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해도 괜찮다’는 말을 건네기까지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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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내과     최윤숙 교수
 

급성·만성골수성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재생불량빈혈, 골수증식성종양, 급성백혈병의심 전문의

 

9월 12일 토요일, 한국혈액암협회 <조혈모세포이식 메디컬 멘토링>에서 열다섯 팀의 환자와 가족을 만났다. 협회 자문의료진으로서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의 과정과 공여자 선정 기준, 환자가 준비하거나 조심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강의하고 짧은 1:1 상담 시간도 가졌다. 참석한 환자들 중에는 내가 직접 이식했던 분도 있었고, 우리 병원의 다른 교수님이나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는 분들도 많았다. 서울, 대전, 전남, 포항, 제주, 그리고 멀리 독일에서까지 오신 분들을 보며 환자와 가족들의 열정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최윤숙 교수

 

급성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골수섬유증 등 앓고 있는 병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들이 내게 가지고 온 질문들은 신기하리만치 닮아 있었다. 진료실에서 우리는 대개 증상, 검사 수치, 치료 계획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궁금해한 것은 식사, 운동과 청소, 출근과 여행, 곁에 둔 반려 동물과 함께 지내도 되는지 같은 소소한 것들이었다. 이식 환자들은 먹지 말아야 할 것, 위생상 조심할 행동 등 수많은 주의사항을 듣다 보니, 가족과 마주 보고 식사하는 것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손주를 안아 보는 것조차 의사의 허락을 구하게 된다.

 

환자들에게 완치란 병이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마주 앉아 식사하고,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들이 불안을 조금 내려놓고 온전한 일상의 행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도 괜찮은 것들’을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려 노력했다.

 

 

 

이식 후 2년을 넘긴 한 환자는 몸이 훨씬 아팠던 그때보다 지금 마음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의 회복 속도는 다르지만 짧은 진료 시간에 환자가 그 마음을 꺼내 보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환자의 표정과 아픈 마음을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야겠다고 느꼈다.

 

환자마다 5분씩 진행된 개별 면담도 먼 길을 오신 걸 생각하니 턱없이 짧게 느껴졌다. 다 풀어드리지 못한 질문이 있을까 봐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와의 짧은 만남이 그날 만난 모든 환자의 회복 여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기를 바란다.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이들의 수고스러운 발걸음을 떠올리며 오늘도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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