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인터뷰] 소아청소년전문과 박준성 교수 “24시간 소아응급 현장을 지키는 이유”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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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전문과 박준성 교수
 

소아전문응급센터 전문의

 

위험한 상태의 아이들에게 소아전문응급센터는 병원의 첫 관문과 같다.  24시간 아무 조건 없이 환아들을 수용하기 위해 박준성 교수는 3교대 근무를 이어간다. “급성기 환아를 치료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큽니다. 빨리 악화된 만큼 적절한 초기 처치가 이뤄지면 빠르게 회복하니까요.” 아이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그의 오랜 꿈은 응급센터 현장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완주 의지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박준성 교수

 

찰나의 징후 속 진단 
소아전문응급센터 환아의 절반은 열감과 구토, 감기 증상으로 찾아온다. 독감이나 수족구 같은 감염성 질환이 유행하는 계절이면 센터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나머지는 외상이나 타 병원에서 해결하지 못한 기저 질환의 급성기 환아들이다. 사소한 증상에 놀라 달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심각한 상황임을 알지 못해 병을 키워서 오기도 한다. 그래서 박준성 교수는 아이들의 표현되지 않은 비특이적 증상 뒤에 숨은 질환을 예리하게 감별해 내고자 신경을 곤두세운다. “무릎 통증으로 왔다가 백혈병을 진단받거나, 소변 장애가 척수염으로, 어색한 표정이 뇌종양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응급 환자인지를 의학적인 상태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보호자가 응급인지 몰라 불안해하는 마음까지 응급으로 받아들이고, 정확히 진단해 내는 것 역시 응급의료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어릴 적 소아 천식으로 병원을 드나들며 소아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를 꿈꾸게 됐다. 그래서 수련 병원을 선택할 때부터 소아청소년과의 역량과 규모를 중요한 기준으로 여겼다. 초기 평가와 처치가 예후를 좌우하는 소아 응급 분야로 들어선 이후 혼자서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다가도 워낙 희귀한 케이스가 많은 서울아산병원의 특성상 금세 무너지고 벽에 부딪혔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온몸이 땀 범벅인 채로 폐렴 환아 한 명을 8시간 동안 돌보기도 했다. 진단의 정확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복기하던 밤이 성실히 쌓이면서 모르는 증상의 환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험적 근거에 의해 나만의 진료 지침이 생기는 느낌이었어요. 그제야 자신 있게 진료를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아의 표현하지 못하는 증상까지 진단하기 위해 청진에 집중한다.

 

절박함을 품는 명료함  
몇 년 전,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아가 센터에 도착했다. 이미 몇 번이나 수술을 집도한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전국적으로 소아 응급 환자 수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미리 연락 없이 도착한 응급 환자를 어떻게든 최종 치료로 연결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과 외래 앞에서 교수님의 진료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부탁드리기도 해요. 곤란한 상황에서도 배후진료과에서 저희 사정을 이해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희망을 갖게 되죠.” 업무 초기에는 몰아치는 응급 상황 속에서 보호자들과 마찰을 겪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면서 그의 시선도 달라져 있었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물러설 데가 없다는 절박함을 비로소 이해하게 됐어요. 아빠가 되면서 진정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완성되는 것 같아요.”


이후 그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하며 환아와 보호자를 먼저 안심시킨다. “부모님께서는 처음 겪는 상황이지만 응급실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 마주하는 케이스”임을 알리고 환아의 현재 응급도 순위를 설명하며 불필요한 공포를 덜어낸다. 또한 의례적인 검사나 침습적 처치는 되도록 최소화하고, 애매한 경우에는 경험에 기반한 빠른 의사결정으로 보호자와 내부 의료진을 설득하며 입원과 귀가, 전원 등을 신속히 수행하는 것을 중요한 치료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잦은 당직에 체력 안배를 위해 연구실 책상 위에 침대를 마련했다.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의 완주    
최근 소아전문응급센터는 근거 중심의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소아 심폐소생술과 기도 관리, 쇼크 치료 등을 직접 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타 분과의 긴급 요청을 역으로 지원할 만큼 역량을 강화했다. “우리 센터의 강점은 수준 높은 전문가들로 이뤄져 손발이 잘 맞는 점, 많은 환아에게 용이한 접근성, 그리고 어린이병원을 포함한 배후진료과의 전폭적인 지원 시스템이 삼박자를 이룬다는 점이에요. 전국의 많은 센터에서 세 가지 요인 중 하나는 좋을 수 있겠지만, 모두 갖춘 센터는 결코 흔하지 않죠.”

 

주말이나 야간에는 진료를 하지 않는 소아응급실이 많은 현실에 그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을 늘 고민하며 소아응급센터에서의 완주를 목표로 삼고 있다. “꾸준히 3교대 업무를 이어가려면 체력 관리부터 철저히 해야겠죠. 진료뿐 아니라 교육, 연구, 행정 영역 등에서 저만의 쓰임을 생애주기에 맞춰 찾아가며 응급센터 현장을 끝까지 지키고 싶고요. 그래서 후배 의료진이 안심하고 따라올 수 있는 선례를 남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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