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가드닝: 정원 가꾸기 ④ 정원 유지·보수의 팁 2025.11.08

<이야기가 있는 산책> 병리과 김지훈 교수

 

 (AI 활용 일러스트 ⓒ 서울아산병원 홍보팀)

 

 

자연의 산과 들은 여러 생명체가 적응하고 경쟁하며 스스로 변화하지만 미관을 위해 조성된 정원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가 심해지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계절이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 변화하며 적당량의 비가 주기적으로 내리던 옛날과 달리 오랜 가뭄이 지속되기도 하고 폭우가 한 번에 몰아치기도 한다. 관찰력이 좋은 분들은 눈치챘겠지만 들판에 자생하는 화초도 키가 크고 가뭄에 잘 견디는 억센 종으로 많이 대체됐다. 그래서 정원은 한 번 조성하고 그냥 두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할 수 있다. 정원 관리 포인트를 요소별로 살펴보자.

 

 

물 주기

가뭄에 매우 강한 잡초와는 달리 정원에 식재하는 식물에는 주기적으로 물을 줘야 한다. 물 주기의 원칙은 약간 모자란 듯하게 간격을 두고 물을 주되 한 번 줄 때는 뿌리 깊은 곳까지 물이 도달하도록 충분히 주는 것이다. 그래야 식물 뿌리가 깊은 곳까지 발달돼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가뭄에 대한 저항성도 향상된다. 또한 토심을 고려해야 하는데, 자연 강우 시 많은 물을 머금을 수 있는 일반적인 땅과 달리 물 빠짐이 좋은 경량토 위주로 얕게 포설된 옥상 정원은 물을 보다 자주 줘야 한다. 이전 호에 기술한 것처럼 넓은 면적에 충분한 물을 주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므로 정원을 설계할 때 식재 면적을 좁게 잡거나, 면적을 넓게 할 땐 자동급수설비 설치를 권장한다.

 

병충해 관리

햇볕과 바람이 풍부한 곳에 적당한 밀도로 조성된 정원은 특별히 병충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식물이 과밀해 채광이나 통풍에 지장을 받기 시작하면 진딧물, 깍지벌레 등 병충해에 시달릴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식물을 너무 빽빽하게 심지 말고 우거지기 전에 가지치기를 해서 병충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병충해가 생기면 약을 사용해야 한다. 전문 농약은 정원에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천연 목초액 등을 희석해 감염된 곳에 뿌리거나, 땅에 비료처럼 뿌릴 수 있는 원예용 살충제(예컨대 코니도 입제)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큰 나무에는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 나무 중간쯤에 짚단으로 잠복소를 설치한다.(사진1) 해충이 추위를 피해 잠복소에 들어가도록 했다가 봄철 날이 풀리면 잠복소를 수거해 태움으로써 병충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 잠복소의 설치 예. 짚단 안쪽으로 병해충을 유인한다. 그리고 겨울 막바지에 잠복소를 수거해 태운다.

 

비료 주기와 가지치기

자연계에는 낙엽이나 동물의 배설물이 풍화되고 썩어 자연스럽게 퇴비가 되므로 그 자체로 양분 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그러나 미관상 낙엽을 수거해야 하는 정원에서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비료 주기, 즉 ‘시비’를 해야 한다. 비료 요구량은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꽃이 크고 화려하거나 열매를 많이 맺는 종류에는 비료가 많이 필요하다. 보통 뿌리 근처를 방사형으로 판 뒤 퇴비나 화학 비료를 적당량 뿌리고 흙을 덮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기는 겨울이 오기 직전, 초봄, 꽃이 진 직후 등이 적당하며 물 주기처럼 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비가 과하면 식물에 독이 될 수 있고 오히려 병충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비 초기에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

 

가지치기는 나무의 건강과 정원의 미관을 위해 꼭 필요하다. 채광과 통풍을 개선하고 아름다운 수형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빽빽하게 우거진 불필요한 가지를 제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나무의 아래쪽이나 가운데로 향한 가지, 엇갈리게 자라는 가지, 수형을 해치는 웃자란 가지 등을 정리한다. 또 계절에 따른 나무의 생장 주기에 맞춰 가지치기를 해야 하며, 소나무처럼 새 눈이 발생하는 장소가 제한적인 종은 한 번 가지치기를 잘못하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다. 가지치기를 잘해 온 소나무와 그렇지 않은 소나무를 비교해 보면 가지치기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 가지치기의 중요성. 왼쪽은 야산에 자생하는 소나무. 오른쪽은 통도사 입구에 있는 전문가들이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하는 소나무다.
오른쪽 소나무가 훨씬 건강하고 보기에도 더 좋다.

 

잔디 깎기와 잡초 정리

정원에 천연 잔디를 조성할 땐 잔디를 주기적으로 깎아야 한다. 잔디는 햇볕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잔디가 너무 자라서 그늘이 생기면 그 자체로 생장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미관도 좋지 않고 인체에 해로운 벌레가 증식하게 되므로 잔디 길이가 5cm 내외를 유지하도록 주 1회 정도 깎아 준다. 다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잘라내면 생장점에 손상을 입어 세력이 저하되거나 병에 걸릴 수 있으므로 너무 길어졌을 때는 순차적으로 40% 이내 범위에서 깎는 것이 좋다.

 

부드러운 흙이 노출된 곳이나 잔디가 성글게 자란 곳에는 어김없이 잡초가 자란다. 잡초는 뿌리가 발달하기 전에 수시로 솎아줘야 작업도 쉽고 파종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도시 근처에 자생하는 잡초는 성장 속도가 빠른 경우가 많아 한여름에는 2주만 방치해도 마치 벌초하지 않은 묘지처럼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보니 내용이 많아졌다.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챙기나? 차라리 안 하고 말래’라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 보면 들이는 노력보다 그 과정이나 결과물에서 얻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도,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도 모두 정원의 식물들이 받아먹는다고 생각하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른’ 즐거움이 있다. 대자연이 다 해 놓은 음식에 약간의 장식을 하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실제로 해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아는 법이다. 정원 가꾸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도전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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