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그것이 치료의 시작이죠! 2014.07.14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그것이 치료의 시작이죠! - 정신건강의학과 주연호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암 덩어리 떼어내듯 수술을 할 수도 없고, 약을 써서 염증처럼 가라앉힐 수도 없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과를 부르는 말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선 '정신과'라는 이름 대신 '정신건강의학과'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병원 문을 두드리기 꺼려하는 환자들의 입장을 배려해 지은 과 명일 것이다. 주연호 선생님을 만나러 연구실을 찾았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바로 '정신건강의학과'라는 문패였다.


선생님의 전공은 크게 조울증, 우울증, 정신분열증의 세 분야

그 중 가장 환자수가 많은 병은 우울증이다. 전 세계 우울증 환자가 3억 5천만 명이나 된다고 하니 꽤나 심각한 병이다. 헌데 선생님은 우울증을 고혈압과 비슷한 병이라고 하시면서 '우울증 때문에 우울해질 일이 없다'는 설명을 해주셨다. 고혈압은 고혈압 자체로도 심각한 병이고, 또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성도 많지만, 꾸준히 약을 먹고 혈압 관리를 한다면 고혈압이 있어도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우울증도 꾸준한 관리를 해준다면 충분히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별명처럼 누구에게나 한번쯤 찾아올 수 있는 병. 그런데 '정신과'라는 편견에 묶여 우울증이 있어도 병원에 찾아오길 꺼리는 환자들이 많은 게 선생님은 안타깝다고 하셨다.


'이겨낼 수 있는 병이다.' '특별한 사람이 걸리는 게 아니다.'는 걸 강조하는 말씀을 듣자니

 

 

굳이 의사를 찾아와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살짝 들었다.
선생님은 링컨의 예를 들면서 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해주셨다. 미국에서 제일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하나인 링컨은 대표적인 우울증 환자였다는 것. 우울증이 심각해지는 시기에는 아무 의욕도 없고, 일도 거의 못했지만, 그것을 극복했을 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훌륭한 일들을 많이 해냈다.

만약 링컨이 적절하게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면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우울증이 우리의 능력과 의지를 방해하는 병이라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선생님은 젊은 시절, 전공 선택에 대해 잠시 후회했던 적이 있다고 하셨다.

길게는 몇 년씩 치료를 해야 하는 병의 특성 상, 환자가 금방 좋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성취감도 부족하고, 답답한 마음도 많았었다는 선생님. 헌데, 이제 그 고민이 풀렸다. 비결은 선생님의 나이 듦...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던 한 젊은 환자가 드디어 사회생활을 하고, 직장에 적응하는 과정을 지켜보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젊은 시절엔 그 느린 속도에 답답해했다면, 이제 환자를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하신다.


환자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하는 직업 특성 때문일까?

어느 순간부터 선생님의 취미는 책 읽기가 되었다. 특히 역사책은 전공자 못지않게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섭렵하고 계셨는데, 그 이유가 또 사람 때문이다. 병자호란, 임진왜란 같은 전쟁 상황에선 인간의 본질과 개개인의 특성이 드라마틱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역사 공부가 사람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정신건강의학과'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추상적인 설명이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조금씩 구체화되는 느낌이었다. 사람 만나기가 질려서, 얘기 듣는 게 지쳐서 뭔가 색다른 취미로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할 것 같은데, 개인적인 취미마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책읽기라니...


사람에 대한 주연호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의 깊이를 조금은 가늠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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