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화 중인 환자를 빨리 식별하고 조기에 치료해 생존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복잡한 의사결정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중환자 치료에서는 AI를 활용한 조기 위험 예측 연구와 임상 적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 중환자 치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AI로는 뷰노의 ‘뷰노메드 딥카스(VUNO Med-DeepCARS)’와 에이아이트릭스의 ‘에이아이트릭스 바이탈케어(AITRICS-VC)’가 대표적입니다. 뷰노메드 딥카스는 병동 환자의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 4가지 활력징후를 시계열로 분석해 24시간 내 심정지 위험을 예측하고 알람을 제공하는 의료기기입니다. 에이아이트릭스 바이탈케어는 활력징후, 혈액검사 결과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망, 심정지, 패혈증 등의 위험을 수 시간 전에 미리 예측하는 딥러닝 기반 시스템입니다. 두 기기 모두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를 통해 임상에 도입돼 여러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AI가 중환자 진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고려할 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AI가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인지 ‘보완’하는 것인지부터 정의해야 합니다. 현재 수준의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조기 예측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즉각적인 예방과 치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08년 국내 최초로 의료비상팀(MET) 가동을 시작한 서울아산병원은 자체 구축한 EMR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AI 기반 조기 예측 프로그램들이 현재의 임상 워크플로우보다 월등히 나은 성능을 보여주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환자실은 환자 상태가 급변하고 초마다 방대한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는 환경이기에, 환자의 악화 징후를 예측해 알려주는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에티오메트리(Etiometry)’는 다중 생체신호와 인공호흡기 데이터, EMR, 각종 검사 결과, 생리학적 위험 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악화 징후를 조기에 파악합니다. 또한 병원별 진료 지침을 플랫폼에 내장해 의료진이 표준화된 프로토콜에 따라 대응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그 결과 중환자실 재원 기간과 재입실률 모두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된 ‘어웨어(AWARE - Ambient Clinical Analytics)’ 역시 복잡한 중환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해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지원하고 원격 및 가상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CDSS가 주는 교훈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AI의 역할은 의료진의 ‘대체’가 아니라 의료 역량의 ‘증폭’이라는 것입니다. AI는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위험을 먼저 감지할 수 있지만, 치료에 대한 최종 판단과 환자·보호자와의 소통 등은 여전히 의료진의 몫입니다. 둘째,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실제 임상 워크플로우에 통합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며 셋째, 신뢰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서는 임상 현장의 고품질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많습니다. 알고리즘이 학습한 데이터와 실제 병원 환경 간의 격차(데이터 드리프트), 이에 따른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외부 개발 시스템이 서울아산병원처럼 중증도가 높은 환경에서도 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 반대로 우리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타 병원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규제기관의 현행 인허가 체계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하나의 목적, 임상 현장에서의 실질적 활용으로 귀결됩니다. ‘의료진의 판단과 대처를 효과적으로 앞당기기 위해서는 어떤 AI를, 어느 임상 워크플로우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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