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2023.06.20

소화기내과 명승재 교수

 

▲ 2000년 변비클리닉 바이오피드백 치료실 개소식을 하고 있다. 원 안이 명승재 교수.
▲ 2013년 명승재 교수가 진료를 하고 있다.

 

‘연구한 내용이 환자에게 닿을 순 없을까?’ 막연한 꿈을 위해 명승재 교수는 실행에 나섰다. 변비클리닉을 개소하고 기능성 장질환 분야에 입지를 다질 즈음이었다. 연구에 전념하기로 한 젊은 날의 결심부터 신약 개발 회사를 창업한 지금의 도전까지 차례로 들어보았다.

 

우리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두 가지에 놀랐습니다. 교수님들이 주말에 나와 환자를 돌보는 점과 교육에도 열정적이라는 점에서요. 내과는 홍창기 전 병원장님을 필두로 교수님들이 점심마다 레지던트를 모아서 교육했습니다. 재능있는 한 두 사람에게 집중하기 보다 잘 못하는 사람들을 챙기고 가르쳐서 훌륭한 임상의로 성장시키는 방식이었죠. 참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자부합니다. 우리 병원의 성공담도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변비클리닉을 열고 기능성 장질환 치료를 전문으로 삼은 계기가 있나요?

펠로우를 마치고 을지병원으로 옮겨 담도 질환을 치료할 때였어요. 기능성 장질환 치료를 와서 맡아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소화기 분야에서 염증성 질환이나 암 치료에 비해 기능성 장질환은 의사나 연구가 부족했어요. 생사가 걸린 문제는 아니지만 불편을 겪는 환자가 많아서 병원 차원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주전공을 바꿔 서울아산병원에 돌아온 뒤 국내 최초로 변비클리닉을 개소하고 관련 치료를 잘하는 해외 병원을 찾아다니며 좋은 치료 시스템을 배우고 갖춰 나갔죠.

 

연구에 전념하게 된 결심이 궁금합니다.

중개 연구에 대한 욕심은 늘 있었어요. 2004년 해외 연수에서 진행한 대장암 연구를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양석균 교수님께선 “명 선생은 소질이 있으니까 전폭적으로 지원할게요”라며 연구에 힘을 실어주셨어요. 그런데 병원의 입원부 일과 진료, 연구를 병행하기 힘들더라고요. 몇 개월간 고심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워낙 임상에 강하니까 제 임상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기대와 안정감이 있잖아요. 환자의 변화를 보는 것도 큰 보상이고요. 하지만 연구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죠. 그래도 마음이 끌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연구가 재미있고 여러 사람과 조직을 만들어 도전하는 일이 저와 잘 맞아 다행이었죠.

 

연구하며 우리 병원과의 시너지는 어땠나요?

처음에는 함께 연구할 곳을 찾아 여기저기 제안도 하고 연구비를 확보해야 했어요. 이정신 전 병원장님, 최은경, 문대혁 교수님과 같은 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때마침 서울아산병원이 대규모 연구 과제들을 수주하면서 세부 연구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죠. 연구기획실장을 맡고 있을 때 융합연구관 건축이 결정됐습니다. 좋은 약을 만들거나 환자에게 도움이 될 연구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아산재단과 서울아산병원의 각오가 느껴졌어요. 일단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배관이 보이도록 천장을 높이고 유리 건물로 내부를 밝게 만들었죠. 또 인재를 뽑기 위해 김청수 전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님과 미국에 가서 수많은 박사연구자를 인터뷰했습니다. 당시에 서울아산병원이 훌륭한 인재를 싹쓸이한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어요.

 

▲ 2014년 퍼킨엘머사(Perkin Elmer)와 서울아산병원, 바이오이미징센터가 기술 협약 서명을 하고 있다. 오른쪽 첫 번째가 명승재 교수.
▲ 2015년 역대 의생명연구소장이 모두 모인 의생명연구소 홈커밍데이 행사 모습. 뒷줄 오른쪽 첫 번째가 명승재 교수.

 

회사는 어떻게 창업하게 된 건가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융복합 의료기기 사업을 수주하는데 6개월 이내에 회사를 창업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어요. 투자를 받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교류해 온 미국의 샌디 마코위츠(Sandy Markowitz) 교수님께서 연구한 내용이 환자에게 닿기까지 회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보여주셨어요. 1조 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을 성장시킨 과정을 간접 경험하며 용기를 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항체 약물을 개발하는 회사를 창업했죠.

병원 연구원은 환자의 질환 조직과 정보가 충분해서 표적을 발굴하고 연구하기에 유리해요. 병원과 대학이 특허를 내면 회사에서 이어서 개발하는 구조입니다. 기술 이전으로 특허료가 발생하면 병원과 대학의 수입원이 되는 시너지를 이루죠. 앞으로 바이오산업이 병원의 새로운 수입원이 될 거라고 봐요.

 

지금까지의 선택과 행보에 대한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서울아산병원이 무에서 유를 만들고 글로벌 병원으로 성장한 것처럼 저도 연구 분야에서 성장 스토리를 이루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자로서 성공하는 모습을 다음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고요. 연구하는 의사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거든요. 제가 젊을 때 했던 고민을 지금 누군가 하고 있다면 과감히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 보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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