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면 의사 생활을 시작한 지도 15년, 의사로서 첫발을 뗀 곳은 소아과였다. 인턴 초 3개월을 소아과에서 정신없이 누볐다. 환자, 특히 아픈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더 힘들지 않았을까? 선생님의 답은 의외였다. “그래도 아이들인걸요. 에너지가 넘쳐요.” 선생님은 자연스레 소아신경과를 선택했고, 그 선택에 200% 만족하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의사 생활 동안, 보람도 많지만, 완치가 어려운 뇌 질환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가슴 아픈 일도 있다.
얼마 전, 선생님은 작은 손편지와 손수건 하나를 받았다. 아들을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한 어머니의 선물이었다. 십여 년 동안 유전 대사질환을 앓던 소년을 진료해 온 선생님. 오랜 기간 돌보던 환자를 떠나 보내는 일은 의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세상을 떠난 소년에게는 여동생이 있다. 그 소녀도 오빠와 같은 유전 대사질환을 앓고 있다. 아들을 하늘로 떠나 보낸 엄마가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건 딸 때문이라고 했다. 자식의 아픔은 몇 배로 크게 엄마의 아픔이 된다는 걸 선생님은 안다. 그녀 또한 두 딸의 엄마, 의사로서 사명감이 커지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염미선 선생님의 전문 분야는 소아 뇌전증이다.
과거 ‘간질’이라 불리던 ‘뇌전증’은 자칫 불치병으로 인식되곤 했다. 병을 숨기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회적 편견과 제약을 없애려는 취지 하에 2010년 대한의사협회는 ‘뇌전증’으로 병명까지 변경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만나는 환자는 1세부터 20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발작의 양상도 다르다.
뇌가 성장하는 시기에 멀쩡하던 아이가 급작스레 증상을 보이면 대부분의 부모는 당혹감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 두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줄 사람은, 다름 아닌 의사.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나 ‘그럴 땐 말이지~’ 하는 불특정 다수의 비책을 찾아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걸 보면 선생님은 안타깝다고 했다.
선생님이 현재 연구하고 있는 것은 ‘영아연축’이다. 영아연축은 1세 이하의 영아기에 발생하는 난치성 뇌전증의 하나로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고 기존의 항경련제들로 잘 조절이 되지 않는 뇌전증이다. 하지만 아직도 발작 원인이나 발병기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의사가 된 지 15년, 그러나 연구와 공부에 더 힘써야 한다는 선생님, 소아 뇌과학 분야 역시 많은 연구와 성장이 필요한 분야라고 했다. 진료가 끝나면 선생님이 향하는 곳은 실험실이다. 그곳에서 동물모델(쥐)을 이용하여 발병기전에 대한 연구와 함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는 약물 등을 동물 모델에게 시도하고 있다. 비록 뇌 질환의 특성상 완치가 어렵지만 그래서 연구가 필요한 게 아니냐며 선생님은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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