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환자 이야기 가족의 힘 - 파킨슨병 치료 2017.10.31

다시 찾은 일상의 행복. 신두영 씨는 매 순간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는 건강해진 자신의 몸을 증거 삼아 희망을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를 버티게 한 또 하나의 힘은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약을 받으러 병원에 갈 때마다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눈에 밟히곤 합니다. 그분들에게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삶을 무너뜨리는 병, 파킨슨

 

매일 새벽시장에서 장을 보고 하루도 빠짐없이 국밥집 가게 문을 열던 듬직한 가장이었던 신두영(64세)씨. 건강하던 신두영 씨의 몸에 이상이 나타난 건 2001년 이었습니다. 처음엔 오른쪽 다리가 흔들렸습니다. 재료값이 크게 올라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였습니다. 며칠 이러다 말겠지 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오른쪽 다리에 나타나던 떨림이 전염병처럼 오른쪽 팔로 퍼져갔습니다.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걷다가 갑자기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무거워 주저앉기도 했고, 넘어져 치아가 부러지는 일도 생겼습니다.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리치료사가 서울의 큰 병원에 가길 권했습니다.

2004년 서울아산병원에 와서야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절망에 빠져있던 그에게 용기를 준 건 이명종 교수(신경과, 2009년 퇴직)이었습니다. “파킨슨병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완치를 위한 방법이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약을 먹으며 관리하면 운동 증상도 개선되고 병의 진행도 늦출 수 있습니다.”

6년간의 약물치료, 하지만…

 

약을 먹으면 거짓말처럼 몸이 날아갈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약물 치료로 차츰 건강을 회복해 나갔고, 일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6년을 버텼습니다. ‘이만하면 됐다’라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절망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약효가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습니다. 먹어야 하는 약의 양도 점점 늘었고, 약을 제때 먹지 않으면 몸이 굳어 옷 입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약을 먹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생긴 현상이었습니다. 2011년 5월. 주치의였던 신경 정선주 교수로부터 뇌심부자극술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뇌 부위를 자극해 증상을 개선하는 수술입니다. 수술을 받으면 새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수술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간 진행된 정밀 검사 결과는 청천벽력과도 같았습니다. “뇌에서 혈관 기형이 발견됐습니다.” 절망은 병을 키웠습니다. 몸이 굳고 흔들리는 증상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잠을 자다가도 약 기운이 떨어지면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두려움에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간절함이 만든 기적

 

병이 진행되면서 거동하기 힘들어지는 그를 대신해 아내가 청주에서 서울까지 약을 받으러 다녀야 했습니다. 2015년 어느 날, 정선주 교수가 재검사를 해 보자고 했습니다. 재검사 결과에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혈관 기형이 보이지 않습니다.” 간절함이 가져온 기적이었을까요. 이내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2016년 3월과 6월. 수술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전상용 교수(신경외과)가 수술을 집도했습니다. 전상용 교수는 그의 뇌 좌우 두 곳에 작은 구멍을 뚫고 전극을 심었습니다. 목표한 위치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환자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의료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전극이 정확한 위치에 고정된 것을 확인한 후 가슴 부분에 전기 배터리를 삽입했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신두영 씨는 병원 문을 나서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것 같았어요” “온몸과 다리에 힘이 실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다시 세상 속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더욱 단단해진 사랑

 

10년이 넘게 이어진 긴 투병 생활. 아내 윤순례(63세)씨 는 그가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남편이 걸을 수 없게 되고, 말할 수 없게 되는 과정을 지켜본 아내에겐 하루하루가 투쟁이었습니다. 끼니마다 남편의 굳어진 손에 숟가락을 쥐여주었고, 어느 순간부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습니다.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서 가족의 경제 사정은 좋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도 아내는 의연하게 남편과 가정을 지켰습니다. 신두영 씨는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이 기적을 만들어 냈다고 믿습니다. 이제는 받기만 했던 사랑을 갚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전엔 몰랐던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평범한 일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일이라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정말 귀하고 좋은 것임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다시 찾은 일상의 행복. 신두영 씨는 매 순간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는 건강해진 자신의 몸을 증거 삼아 희망을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를 버티게 한 또 하나의 힘은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약을 받으러 병원에 갈 때마다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눈에 밟히곤 합니다. 그분들에게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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