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인터뷰] 김연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방사선 치료의 두려움보다 궁극적인 목표를 찾아갔으면” 2025.09.02

 

방사선종양학과 김연주 교수의 전문 분야인 부인암과 비뇨기암은 방사선 치료로 완치가 가능한 암종이 많다.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거나 통증을 완화하고 출혈을 조절하는 데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들은 방사선 치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안고 진료실을 찾는다.

“걱정으로 인생이 점철된다면 낭비”라면서 김 교수는 궁극적인 치료 목표와 방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초진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연주 교수

 

더 많은 환자를, 더 깊이 보며           

김연주 교수에게 암을 치료하는 의사는 막연한 꿈이었다. 커다란 종양이 확 줄어든 영상을 환자에게 자랑하며 “우리가 해냈어요!”라고 말하는 순간을 어렴풋이 그렸고, 현실이 됐다. 다만 정밀 방사선 치료 과정을 체화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종양이 줄어들면 그만큼 정상 장기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을 일일이 확인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했다. 또 교과서에서 보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자신만만해하다가 경과 관찰 5년 차에 나타났을 땐 오랜 연륜과 경험이 필요한 일임을 실감했다.

 

“더 많은 환자를 깊이 들여다보며 학습하는 수밖에 없어요. 부작용이 생기면 치료 영역을 확인하고 복기하면서 더 나은 선택지를 고민하고요. 애매한 케이스는 환자에게 미치는 이득과 위험을 나름대로 정리해 설명하고 환자의 가치관까지 고려해 치료를 결정합니다.” 


치료를 잘하는 것만큼 필요하지 않은 치료를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폐암 환자가 자궁경부암이 같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내원했다. 젊은 나이에 두 가지 암종이 있는 것이 이상해 문헌을 찾아봤다. 폐암이 자궁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드물게 있었다. 환자에게 이를 설명하고 조직 검사를 한 결과, 폐암이 자궁경부에 전이된 것을 확인했다.

 

“아무런 확인이 없었다면 과대 치료가 될 뻔했어요. 이미 폐암 치료로 지쳐있던 환자와 가족분들은 천만다행이라며 무척 고마워하셨죠. 치료도 하지 않고 칭찬 카드를 받은 케이스여서 기억에 남아요. 아무리 바빠도 꼭 필요한 치료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깊이 고민하려고 합니다.” 

 

 

소통이라는 지름길 

고령의 암 환자에게 마지막까지 시도할 수 있는 건 방사선 치료다. 항암과 같은 전신 치료에 비해 국소 부위에 한정되어 환자에게 부담이 덜하고, 비침습적인 치료로 신체 절개 및 전신 마취의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골반 부위의 방사선 치료는 단독으로 시행될 경우 직장 생활과 병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방사선 치료에 대한 걱정이나 고집에 사로잡힌 환자와는 치료 목적과 방향에 대한 진솔한 대화가 어렵다. 김 교수는 그 벽을 허물기 위해 계속 두드리며 소통한다.

 

"의사가 안 됐다면 개그우먼이 됐을 거란 농담을 종종 해요. 목소리도 크고 유쾌한 대화를 좋아해서 진료실이 좀 시끄럽죠.”

 

늘 주눅이 들어 있고 재발에 대한 염려가 큰 환자가 평소에 무엇을 조심하면 좋을지 물었다. ‘차 조심하세요!’라는 김 조교수의 대답에 환자는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의미를 알아들은 환자는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었어요. 그 후 안정적인 상태로 벌써 5년이 다 되어가요. 저와 교감하며 생각을 바꿔 준 환자분께 감사하고 보람도 느껴요.” 

 

회음부 피부암 환자는 고선량 방사선 치료로 피부가 헐면 용변을 볼 때마다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민감한 부위의 고통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환자에게 먼저 ‘저 아니면 그 고통을 누가 알겠어요. 우리 같이 힘을 내봐요’라며 김 교수가 살갑게 이야기하면 십중팔구는 울음을 터뜨린다.

 

“진료실에 모든 고통을 털고 활기를 회복하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환자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부모, 부부, 직장인, 친구 역할을 모두 해내셔야죠!” 

 

▲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연주 교수

 

더 넓은 방사선 치료 가능성을 찾아  
방사선 치료가 정교해지면서 종양만을 골라 고선량으로 치료 횟수를 줄이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지만 자궁경부암 분야는 아직 연구가 미비하다. 김 교수는 완치를 목적으로 치료 횟수와 기간을 줄이는 저분할 방사선 치료를 한창 연구하고 있다. 또한 유전체 분석을 통해 방사선 민감도 인자를 찾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방광암은 방광적출술이 표준 치료인데, 민감성 유전자 유무를 가린다면 방광을 보존한 채 방사선 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암 정복은 아직 요원하지만 치료법을 바꾸는 의미 있는 결과를 발견하고 싶어요. 그래서 환자들이 부작용 걱정 없이, 자신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며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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