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 정보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병일까? 2023.07.20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

 

 

최근 한 메디컬 드라마에서 크론병 환자 이야기가 소개됐다. 시청자에게 크론병이 어떤 병인지 알려 주고 환우들에게는 희망찬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극적인 스토리를 위해선지 크론병 경과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상황이 설정돼 있었다. 열심히 치료받고 건강히 살아가고 있는 환우들과 가족들에겐 큰 아픔을, 일반인에게는 크론병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혹자는 메디컬 드라마에서 다루는 소재들이 대부분 극적인 상황을 설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크론병을 비롯한 염증성 장질환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질환이다. 시청자들이 드라마임을 감안해 맥락을 이해하기 쉬운 암, 혈압, 당뇨와 같이 흔히 알려진 질환과는 상황이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이런 질환을 드라마에서 쉽게 다루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생소한 질환일수록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서양에서는 이미 흔한 질병이지만 국내에선 아직 낯선 질병. 젊은 나이에 주로 발병하여 학업과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하기도 하며 점차 국내 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염증성 장질환은 어떤 병일까?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한 장 내부의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위장관 염증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발생한다. 과거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질환이었으나 최근 발병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크론병은 1만 8천여 명, 궤양성 대장염은 3만 7천여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주로 20~40대 사이에 발병하며 한창 학업이나 업무로 바쁜 젊은 환자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질환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모든 위장관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주로 회장(소장 뒷부분)이나 대장을 침범한다. 염증이 진행되면 장 협착, 농양, 누공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말 그대로 대장에만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염증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거대 결장, 천공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생물학 제제, 소분자약제 등 다양한 치료 약제가 개발되어 다양한 합병증 예방은 물론 수술률도 낮아지고 있다. 수술 후 환자들도 재발없이 조절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염증성 장질환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유전적 배경이 있는 사람에서 환경적 요인과 장내 미생물 변화 등으로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면역 반응 발생을 원인으로 본다. 유전적인 배경으로 관여할 수 있는 유전자는 현재 약 300개 이상 밝혀져 있다. 환경적 요인에는 식이, 흡연, 대기오염 등이 있으며 이 중 서구화된 식습관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최근 장내 미생물 연구의 발전으로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도 주요 발병 원인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병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병이 아니다. 유전병은 특정 유전자의 이상 또는 변이에 의한 질환을 의미하며 유전자 변이가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전달되면서 발병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가족력을 가진다. 가족력을 가지는 질병들은 가족 구성원 간에 자주 발생하며, 유전적 요소 외 환경적 요인이나 가족 간의 유전자와 환경의 복합 상호작용이 더 중요하다. 그럼 가족력의 빈도는 얼마나 될까? 우리 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내가 염증성 장질환 환자라고 할 때, 부모, 형제, 자매, 자녀 중에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있을 확률은 5% 정도이며, 반대로 가족 중에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있을 때 내가 염증성 장질환에 걸릴 위험도는 1% 수준이다.

 

젊은 나이의 환자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한 달 이상 설사, 복통, 혈변, 체중 감소가 나타난다면 염증성 장질환일 수 있다. 또한 국내 크론병 환자의 경우 치루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잘 낫지 않는 반복적인 치루가 있는 경우 크론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 의심 증상이 있으면 가장 먼저 대장내시경을 시행한다. 내시경을 통해 소장 끝부분과 대장을 살펴보고 해당 소견이 보이면 염증성 장질환으로 진단한다. 대장내시경에서 이상 소견이 없어도 증상, 혈액검사 등에서 염증성 장질환이 의심된다면 소장 CT나 MRI, 캡슐내시경, 소장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소장까지 살펴봐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에는 주로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전통적으로 5-ASA(아미노살리실산), 면역조절제, 스테로이드제로 치료했지만 불만족스러운 효과와 부작용 우려도 많았다. 최근에는 신약개발의 발전으로 다양한 생물학 제제 및 소분자약제들이 도입됐고 치료 효과도 크게 개선됐다. 이러한 약제들로도 호전되지 않고 각종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하지만 앞서 언급한 약제의 개발과 치료 전략의 발달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수술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