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경험하며 배우며 2022.08.29

서울아산병원 외래간호팀 이정란 유닛 매니저

 

▲ (좌) 2011년 PI상을 받은 포스터 앞에서 기념촬영. 왼쪽 두 번째가 이정란 유닛 매니저. ▲ (우) 2014년 개원 기념 합창대회에 참가한 간호사들과 함께. 뒷줄 왼쪽 두 번째가 이정란 유닛 매니저.

 

이정란 유닛 매니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26년간 내·외과 병동과 투석실, 지금의 외래까지 다양한 부서에서 경험을 쌓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배울 점을 찾았고 환자에게 도움이 될 간호를 고민했다. 신입 간호사 시절에 가졌던 ‘간호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하며 찾아가고 있다.

 

1996년 신입 간호사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내분비내과 병동에서 시작했는데 그때 느낀 자부심과 에너지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당뇨환자 교육에서 환자들이 “그렇군요. 그렇게 해보겠습니다”라며 받아들일 때 누군가의 변화를 인도하는 간호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힘들었을 텐데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라며 환자 가족이 우리의 노력을 인정해 줄 때 후회 없이 퇴근할 수 있었고요. 

열심히 일한 뒤에는 또래 동료들과 아지트에 모였어요.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동료 한 명만 있어도 든든하더라고요. 또 당시 김순애 수간호사님은 수행하기 힘든 요구 사항이 왔을 때 앞장서서 우리를 대변해 주는 리더였어요. 타 부서나 환자와의 관계 이전에 우리를 먼저 이해해 주려는 마음이 큰 응원으로 다가왔습니다. 언젠가 나도 저런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후배 간호사들이 저를 그렇게 봐줄지 모르겠어요.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많은 부서에서 일하며 느낀 장단점이 있을까요?

매번 적응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내가 아는 게 꼭 정답은 아니구나!’라는 감각도 생겼습니다. 신장내과 병동에서 오래 일하다가 정형외과 병동으로 갔을 때 라인 정리나 라벨 표기 방법 등 제가 오랫동안 쌓고 지켜온 공식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 걸 알았어요. 한곳에서 쌓은 전문성을 다른 곳에서 어떻게 유연하게 발현할지 경험해 보는 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어요.

병동 업무만 하다가 올해 처음 외래간호팀으로 발령받았습니다. 라포가 쌓이지 않은 외래 환자에게 약의 용법이나 가정에서의 주의사항을 신속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매일 새로운 고민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험을 해봐야 고민도 있는 거겠죠.

 

▲ (왼) 2017년 의료경영 교육과정 수료 후 기념촬영. 왼쪽 첫 번째가 이정란 유닛 매니저. ▲ (우) 2018년 153병동 신입 간호사들과 함께.

 

환자를 간호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신장내과 병동과 투석실에 있을 때 투석을 시작하는 환자들은 암 환자 못지않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투석을 시작하면 세상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죠. 이러한 감정을 들어주고 투석을 왜 해야 하는지, 투석하면서 어떻게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정보를 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간호사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들과 틈나는 대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

예나 지금이나 간호사들이 열심히 하려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에 쫓기면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배려할 시간부터 줄이게 돼요. 각종 지원 부서가 늘긴 했지만 그만큼 중환자나 검사 수도 늘었잖아요. 항상 안타까운 점이에요.

 

간호하면서 스스로 변화된 점이나 개선한 것이 있을까요?

저는 계획을 촘촘히 세우느라 실행까지 오래 걸리는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웃라인을 잡으면 일단 시행해 봐요. 진행 속도가 빨라졌죠. 예를 들면 초과 근무에 관한 문제인데요. 나이트 간호사가 오전 7시에 퇴근해야 하는데 아침에 인슐린 투여까지 하고 나면 기본적으로 8시를 넘겼어요. 이것만이라도 개선해 보자 결단하고 이 업무를 데이 간호사에게 맡겼습니다. 평소 혈압을 재고 투석 환자를 챙겨야 하는 시간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이 보조하게 하고요. 선·후배 따지지 말고 모두가 바꿔가야 할 일이라는 공감을 통해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일을 줄일 수 없다면 효율적인 분배로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걸 확인했어요.

 

성장에 도움이 된 나만의 노력을 소개해주세요

환자 사이에선 간호사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이라고 해요. 간호사가 잘 알아야 환자의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죠. 환자의 언어로도 설명할 수 있고요. 저는 병원의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신청해 들었어요. 혼자 공부하기에 한계가 있잖아요. 병동에 전공과 상관없는 환자가 와도 수업 때 들은 한두 가지 정보를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일단 해보는 게 도움이 돼요. 간호부의 ‘감사 활동’도 처음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해야 하는 일’로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감사하는 순간이 기분 좋고 행복해지는 걸 느끼면서 차차 진심이 되는 경험을 했죠. 또 만나는 사람마다 배울 점이 하나씩 있어요. 그 점을 염두에 두면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