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소아호흡기·알레르기센터에는 예후가 좋지 않은 소아 중증 만성 호흡기 질환과 만성적 경과를 보이는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환아들이 찾아온다. 신약 및 면역 치료의 발전에 더해 윤지선 교수는 환아와 그 가족의 눈높이를 맞춘 치료로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여간다.
“소아의 모든 기관이 줄기세포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 싶던 환아도 희망을 놓지 않으면 조금씩 좋아지며 입원 횟수가 줄어드는 변화를 보이거든요.
성인과는 다른 회복 능력에 매일매일 기쁨도, 기대도 커지죠.”
▲서울아산병원 소아호흡기·알레르기센터 윤지선 교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인턴 때 소아청소년과에 가고 싶다고 하니 모두들 잘 어울린다며 기정사실화했어요. 그때 다른 과를 권유 받았다면 다른 생각도 해봤을 텐데….(웃음)”
윤지선 교수는 우리 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뒤 자리를 옮겼다가 7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오자마자 폐이식 환아를 담당할 만큼 우리 병원의 중증도는 매우 높았다.
“이전 병원에서는 원래 건강했던 환자를 치료해서 금방 좋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우리 병원은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해요. 기관절개 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거나 이른둥이로 미성숙한 폐를 갖고 있고, 심한 폐렴이나 감염을 앓아서 ‘진짜 나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순간순간 들죠.
휴일에도 빠지지 않고 회진하는데, 환아 부모님들께서 이 점을 무척 고마워하시면서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세요. 아이들은 힘든 치료를 받으면서도 방글방글 웃고요. 성인 환자 치료와는 또 다른 보람과 기쁨을 느끼며 일하고 있어요.”
좋지 않은 폐를 가진 호흡기 환아들에게 소아재활의학과와 협진하여 호흡 재활을 하면서 보조적인 호흡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간다. 알레르기 분야는 신약이 많이 나오면서 치료의 폭이 넓어지고 면역 치료도 활성화되고 있다. 난치성 아토피 피부염으로 매일 가려움과 각질, 감염에 시달리던 아이들은 신약 주사를 처방하면 표정부터 밝아지는 변화를 보인다.
계란이나 우유 등에 심한 알레르기를 보이는 아이들은 경구 면역 치료를 진행하는데, 원인 물질을 미세하게 조절하며 노출을 늘려 면역 항체를 키우는 원리다. 소량만 섭취해도 전신 두드러기와 아나필락시스로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빈번해 평소 노출에 대한 불안이 높고 온 가족이 음식을 제한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환자들에게 치료 만족도가 높다.
“면역 치료 중에 갑자기 붓고 전신 두드러기 등으로 응급 처치가 필요할 수 있어 1차 병원에선 치료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하면서 안전하고 익숙해졌다는 판단이 서면 지역 병원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진료를 뒷받침하는 연구
윤 교수는 같은 과 유진호 교수와 소아 천식 코호트를 구축하고 국내 소아 천식 환자들의 천식 완화·악화 변화 동향을 살피는 연구를 8년째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동물 실험을 통해 알레르기 면역 치료법과 면역 치료 도구를 개발 중이다.
“천식 진단을 들은 환아 부모님들은 평생 아이가 흡입기를 달고 사는 걸 가장 걱정하세요. 그럴 때 국내 평균 데이터를 근거로 천식 유병률이나 위험인자,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치료 관리의 동기부여가 되죠. 임상적인 역학 연구도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환아의 진단명을 쉽게 찾지 못할 때, 윤 교수는 열심히 찾아보고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환자에게서 시작된 궁금증과 아이디어는 연구로 이어진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연구에서 느끼는 보람도 커서 치료 지침이나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서울아산병원 소아호흡기·알레르기센터 윤지선 교수
같은 눈높이에서 공감하면서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환아의 어머니가 치료에 필요한 스테로이드 처방을 거부한 적이 있다. 싸워도 봤지만 설득은 쉽지 않았다. 무조건적인 강요보다 이해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됐다.
“딱 2주만 제 제안대로 해보고 차도가 없으면 다른 병원에 가도 좋다고 했어요. 그 사이에 상태가 호전되는 변화를 가정에서 어머니가 먼저 알게 돼요. 일단 아이가 푹 자고 덜 보채니까요. 그후의 치료는 훨씬 수월해지죠.”
윤 교수는 자녀를 키우면서 환아 부모의 궁금증과 요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불안하면 우는 아이들에겐 따뜻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 여유로운 태도로 거리감을 좁혀 나간다.
“진료 때 환아와 눈을 맞추고 지금의 상태를 직접 설명하려고 해요. ‘선생님과의 약속을 잘 지키면 더 좋아질 수 있다’라는 메시지도 전하죠. 아이가 치료의 주체가 되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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