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진심을 전하는 방법 2022.12.05

외과간호1팀 김민주 주임

 

 

김00님은 원위부 췌장절제술을 받은 뒤 지속적인 고열과 혈액 염증수치의 상승으로 코에 배액관을 삽입했다. 환자는 수술 후에도 퇴원을 하지 못해 혹시 수술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고 통증까지 더해져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환자의 딸인 보호자는 불안과 걱정으로 촉각을 곤두세워 간호사들의 간호 행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했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점점 수척해진 모습을 보였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 한껏 예민한 상태였다.

 

이브닝 근무 때 인계를 받으면서 특히 더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첫 인사를 나눈 뒤 먼저 배액관의 불편감을 덜어주기 위해 코에 드레싱을 시행했다. 이어 배액술을 시행하는 이유와 탈관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호자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 보호자분, 잠은 좀 주무셨나요? 며칠은 못 주무신 것 같아 피곤해 보이세요. 보호자 침대가 참 불편하죠. 식사는 챙겨드셨나요?” 잠시 아무 말 없던 보호자는 핏발이 선 눈으로 내 눈을 처음으로 맞추며 본인이 그동안 느꼈던 심적 부담감을 표현했다. “보호자가 힘을 내야 환자가 안정감도 느끼고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큰 수술을 받은 환자분을 위해서라도 식사도 잘 챙겨 드시고 힘을 내야 해요. 우리 같이 노력해볼까요?” 보호자는 잠시 뒤 말없이 눈물을 흘렸고 나는 휴지를 챙겨주며 다독였다. 다음 라운딩 시간이 되어 방문했을 때는 그동안 느껴졌던 팽팽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보호자는 웃는 얼굴로 나를 반기며 덕분에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편하게 쉬고 제대로 식사도 했다며 무섭고 외로웠던 일주일의 애타는 마음을 알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김00님은 배액관을 삽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이후로는 놀란 마음에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식욕이 줄고 기운도 없어지고 점점 누워만 있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보호자에게 듣게 되었다. 아파하는 환자에게 진통제를 주며 말을 건넸다. “우리 보호자분이 김00님을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이 저에게도 느껴지네요. 통증이 조금 경감되면 이렇게 고생하는 따님을 위해 병동 복도에 나오셔서 저에게 따님 자랑을 해주시면 어떨까요?” 그러자 환자의 일그러졌던 얼굴이 조금씩 펴졌다. 잠시 고민을 하더니 한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복도에서 “선생님~ 저희 어머니가 먼저 선생님을 만나겠다며 운동을 하겠다고 나오셨어요!”라며 기쁜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전보다 훨씬 밝아진 환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서울아산병원에 오기 전 다른 병원에서 신생아실 간호사로 3년 넘게 일했다. 그곳에서 아기의 탄생과 생애주기의 첫 단계를 함께할 수 있었고 보호자들의 기쁨과 두려움, 걱정 어린 마음들을 보고 느끼며 의료진과 보호자 간의 신뢰와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외과 병동에서도 보호자들의 걱정과 두려움이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환자와 보호자를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했다. 먼저 반가운 안부 인사를 건넨 뒤 지금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환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호자가 옆에서 어떤 부분을 도와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때로는 회진 때 보호자들이 교수님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들을 대신 정리해주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직을 하면서 모든 게 변했다. 신생아를 간호하다가 성인을 간호하게 되면서 간호 대상자와 보호자가 바뀌었고 전산, 시스템, 병동 등도 바뀌었다.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감사하게도 고객칭찬 우수상을 받게 되어 힘을 얻기도 했다. 훗날 환자, 보호자, 동료와 함께 웃으며 즐거운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나를 그려본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