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따뜻한 위로 2022.02.03

응급간호팀 이신혜 주임

 

 

3일 나이트 근무 후 첫 오프인 날. 수면 사이클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3시간만 자고 미뤄뒀던 일들을 부지런히 해냈다.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7시. 갑자기 병동의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오XX 님 보호자님 코로나19 양성반응 나왔습니다.’

 

이기적이게도 그 연락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아, 잠 못 잤는데 지원 가야하나, 듀티가 얼마나 바뀌려나, 왜 하필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는 걸까’ 등이었다. 불평과 함께 병동으로 향했다. 병동에 도착하자 이미 3~4명의 선생님들이 나와서 일을 돕고 있었다. 가장 문제는 듀티였다. 확진자와 접촉하여 근무 제한에 들어간 간호사들을 제외하니 당장 근무를 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자연스럽게 나이트 근무를 맡게 됐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3시간 밖에 못자고 또 근무를 해야 하는 건가, 이 일을 정말 계속 해야 하는 건가’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4종 보호구를 입은 채 밤새 환자를 간호하며 다음날 9시까지 일을 했다. 3시간만 자고 곧바로 14시간 정도를 근무한 셈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어지럽고 피곤해서 구토를 했다. 그 순간 침대에 누웠을 때 든 생각은 ‘정말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였다. 이날의 우울함을 떨쳐내기 위해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나서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안소현 선생님으로부터 책 선물과 함께 메시지가 와 있었다. “네가 블로그에 쓴 글 읽었어. 서로가 서로를 대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근무환경이 너무 안타까워. 그런데 어제 이야기를 듣자마자 달려온 선생님들을 보고 정말 감동 받았어. 힘든 일이 생기면 어떻게든 힘을 모아 극복해내고, 우리의 노력이 병원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느꼈어. 하지만 감동하는 것도 먹고 자는 게 해결돼야 느낄 수 있는 것.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자.”

 

메시지를 읽고 눈물이 쏟아졌다. 선생님이 선물해 준 책은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이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일을 쓴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이다. 내게 와 닿았던 내용은 저자가 시련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는 것,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시련도 의미를 갖는다는 것, 삶의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가 어제 겪었던 그 상황 덕에 선생님의 위로를 받을 수 있었고, 간호사라는 일에 지쳐있던 내가 이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멋지게 느껴졌다. 간호사인 내가 조금은 좋아졌다.

 

‘생각을 바꿔봐’라는 말 대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따뜻한 마음의 안소현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아직도 선생님과 책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지금 선별 진료소에 지원을 왔다. 난 시련이 올 때마다 여전히 불평을 한다.(사람이 한 번에 바뀔 순 없는 법이다) 하지만 시련을 겪을 때 ‘기회인가?’라고 스치듯 생각하며 전보다는 유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와의 계속되는 싸움에 모두가 지쳐가는 중이다. 그냥 한번쯤은 ‘이 시련들이 나한테 기회인가?’ 생각하며 조금은 유연히 넘길 수 있기를. 소현 선생님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본다. 다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서 힘 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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