 때 매일 잠 못 자고 집에도 가지 못하는 일정 속에서 어차피 힘든 일이라면 좋아하는 걸 하고 싶었어요. 수술실에는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가득했죠.”

 

수술실에 서면 모든 잡념이 사라졌다. 손으로 하는 일에 흥미가 커졌고 수술 후 스태프들과 뒤섞여 나누는 대화는 윤활유가 됐다. 특히 유방 질환은 내과 파트 없이 유방외과에서 진단과 치료, 추적 관찰을 모두 진행한다는 점에 끌렸다.

 

“유방암 치료는 수술을 기본으로 표적 치료와 항호르몬 치료가 이어져 긴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다 보면 관리에 무뎌지거나 완치로 오해하는 환자분들이 있어요. 왜 이 약을 먹는지, 어떤 검사를 왜 받아야 하는지 꼭 알려드리려는 이유죠. 적당한 긴장감을 주면서 걱정이 너무 앞서지 않도록 이끄는 테크닉이 필요하고요. 제가 워낙 환자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잔소리도 많아져요.”  


치료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모든 상황과 환경에 적용하기 어렵다. 때로 환자를 괴롭히는 치료가 되기도 한다. 경험이 쌓일수록 치료 유연성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진료 이력이 굉장한 교수님들의 경험을 참고해봐요. 이런 경우에 이렇게 해도 된다는 걸 간접적으로 배우면서 유연성을 키워 나가죠. 원칙대로 하지 않았을 때 혹여 재발해서 환자의 원망을 들을까 두려움도 물론 있어요. 충분한 설명과 상의를 거쳐 치료 결정을 환자와 함께합니다. 진료가 지연되는 요인 중 하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죠.” 

 

 

환자의 마음을 아는 것만으로  
유방암 환자들은 여성 호르몬의 변화로 심한 열감이나 감정 기복, 우울감, 수면 부족 등을 겪는다.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삶의 질을 해치는 요소다. 그럼에도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외형적 변화가 적어 가족들의 지지는 갈수록 약해지고 환자는 혼자만의 심적 고통을 떠안게 된다. 유 교수는 환자를 꾸준히 격려하고 상황에 따라 약을 세심히 조절하며 기나긴 치료를 이끌어간다.

 

“제가 우리 병원으로 옮기면서 저를 따라온 젊은 유방암 환자가 있어요. 힘든 치료를 오래 함께하면서 결혼과 임신 계획에 맞춰 치료 일정을 조정했습니다. 얼마 전 무사히 출산한 환자가 끊었던 호르몬약 처방을 받기 위해 자녀와 함께 진료실을 찾아 왔어요. 묵묵히 모든 치료를 잘 따라준 환자가 기쁜 소식을 전해줬을 때 고마운 마음이 컸어요.”   


그는 진료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에너지를 유지한 채 환자들과 만난다. 주변에서 그 비결을 물을 정도다.

 

“제가 아버지의 진료를 따라간 적이 있는데 진료 내내 의사가 저를 보며 설명했어요. 아버지도 다 이해할 수 있고 궁금한 것이 많은데, 귀가 조금 어둡다는 이유로요. 어쩐지 아버지께 죄송스러웠어요. 그래서 제 환자들에겐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한층 높여 또박또박 설명하려고 해요.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은 보호자에게 다시 설명하게 되더라도요. 높아진 목소리톤 때문에 옆 진료실에서 제가 환자와 언쟁이 생긴 걸로 오해한 적도 있었죠.(웃음)”

 

▲ 서울아산병원 유태경 유방외과 교수

 

더 필요한 도움을 찾아서    
유 교수는 혈액 검사에서 암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혈액에서 순환 종양 DNA(circulation tumor DNA, ctDNA)가 발견되면 채혈 한 번의 비침습적인 검사로 암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검사 정확도를 증명하는 단계지만 재발 확인이 쉬워지면 좀 더 빠르고 효과적인 정밀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하버드대 다나파버암센터에서 1년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돌아왔다. 흩어져 있던 ctDNA에 대한 지식을 모으고 보강해야 할 부분을 파악하는 시간이었다.


유방 질환에 대한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평소 환자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주제를 정한다. 질병에 대해 환자들이 잘 알기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 환자뿐 아니라 다른 의료진이 유용하게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는 인사를 들을 때면 채널을 지속할 힘을 얻는다.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데 누군가의 감사 인사를 받는 것이 의사라는 직업의 장점일 거예요. 제겐 때로 과분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특별한 목표가 있다기보단 진료나 연구 무엇으로든 환자분들께 더욱 도움이 되고 싶어요.”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