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아들의 작은 학교 2022.05.16

 

 

서울아산병원 146병동 입구에는 교실이 하나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소아청소년암 환자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병원학교다. 병원 안에 있는 책상, 의자, 칠판이 어색해 보이지만 환아들에게는 친구들을 만나고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고경남 교수는 2020년 3월부터 제3대 어린이병원학교장을 맡고 있다. 고경남 교수를 만나 서울아산병원 병원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실>

 

어린이병원학교를 소개해달라

장기간의 치료로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소아청소년암 환자들이 병원에서 학교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06년 8월 개교했다. 환아들이 교육 공백 없이 건강하게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초·중·고등부로 구성돼있고 총 2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이름과 모양만 학교가 아니라 실제로 학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운영하고 있으며, 병원학교 학생들은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을 듣고 출석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는지

지금은 코로나19로 교실에 모여서 수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체험학습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환아들이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너무 아쉽다. 학교라는 곳은 아이들에게 특별하다.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 선생님과의 추억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큰 자산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채워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다. 교육의 질 측면에선 현직 교사와 퇴직 교사, 울산의대 학생 등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학교와 다르지 않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학생은

태어났을 때부터 서울아산병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아이가 있었다. 여러 차례 병이 재발하면서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처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8살 때 병원학교에 입교하여 1년간 친구들을 사귀고 수업을 들었다. 1학년을 마칠 때 수료증을 주던 순간만큼은 의사가 아닌 선생님이 된 느낌이 들었고, 병원학교를 통해 아이의 마음까지 치료해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병원학교장을 맡으며 느낀 점은

소아암 환자를 만나다 보면 당장 눈앞의 병을 치료하는 데만 매몰될 때가 있다. 하지만 치료를 한다는 건 단순히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병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아픈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교육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우리 의무다. 그래서 회진을 가는 길에 병원학교를 보면 책임감을 느끼고 아이들이 잘 클 수 있게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는 것을 마음 속에 되새긴다. 앞으로도 병원학교가 학생들이 잠깐 수업을 들으며 거쳐가는 곳이 아니라 애교심이 들 만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직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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