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환자 이야기 302g 초미숙아, 사랑이의 기적 - 이사랑 편 2018.10.12

유난히 추위가 지독했던 2018년 1월 말. 임신당뇨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던 이인선(42세) 씨는 임신중독증으로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부부의 오랜 기도와 노력 끝에 인공수정으로 얻은 결실인 만큼 뱃속의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이사랑

운명처럼 찾아온 아이

 

유난히 추위가 지독했던 2018년 1월 말. 임신당뇨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던 이인선(42세) 씨는 임신중독증으로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부부의 오랜 기도와 노력 끝에 인공수정으로 얻은 결실인 만큼 뱃속의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출산 예정일을 무려 4개월이나 앞둔 시기였지만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고민의 여지 없이 엄마는 출산을 결심했습니다.

그 날은 마침 사랑이의 아빠 이충구(41세) 씨의 생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6층 분만장에서 모든 의료진이 숨죽여 작은 생명을 세상으로 안내했습니다. 출생체중 302g, 키 21.5cm의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이 사랑이(5개월/여)가 태어난 순간이었습니다.

 

생존과의 사투

 

어른 손바닥 한 뼘 크기로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잡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작은 사랑이가 생을 유지할 확률은 단 1% 미만.

폐포가 완전히 생성되기도 전인 24주 5일 만에 태어난 사랑이는 출생 직후 소생술을 통해 겨우 심장이 뛰었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기관지 내로 폐표면활성제를 투여 받으며 겨우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심지어 태어난 지 일주일째에는 몸 속의 양수가 빠지면서 체중이 295g까지 감소해 생존의 한계를 넘나들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300g 이하의 신생아는 생존 사례가 드물어 의료진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적의 시작

 

“희망을 갖고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사랑이 부모가 기도하며 용기를 낸 만큼 의료진도 마음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사랑이 또한 생사의 고비에서 엄마 아빠의 목소리에 대답이라도 하듯 끊임없이 팔과 다리를 내저으며 기적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보통 아기의 평균 출생체중은 3.3kg. 고작 10분의 1에 불과한 무게로 무려 13주나 일찍 세상으로 나온 사랑이는 미숙아가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합병증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신체의 모든 장기가 미성숙하여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미숙아 동맥관 개존증, 괴사성 장염, 패혈증, 미숙아망막증 등을 앓고 있었고, 재태 기간과 체중이 작은 만큼 이들 질환의 빈도와 중증도는 모두 높았습니다.

치료를 하기엔 예상되는 위험도 많았습니다. 일단 가장 작은 주사 바늘이라도 사랑이의 팔뚝 길이와 비슷해 삽입이 쉽지 않았고, 단 몇 방울의 채혈로도 빈혈이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작은 체중의 미숙아들은 투석기나 심폐보조기와 같은 의료 장비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많은 치료 경험을 가진 의료진의 노하우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미숙아 괴사성 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수유라는 말에 엄마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유를 유축했습니다. 그리고 출산 후 몸이 불편한 엄마를 대신해 아빠는 한달 간 매일 병원으로 모유를 가지고 와 사랑이에게 엄마 아빠의 응원을 전했습니다. 또 신생아중환자실의 간호사와 의사 모두 치료 이상의 애정과 정성을 밤낮없이 쏟았습니다. 모두의 사랑을 느낀 것처럼 사랑이는 미숙아 괴사성 장염도 발병하지 않았고, 600g 으로 자랐을 무렵부턴 인공호흡기를 떼고 적은 양의 산소만으로도 자가호흡하기 시작했습니다.

 

온전한 생존

 

“손바닥 한 뼘이 채 되지 않는 이 작은 아이도 이렇게 안간힘을 쓰며 이겨내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 아이를 살려냅시다.”

주치의 정의석 교수를 비롯한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의사와 간호사 모두 그 동안 쌓아온 미숙아 치료 경험과 노하우로 사랑이에게 필요한 치료를 적절한 시기마다 적극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수술이 불가피한 위기상황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사랑이는 스스로 극복해내며 생명의 위대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단 한 차례의 수술을 하지 않고도 모든 장기가 정상이었고, 미숙아들에게 발생하기 쉬운 뇌실 내 출혈 또한 없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온전한 생존’이었습니다.

 

생애 가장 감사했던 시간, 169일

 

사랑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퇴원하기까지 잠시 다른 세상에서 살다 온 것 같다는 아빠 이충구 씨와 엄마 이인선 씨는 신생아중환자실을 오가던 169일간이 생애 가장 감사했던 시간이라며 지난날을 떠올렸습니다.

받은 사랑을 사랑이가 자라서 고스란히 세상에 나누길 바란다는 아빠 엄마의 마음처럼, 가장 작게 태어났지만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할 사랑이의 희망찬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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