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 정보 환절기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 2023.04.26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

 

 

 

우리는 주변에서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너무 흔한 질병이다 보니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축농증, 만성기침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기침, 코막힘, 가려움증 등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다 보니 학생들은 학업 능률 저하, 직장인들은 만성 피로감 등으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비염은 말 그대로 콧속에 염증이 발생하는 병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레르겐이라고 하는데 비염은 집 먼지 진드기, 꽃가루 같은 알레르겐에 노출된 코 점막에 염증이 생겨 맑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 코 가려움증 등이 발생하는 병이다. 눈에도 영향을 주어 양쪽 눈이 가려운데 특히 콧등 바로 옆, 눈 안쪽 모서리가 가렵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염증이 모든 증상의 원인이라는 것과 눈의 가려움증도 코의 염증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염증을 제거하기 위해선 반드시 항염증 효과가 있는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

 

만약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만성 부비동염이나 축농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중이염, 결막염도 자주 동반된다. 비염 환자의 약 30% 정도는 천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으며 코막힘으로 입을 벌리고 자다 보면 치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비염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수면 장애를 포함한 삶의 질 저하다. 깊이 오래 푹 자는 것, 즉 숙면의 중요성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코막힘으로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이 발생하면 숙면에서 깨어 매우 얕게 자는 미세 각성 상태가 되는데 일반인보다 발생률이 약 10배에 달한다. 코의 작은 염증 하나로 다양한 질병이 추가로 생기는 것은 물론 코막힘으로 숙면까지 방해받게 되는 것이다. 코막힘에 비염까지 조절이 안 되면 콧물이 목뒤로 흘러 목을 자극하고 기침을 유발하며 눈까지 가려워져 자는 동안 눈을 자주 비비게 해 숙면을 더 방해한다.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으로 숙면하지 못하다 보니 우리 뇌에는 피로가 쌓이고 집중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 학습 능력도 떨어지며 업무 효율, 학교 성적 등은 자연스레 나빠질 것이다. 심한 경우 정서 장애 동반으로 우울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누구나 심한 코감기로 코가 꽉 막혀 숨쉬기 답답하고 콧물과 재채기가 계속 나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상태가 수개월간 지속된다고 상상해 보라. 편하게 잠을 청할 수도, 공부나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가 매일 지속되는 상황은 누구든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은 무엇일까?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 치료제는 비강분무스테로이드다. 콧속 염증에 가장 큰 항염증 효과가 있는 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면 코막힘, 눈 가려움증, 수면장애 등 모든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이 약은 강남 어머니들 사이에서는 속칭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소문이 나 있기도 하다. 이렇게 효과가 좋은 약임에도 환자들과 대화해 보면 초반에는 잘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주된 사유는 스테로이드 부작용 걱정으로 약 사용을 중단했거나 코에 뿌리고 나서 바로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없어 효과가 없나 하는 생각에 중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강분무스테로이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왜 꾸준하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비강분무스테로이드는 먹는 스테로이드와 달리 전신 부작용이 전혀 없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모메타손이나 플루티카손푸로에이트 같은 약은 체내에 흡수돼도 대부분 분해되어 빨리 없어지기 때문에 우리 몸에 주는 영향이 전혀 없다. 대부분의 비강분무스테로이드는 2세 소아부터 사용 가능하도록 허가되어 있고,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논문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되어 있다. 굳이 부작용을 말하자면 스프레이 방향을 코 가운데인 비중격으로 계속 분사할 경우 코피가 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방향만 약간 외측으로 돌려 분사해 주면 전혀 문제가 없다.

 

둘째, 비강분무스테로이드는 사용한 당일부터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진 않으나 계속 사용하면 다른 어떤 약보다 효과가 좋다. 다만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1~2주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증상이 심한 날만 사용하고 증상이 적은 날은 사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렵다. 비강분무스테로이드는 우리가 매일 자연스레 양치질을 하고 얼굴에 영양크림을 바르듯 증상과 관계없이 꾸준히 사용한다면 나중에 비염 증상과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알레르기비염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가 잘 안되는 것 같고 약을 먹어도 일시적인데 졸음만 오는 것 같다고 미리 판단해 치료를 포기하면 안 된다. 비강분무스테로이드를 꾸준히 사용하여 치료한다면 숙면은 물론 학교와 직장에서도 활기찬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