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난치성 기침의 해결을 꿈꾸며 2021.01.15

난치성 기침의 해결을 꿈꾸며 - 알레르기내과 송우정 교수

 

“기침 때문에 성가대도 못 하고….”
인생의 유일한 낙을 포기한 노년 환자의 하소연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기침 때문에 말을 잇기 어려워 교직을 내려놓은 교사, 면접마다 애먹는 청년 등 다양한 사연의 환자들이
송 교수의 진료실을 찾는다.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며 기침 환자들은 엘리베이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대부분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만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삶의 질은 저하된다.
송우정 교수는 환자의 내밀한 고통에 귀를 기울인다.
 

만성 기침을 다시 생각하다

“처음엔 기침의 원인 질환을 찾는 데 진료 시간을 모두 할애했어요. 정작 환자들은 기침으로 인한 고통을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죠.”

보통 기침이 두 달 이상 지속되면 만성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단순히 기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찬 공기, 향수, 먼지 등 일상 속 작은
자극에도 기침 발작이 유발되고 심한 경우 갈비뼈 골절이나 탈진, 요실금 등으로 이어졌다. 여러 병원을 방문해도 뚜렷한 원인과
치료법을 듣지 못한 환자들은 우울과 불안을 떠안고 사회로부터 고립됐다.

기침의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한 환자는 약 70%. 나머지 환자는 쓸 수 있는 약을 총동원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환자만큼 송 교수도
답답했다. ‘내가 기침에 대해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원점에서 만성 기침에 관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2011년 기침 과민성에 대한
논문을 접했다. 원인 질환을 찾는 데 주력했던 기존의 연구와는 달리 기침 반사 과민성 조절에 화두를 던진 연구였다. 무작정 저자인
영국 헐 대학의 알린 모리스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다. 모리스 교수는 답장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어 생각할 것을 제안했다.
원인 질환이 있어서 기침하는 게 아니라 기침 신경 반사 자체가 예민한 상태여서 기침한다는 것이다. 신경통처럼 하나의 현상으로
접근하니 의문점들이 설명되기 시작했다. 2019년 유럽학회 만성기침 진료지침 개정 작업에 참여하면서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몇십 년간의 기침 연구를 샅샅이 평가하며 임상 권고안을 작성하는 과정이었다.

“끝없는 모니터 작업에 목디스크까지 오긴 했지만 좋은 연구와 진료를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침이 조절되지 않는 다양한 이유를 알게 되면서 환자마다 맞춤 진료를 찾아갔다. 환자들에게 더욱 정확한 임상 근거와 기대효과를
설명하며 답답함도 함께 풀 수 있었다.
 

 

묻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

모리스 교수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첫 메일을 보낼 당시 저는 논문도 몇 편 없던 풋내기 의사였어요. 그런 제게 서슴없이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공유해 주셨죠.
뭔가 파고들어 가는 과정에서 누군가와 함께 연구하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 멘토십이 없었다면 아마 전 지금과 전혀 다른 의사가
되었을 거예요.”


송 교수는 이전까지 의사로서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이 없었다. 문과에 가까운 이과 전공이어서 의대를 택했고 좋아하는 선배들을 따라
알레르기내과로 향했다. 전임의를 마치곤 개업의가 될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만난 모리스 교수를 지켜보며 어떤 현상을
이해하려면 오랜 시행착오와 연구를 거쳐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방면의 연구를 진행하던 송 교수는 만성 기침으로 연구 분야를
좁혀갔다. 그리고 연구에 관심 있는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인생 숙제가 생겼다. 성과보다 ‘함께’가 중요했다.
함께 연구 중인 알레르기내과 이지향 임상강사도 그런 송 교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송 교수님은 후배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항상 시간을 내어 대화하며 건설적인 피드백을 많이 주세요.
그건 진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후배들이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교수님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죠.”

 

 

더 단단한 길을 닦다

송우정 교수는 난치성 환자를 위한 비약물 치료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마약 성분 또는 신경통약을 활용한 기존의 약물치료와 달리
부작용이 없고 치료 중단 후에도 지속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비약물 치료를 활발히 하고 있는 영국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제가 연수했던 영국 왕립 브롬튼 병원과의 교류를 통해 난치성 기침 환자를 위한 비약물 치료를 국내에 정착시킬 계획입니다.
그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다양한 약물을 시도했던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기반이 마련될 겁니다.”

 

국내 최초 난치성 기침 클리닉에 대한 구상은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거기엔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송 교수는 환자를 볼 때 생긴 의문점을 대충 넘기지 않으려 한다.
끝까지 매달리면 풀리지 않을 질병이 없다는 걸 이미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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