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희망의 실타래를 들고 뇌의 비밀을 풀다 2014.07.14

희망의 실타래를 들고 뇌의 비밀을 풀다 - 신경과 정선주 교수

 

뇌, 1,000억 개의 신경 세포가 얽히고설켜 만들어진 미로. 그만큼 뇌는 미스터리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뇌의 신비가 밝혀지는 순간 우리는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중요한 길목마다 운명처럼

본래 법학도를 꿈꿨던 정선주 부교수. 그가 신경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두 가지 계기가 있다.
하나. 전라북도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전주로 유학 온 고등학생 정선주는 국어 선생님의 손에 들려 있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란 책에 매료되고 말았다. "선생님께서 그 책을 들고 우리 뇌가 얼마나 신비로운 기관인지 설명해 주셨는데 정말 흥미롭고 멋지더라고요." 이후 뇌 연구자의 꿈을 키우며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의사의 길을 선택,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둘. 90년대 초반, 뇌는 풀리지 않은 의문들로 가득했다. 비밀이 많은 분야였던 만큼 신경과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은 그리 많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세부전공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때쯤 좀 더 다이내믹해 보이는 심장내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본과 3학년 신경과 수업에서 만난 허균 교수(現 아주대 신경과)의 간질 파트 강의가 그의 머리 깊은 곳에 새겨져 있던 학창시절의 기억을 자극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비디오 자료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직접 학생들을 위해 간질 환자의 증상을 행동으로 보여 주셨는데 마치 실제로 간질을 앓고 계신 건가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셨죠."
그날 강의를 계기로 신경과를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한 정선주 부교수는 94년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서울아산병원으로 왔다. 그곳에는 국내 신경과학의 틀을 마련하고, 의학자들에게 신경학에 관한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해 주던 이명종, 김종성, 고재영 교수가 있었다.
그들과 한 배를 타게 된 정선주 부교수. '뇌'라는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며 본격적인 뇌 연구를 시작했다.


파킨슨병의 비밀을 풀어라

 

2013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파킨슨병 환자를 만나고 있는 정선주 부교수가 말하는 파킨슨병의 특징은 무엇일까? "파킨슨병은 의사를 명의로 만드는 질환입니다." 그의 말처럼 파킨슨병은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아 가장 극적인 회복을 볼 수 있는 질환 중 하나다. 게다가 2000년대 초반에 도입된 뇌심부자극술은 파킨슨병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짧은 시간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60세 이상 인구 100명당 한 명 이상으로 흔하게 발생하며 고령화 현상과 더불어 매년 환자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파킨슨병. 하루 평균 그를 찾아오는 환자 수도 120명을 훌쩍 넘었다. 예방과 완치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멈출 수가 없다. "파킨슨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두 가지 있어요. 첫 번째 질문은 '전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두 번째 질문은 '제가 왜 이 병에 걸렸나요?'입니다. 안타깝게도 두 가지 질문 모두 속 시원하게 대답해 줄 수 없어요. 아직은 말이죠." 그는 현재 파킨슨병의 발생과 진행에 관한 유전자 연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완치를 위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한번 진단받으면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질환이에요. 발병에 관한 유전적인 요인을 밝힐 수 있다면 진행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과 더 나아가 병을 차단할 수 있는 예방법까지 개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겠죠."


의사를 보면 담당 질환을 알 수 있다?

의사의 성격을 알면 그 의사가 진료하는 질환의 특징을 대략 예상할 수 있다."정선주 교수님은 성격이 급하신데, 굉장히 꼼꼼하시고, 차분하세요."
수수께끼 같은 담당 간호사의 대답에 직접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진료실 안의 정선주 부교수는 어떨까? "00님,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그는 환자에게 친절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느냐고 안부를 묻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확인했다. 말을 빨리하는 편이었지만, 목소리는 컸고 발음은 정확했다.
진료시간 중 반 이상을 일어서서 환자를 보았다. 환자의 몸을 직접 만져보며 관절의 근육 긴장도를 검사했고, 환자의 자세(posture)를 지켜본 다음 처방하고 진료를 마무리했다. 조금의 틈도 없이 빠르게 진행된 진료였지만, 서두르는 기색은 느낄 수 없었다. 담당 간호사의 말대로였다. 꽤 많은 대화와 검사를 한 듯싶어 시계를 보니 3분 남짓. 어림잡았던 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었다. 짧은 진료 시간에 불만이 있지는 않을까?
밖으로 나가는 환자의 표정을 살폈지만, 아주 밝았다. "워낙 꼼꼼하시고, 눈썰미가 좋으신 편이라 환자의 동작을 한번 보고도 콕 집어서 정확하게 진단하세요. 수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단련되신 거 같아요." 담당 간호사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 보탰다."첫 환자부터 마지막 환자를 보실 때까지 지친 기색 없이 항상 에너지가 넘치시죠."
그는 언제나 환자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말한다.

"현재 증상을 개선 시킬 수 있는 약이 있고, 뇌 과학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치료법도 계속 등장하고 있으니 꼭 완치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마세요. 긍정적인 마음, 그것이 파킨슨병의 가장 좋은 약입니다."


파킨슨병이라는 미로를 탈출할 수 있도록 길 위에 놓인 실. 정선주 부교수가 들고 있는 실타래의 이름은 바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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