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특별한 아이들의 선생님 2022.08.05

정신건강의학과 임연신 특수교사

 

▲ (좌)아이와 상호 작용하면서 모든 행동과 컨디션을 관찰하고 있는 임연신 특수교사. / (우)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부교수(왼쪽), 김혜진 임상심리사(오른쪽)와 상의하는 모습.

 

 

"병원의 특수 교사는 특별한 요구를 가진 아이와 그 가족을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유일무이 특수교사

“싫어요!” 연우는 이야기를 잘 듣다가 별안간 으름장을 놓았다.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원활하지 않은 아이들은 꼬집고, 깨물고,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아예 반응을 하지 않기도 한다. 눈맞춤과 표정부터 놀이, 행동 등을 모두 관찰해 보고서로 작성한다. 이 내용을 토대로 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부교수와 상의하며 개별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나간다. 

특수교사는 발달이 느리거나 문제 행동을 하는 등의 특별한 아이들을 교육하고 증거 기반의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폐증 진단평가는 검사자의 숙련도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검사여서 시행하는 기관이 매우 드물다. 코로나19 여파로 발달이 늦은 아이들이 크게 늘면서 현재 2024년까지 검사 예약이 차있다. 

 

"내 아이의 힘든 순간을 보여주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최선을 다해야죠." 

 

함께 극복하는 시간

“우리 애가 원래 안 그런데….” 부모는 검사실에서 보이는 아이의 행동을 부정했다. “검사는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에게 하는 행동을 보는 거니까 괜찮습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의 반응을 끌어내며 3시간을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오랜 경험이 쌓인 교사로 검사하며 일어나는 상황을 보다 유연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되도록 부모의 이야기를 수용하지만 검사 결과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쓴다.

요즘 육아 솔루션 TV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단번에 아이를 바꿔 달라는 요구가 크게 늘었다. 그때마다 되려 당부한다. “아이들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아요. 보호자의 시간과 노력,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특수교사로서 해내야 할 일도 분명하다. 발달 과정에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적합한 치료를 제시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 (좌)매주 아이들과 사회성 그룹 치료 수업을 진행하는 임연신 특수교사. / (우) 임연신 특수교사(왼쪽)가 외래간호팀 손주희 과장과 예약 환자 기록을 살피는 모습.

 

"제자가 없는 교사이지만 아이들의 발달 경과를 지켜보며 제 일의 가치를 느껴요." 

 

나의 도움이 닿는 기쁨

예약 후 검사까지 1년을 기다린 아이가 감기 증상으로 병원 출입이 막혔다. 코로나 기간에 병원의 감염관리 조치는 예외가 없었다. 아이 엄마가 전화로 거칠게 항의했다. 그 속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일정을 따로 빼서 아이를 만나 보았다. 예상보다 훨씬 발달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검사 후 치료 방향을 설명하고 치료 기관에 직접 연락해 필요한 조치를 부탁했다. 그 후 아이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엄마는 직접 쓴 감사 편지를 보냈다. 검사 결과를 받았던 날 병원 복도에서 많이 울었다면서 큰 힘이 되어줘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읽는 내내 울컥했다. 비록 제자 없는 교사이지만 아이의 발달 경과가 좋아지는 걸 확인할 때마다 이 일의 가치를 느낀다.

“우리 아이가 요즘 사춘기를 겪으면서 힘들 때면 서울아산병원에 가서 혼자 있다가 온대요.” 오래 전 사회성 그룹 치료에서 만났던 아이의 엄마에게 연락을 받았다. 직접 표현한 건 아니지만 비슷한 아이들과 어울려 치료받던 시간이 아이에게 가장 편안한 기억으로 남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만나는 아이들마다 병원은 편안한 장소라는 생각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해도 어느새 새로운 공부를 하고 있어요." 

 

내가 줄 수 있는 도움

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다가 한 명 한 명에 집중하고 싶어 2006년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직했다. 입사 후 병원에선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의료진과 상의하며 자폐증 진단검사, 특수 치료, 학습치료, 사회성 그룹 치료 및 부모 양육훈련 프로그램 등을 하나씩 세팅했다.

2008년 자폐 스펙트럼 진단 검사(ADI-R, ADOS)를 위한 국제공인 자격을 취득했다. 외국에서 수련받고 영어로 시연하며 신뢰도를 맞추는 과정이 얼마나 어렵던지 화장실에 가서 울다 나오곤 했다. 그후로도 임상심리사, 인지행동치료사 자격을 취득하고, 작년에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에게 증거 기반 치료를 하기 위한 국제행동분석가(BCBA) 시험을 3년간의 준비 끝에 합격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다 보면 해야 할 공부가 끊임없이 생겼다. 요즘은 12년간 미뤄둔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검사하며 느낀 부분과 실제 데이터를 담은 연구 내용이 현장의 교수법에 도움 될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누구도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지만 17년 내내 새로운 것에 도전 중이다. ‘이 자리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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