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빠르고 정확하게, 신뢰를 담아서 2022.03.02

영상의학팀 정민지 사원

 

▲ 판독의가 녹음한 내용을 듣고 입력하며 PACS에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모습.(좌)           ▲ 정민지 사원(왼쪽)이 곽애미 차장에게 판독문의 피드백을 받고 있다.(우)       

 

"환자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주춧돌을 쌓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전사 업무

키보드 치는 소리만 들리는 영상의학과 전사실. 풋 스위치로 플레이를 누르며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이곳에선 10명의 보건의료정보관리사가 출근부터 퇴근까지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녹음한 내용을 들으며 발음의 특성과 문법, 패턴을 인지해 판독문을 입력하고 있다. 입력 소요 시간은 천차만별이지만 각자 하루 평균 130여 건을 작업한다. 이렇게 완성된 판독문은 환자 진료와 의학 연구, 보건정책 수립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고 연계성 있는 진료에 참고가 된다. 작업 속도만큼 정확성이 중요해서 판독 내용을 인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목요일 오전은 외래환자가 많아서 급하게 들어오는 건수도 많다. 외래 시간을 확인하며 먼저 넣어야 할 작업부터 부지런히 챙긴다. 의료진과 환자, 후속 진료 등을 잇는 연결 고리라는 생각에 모든 입력 작업마다 책임감을 느낀다.

 

"중증도가 높은 작업 내용만 봐도 서울아산병원의 무게를 느낄 수 있어요."

 

신입 사원 적응기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국가고시를 합격하고 다른 병원에서 잠시 일하다가 지난해 8월 영상의학팀에 입사했다. 25년 만의 신규 채용일 만큼 얻기 힘든 기회였다. 선배 직원들은 따뜻하게 환대해주었다. 기대에 보답하도록 젊은 열정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전 직장에서는 간단한 엑스레이와 초음파 판독 작업을 다뤘다면 이곳에선 중증도가 높은 모든 검사를 다루고 있었다. 전사실의 모든 직원이 나눠서 판독문의 정확도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었다. 꼼꼼한 지적 뒤에는 응원도 따랐다. “20~30년간 한 일이니까 알려줄 수 있는 거지, 처음엔 우리도 어려웠어요. 민지쌤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 팀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틈틈이 모르는 해부학과 의학 용어, 영어 단어를 공부했다. 퇴근 후나 주말이면 AMC 아카데미의 영어 수업을 찾아 들었다. 대학에서 공부했던 수술 용어, 해부생리학 용어, 약어 등이 다채롭게 펼쳐질 때마다 전사 업무의 흥미가 더해졌다.

 

                              ▲ 모르는 약어와 의학 용어 등을 적어두고 틈틈이 공부한다.                   ▲ 영상의학팀 전사실의 보건의료정보관리사가 한자리에 모였다.(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급하게 들어오는 일이 많고 정확한 문장을 완성시키다 보면 항상 조급해져요."

 

숙성된 판독문

작업할 내용이 항상 떠 있고 급한 작업이 수시로 들어와서 점심시간에도 서둘러 일을 시작하곤 한다. 조사 하나하나 의미를 따져 정확한 문장을 완성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조사 ’의’와 ‘에’를 두고도 고민에 빠진다. 문장이 길어질수록 적합한 조사를 찾는 게 까다롭다. 또 숫자 표기나 대문자·소문자, 띄어쓰기 등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교수님의 판독문은 작성할 때부터 신경 써서 반영한다. 학회차 교수님들이 자리를 비우면 모처럼 여유가 찾아온다. “오늘은 점심 먹고 산책 한 바퀴 돌고 올게요!”

30여 년 일한 선배 직원들은 전사실의 변천사를 종종 들려준다. 2020년에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주는 전사용 AI가 도입되면서 당직과 연장 근무를 줄일 수 있었다. 정확도가 10~95%여서 수정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손의 피로는 덜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테이프를 직접 거둬와서 작업한 뒤 내용을 지우고 다시 가져다 놓던 시절도 있었다. 환자 번호를 직접 치다 보니 잘못 입력할까 봐 확인을 거듭해야 했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늘어나는 판독문을 소화하고 있다.

 

"들은 걸 맹신하면 안 돼요. 들린 내용을 의심하고 또다시 확인해야 하죠."

 

메모 확인 요청

2cm라고 들은 듯한데 판독 내용을 확인한 선배가 1cm라고 수정 의견을 냈다. 덧붙여 ‘들은 내용을 맹신하지 말라. 애매할 때는 판독의가 표시한 사이즈를 PACS(영상의료전송시스템)에서 확인하라’ 두 가지를 주문했다. 한번 잘못 들리면 계속 그렇게만 들린다. 또 HCC(간세포암)와 AGC(진행위암), impaction(치아 매복)과 infection(감염) 등 비슷한 발음과 의미에 주의해야 한다. NO가 붙는지 아닌지에 따라서는 정반대의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간혹 판독의가 무의식적으로 본문과 결론에 다른 사이즈나 단위를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오류를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한 타이핑 작업에 그치면 발견하기 힘든 부분이다. 판독 내용을 파악하면서 확신이 서지 않거나 판독의의 확인이 필요한 부분에는 메모를 남긴다. 곧 정확한 피드백이 도착하면 묵은 체증이 뚫린 듯 굳어있던 어깨와 손가락이 가벼워진다. 다시 풋 스위치를 누른다. 화면에는 새로운 환자의 판독문이 빠르게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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