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 정보 치질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2022.06.01

대장항문외과 김민현 교수

 

 

치질이라고 하면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 즉 치핵, 치열, 항문농양 및 치루 등을 폭넓게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치핵 질환을 일컫는 경우가 흔하다. 항문 주변에는 쿠션 역할을 담당하는 정맥얼기(정맥이 촘촘히 덩굴처럼 뭉친 조직)와 결합조직으로 이루어진 조직이 있는데 이것이 치핵 조직이다. 사실 일반인에게는 치핵이라는 문제가 드러났을 때만 인지가 되기 때문에 치핵 조직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 치핵 조직은 항문 괄약근을 보호하고 평상시에는 대변이 새지 않도록 항문 사이 공간을 채워주는 고마운 구조물이다.

 

다만 반복적으로 항문의 압력이 올라가는 일이 발생하면 이 정맥이 압력에 대해 반응하여 점차 확장을 한다. 그래서 점차 부풀어 오르고 덩어리가 지게 되며 심하면 항문관을 방해해서 배변을 방해하거나 지나가는 대변에 혈관이 손상을 받아 출혈을 일으킨다. 그래서 치핵을 호소하는 환자 대부분은 출혈, 통증, 돌출 등으로 방문하게 된다. 통증은 특히 항문의 바깥쪽에 생기는 외치핵일 때 심하게 발생하는데 안쪽에 생기는 내치핵과 달리 항문의 바깥에는 감각세포들이 있어 통각을 느끼기 때문에 생긴다. 피가 안쪽에서 터져 생기는 혈전성 외치핵의 통증은 갑작스럽게 찾아와 초창기 2~3일에 가장 심하고 이후 점차 누그러지는 것이 일반적이라 그 이후에 통증이 지속되면 다른 원인도 생각해 봐야 한다.

 

치핵 수술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전체 수술 중 건수 기준으로 백내장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할 만큼 환자들이 많다. 특히 이 숫자는 현대에 들어서 많이 늘었는데 식단의 변화 및 좌변기의 보급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의 몸은 해부학적으로 좌변기에 앉았을 때보다 재래식 변기처럼 쪼그린 자세, 즉 상체가 허벅지와 35° 정도일 때 직장과 항문 사이에 걸려 있는 치골직장근이 이완하면서 더 배변에 유리한 자세가 된다. 상대적으로 힘을 덜 주어도 되니 항문에 국소압력이 덜 걸리게 되고 그만큼 치핵 조직도 덜 울혈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변기를 바꾸기는 어려우니 변기 옆에 발판을 둬서 발을 올리면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악화 요인인데 최근에는 특히 핸드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더 오래 앉아 있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의 변화 외에도 섬유소가 풍부한 식단으로의 변화, 배변완화제의 처방과 복용, 금주(술은 항문 혈관을 확장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좌욕 등도 수술 없이 치핵의 악화를 예방하고 보존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된다.

 

치핵의 수술은 보존적 치료에 실패하거나 처음 진단부터 심했을 때 고려하게 된다. 즉 생겼다고 모든 경우에 대해서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바깥에 생긴 외치핵 같은 경우 심한 통증 및 출혈 등으로 인한 응급상황이 아니면 좌욕 등 보존적 치료로 해결이 된다. 이는 최근 대장항문학회에서 발표한 ‘Choosing wisely’ 캠페인 중에도 채택이 된 내용으로 혈전성 외치핵 환자에서 응급 수술 상황이 아닌 경우 수술적 치료를 일상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내치핵의 경우에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보통 네 단계(1~4도)로 나뉘는데 2도부터 덩어리가 돌출이 되지만 자연적으로 다시 들어가고 3도부터는 밀어 넣어야 들어가고 4도는 밀어 넣어도 안 들어간다. 수술적 치료는 3도 치핵부터 고려하게 되는데 출혈이 심할 경우에는 상관없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수술은 치핵의 모양과 심한 정도, 의사의 선호하는 수술 방법에 따라 다양한 수술 방법들이 있다. 각 술법에 따른 치료기간, 통증, 합병증 발생률, 재발률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잘 상담해 보고 기대치와 관련해 상의해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수술은 치핵절제술로 울혈이 된 치핵조직을 잘라내고 상부의 혈관결찰을 한 후 수술 부위 봉합을 일부(점막부분)만 하는 상태로 치료하는 방법이다. 봉합되지 않은 개방된 부위는 저절로 살이 차오를 때까지 좌욕하면서 관리하면 보통 한두 달 안쪽으로 상처가 낫는다. 그 외에도 PPH라는 원형 자동문합기를 이용하여 수술하는 방법이 있는데 둘레로 심한 치핵 울혈이 있을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 외에도 초기 치핵에 대해서 사용해볼 수 있는 다양한 시술들이 있는데 간단하게 시술로 시행될 수 있는 만큼 그 적응증이나 재발률에 대해서는 잘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치핵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항문외과를 방문하여 전문적인 상담을 받으면 된다.

 

치핵의 유병률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와 같이 한 질환이고 현재도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진료를 보다 보면 말 못할 질환이라고 부끄러워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혼자만의 고민으로 삭이지 말고 더 심해지기 전에 전문적인 상담을 조기에 받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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